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2740% 폭증했는데…반도체 사람 더 안 뽑나요" 고용 겨우 0.6%↑, 이유는
[파이낸셜뉴스] 최근 3년간 대기업 매출과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으나 고용은 사실상 정체됐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21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2023~2025년 결산 기준으로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매출액과 영업이익, 고용 현황을 비교할 수 있는 282개사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이 153조3764억원에서 277조6844억원으로 124조3080억원(81.0%) 늘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도 2023년 3322조4222억원에서 지난해 3684조2811억원으로 361조8589억원(10.9%) 증가했으나 고용인원은 2023년 말 129만9333명에서 지난해 말 130만2191명으로 2858명(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중에서 눈에 띄는 수치는 영업이익이다. 영업이익 증가분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유독 눈에 띄는 업종이 있다. 바로 IT전기전자 업종이다.
IT전기전자 업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 힘입어 각각 34.4%, 2740.5% 증가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체의 76.7%에 달하는 95조367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초호황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미미했다는 점이다. IT전기전자 업종의 영업이익은 2년 새 28배가량 폭증했지만, 고용은 26만8330명에서 27만57명으로 1727명(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 1조원이 늘어날 때 일자리는 18명 생긴 셈이다.
같은 기간 조선·기계·방산 업종과 비교하면 격차가 선명해진다. 조선·기계·방산 업종은 영업이익이 7조6610억원 늘 때 고용이 1만629명 증가했다. 이익 1조원당 약 1387명, 반도체의 77배에 달하는 수치다. 제약바이오도 이익 1조원당 1200명 수준의 고용을 만들어냈다.
반도체 산업의 이익은 인력 투입이 아니라 메모리 가격과 설비에서 나오는 만큼, 고용 창출 효과가 크지 않다. 수십조원짜리 팹(공장)은 고도로 자동화돼 있고, AI발 설비투자(CAPEX)는 사람이 아니라 장비로 흘러간다. 이익이 아무리 늘어도 일자리 창출 계수 자체가 낮은 산업구조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반도체 산업은 생산성과 부가가치는 높지만 상대적으로 고용 창출 효과는 크지 않은 편이다. 지난 5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의 경제 전망 토대 분석 결과에서도 올해 고용 탄성치는 0.24에 머물 것으로 추정됐다.
고용 탄성치는 경제 성장으로 고용이 얼마나 늘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해당 분석에서는 인공지능(AI)의 일자리 대체가 늘어나는 가운데 경제 성장을 이끄는 반도체 산업의 고용 창출력이 낮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경제 성장률은 작년 1.1%에서 두 배 이상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취업자 증가율은 더 떨어지며 고용 없는 성장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 기간 고용을 가장 많이 늘린 기업 1위는 삼성전자(4077명), 2위는 SK하이닉스(2484명)였다. 그러나 같은 업종으로 분류된 LG디스플레이가 3361명(-12.1%), LG이노텍(1601명·-11.6%)과 LG전자(967명·-2.8%)가 각각 감소하면서 업종 전체의 고용 증가폭에 영향을 줬다.
즉, 숫자로 봤을 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늘린 6561명은 같은 업종의 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전자가 줄인 5929명으로 상쇄됐다. 반도체가 뽑은 만큼 디스플레이·전자가 내보낸 모양새가 됐고, 그 결과 사상 최대 호황에도 업종 순증은 1727명에 그쳤다.
이번 분석에서 확인되는 또 하나의 패턴은 고용이 영업이익이 아니라 매출과 동행한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돈을 벌어서'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일감이 늘어야' 사람을 뽑는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자동차·철강·2차전지·운송은 영업이익이 감소했음에도 매출이 늘자 고용을 늘렸다. 반대로 통신, 유통, 식음료, 은행, 증권 업종은 영업이익 증감과 관계없이 매출액이 감소하거나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그치면서 고용이 줄었다.
그 중에서도 내수 업종의 고용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KT는 매출액이 7.1%, 영업이익이 49.7% 급증했지만 고용은 25.5%(5036명) 줄였고, KT&G도 매출액과 이익이 각각 12.2%, 15.1% 늘었지만 인력을 10.1% 감축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