비극은 어떻게 확장 될까… 나홍진 신작 '호프'의 출발점
개봉 첫주말 200만 관객 돌파
호불호 반응에도 스타트 좋아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개봉 첫 주말 200만 관객을 모으며 올해 최단기간 흥행 기록을 썼다. 영화는 당혹스러운 결말 등 호불호 반응에도 유려한 영상미와 색다른 액션 쾌감, 박진감 넘치는 음향이 한국 장르영화의 스케일과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땅 위를 낮게 날아다니는 듯한 놀라운 카메라 워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나홍진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이번 신작을 단순한 SF 영화가 아니라 "비극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확장되는가"를 탐구한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나 감독은 "전작 '곡성'에서는 초자연적 현상을 활용했다면, 이번에는 그보다 더 심화된 퍼스펙티브(시각·관점)가 무엇일까 고민했다"며 "그래서 우주공간을 떠올렸고, 이를 표현할 존재로 외계인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출발점은 거대한 악이 아니라 '사소한 악행'이다. 그는 "비극의 원흉이 되는 인물은 작은 마을에서 아주 사소한 일을 저지른 사람"이라며 "그 작은 일이 어디까지 커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1970~80년대가 배경인 '호프'는 1982년 우순경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경남 의령군에서 우범곤 순경이 동거녀와 다툰 뒤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고 지서로 향해 예비군 무기고에서 카빈총과 실탄, 수류탄 등을 탈취해 주민들을 상대로 무차별 총기 난사와 대량 살인을 벌인 비극적 사건이다.
이와 함께 예기치 못한 결말과 제목 '호프(Hope)'에서는 나 감독의 종교적 색채가 드러난다. 그는 "성경은 제게 가장 큰 영향을 준 텍스트"라며 "인간의 말보다 그분의 말씀에 더 수긍이 가는 부분이 있다. 어떤 이야기를 할지 고민하다 보면 결국 그쪽으로 가게 된다"고 말했다.
극중 외계인 조르는 히브리서 11장1절에 나오는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를 떠올리게 하는 대사를 한다. 나 감독은 "히브리어 구절을 의도적으로 넣었다"며 "작은 외계인의 부활은 결국 무엇인가를 믿고 희망하는 이야기다. 개인의 비극은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앞으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엔딩의 대사 '믿음'을 '호프'로 바꿀까 하다가 그냥 '믿음'이라고 놔뒀다"며 "'믿음'이 '희망'보다 한 단계 위의 개념"이라고 부연했다.
연출적으로는 한국 장르영화의 밀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였다. 나 감독은 "극장에서 사운드와 비주얼을 통해 관객이 직접 체험하며 쾌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액션의 속도감을 중시했다. 나 감독은 "숲에서는 정말 빨라야 그 속도감이 나온다"며 "말이 달릴 길을 직접 정리하고, 전기 바이크를 활용했으며, 호주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특수촬영팀과 작업했다. 배우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찍기도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말했다.
신진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