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역의사제' 의료공백 해소 어려워...한의사 활용 대안되나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정부, 지역사의사제 등 정책 수립해
일본도 풀지 못한 '말단 의료 공백'
"이미 있는 의료자원을 활용해야"

지역의 의료 불균형 해소에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기보다 기존 인력과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지역의 의료 불균형 해소에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기보다 기존 인력과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지역의사제 도입과 필수의료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계 안팎에서는 지역 의료 불균형이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의계는 이미 전국 의료취약지에 구축된 한의의료 인프라를 지역 일차의료 체계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정책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지역 의료 공백 해소의 핵심은 새로운 인력을 양성하는 것보다 기존 의료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의사 늘려도 의료취약지는 그대로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료 강화 등을 통해 지방 의료 공백을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의료정책 전문가들은 의료인력 공급 확대만으로는 의료 불균형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지역의사제와 유사한 '지역정원제'를 도입해 지방 근무를 조건으로 의사를 양성했다.

하지만 상당수 의료진이 같은 지역 안에서도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진 거점 병원이나 중소도시로 이동하면서 정작 읍·면 단위 농촌과 도서·산간지역의 의료 공백은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역시 지역의사제가 시행되더라도 지방 의료인력이 다시 지역 거점병원으로 집중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의료 취약지역의 마지막 공백을 누가 메울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2일 대한한의사협회는 전국에 이미 구축된 한의의료 인프라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의협에 따르면 상당수 농어촌과 의료취약지역에는 한의원과 한방병원이 운영되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의료기관 가운데 하나다.

특히 고령화가 심한 농어촌에서는 만성질환과 근골격계 질환, 예방 중심 건강관리 수요가 높아 일차의료 역할을 수행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한의계는 지역보건소와 보건지소에서 공중보건한의사 활용을 확대하고, 국가 만성질환관리사업에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적용하면 별도의 대규모 재정 투입 없이도 지역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새로운 의료기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의료자원을 정책적으로 연결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한의계는 지역의사제와 한의사의 지역 일차의료 참여가 서로 대립하는 정책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중증·응급질환과 수술 중심 의료는 의과가 담당하고, 만성질환 관리와 건강증진, 노인 돌봄 등 지역사회 중심 의료는 한의사가 함께 맡는다면 의료 전달체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의료 수요가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관리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한의약도 지역 일차의료의 한 축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 역시 최근 지역·필수·공공의료를 통합 관리하는 지역필수공공의료실을 신설하는 등 지역 중심 의료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어 향후 다양한 의료인력 활용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아
다만 현실적인 과제도 있다. 무엇보다 의과와 한의과 간 역할 범위를 둘러싼 논란을 해소해야 한다. 한의사가 지역 일차의료에서 어떤 의료서비스를 담당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만성질환 관리사업 참여를 위한 교육체계와 수가 마련, 의과와의 협진 시스템 구축 등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지방 소멸과 의료인력 부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역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사 수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로운 인력을 양성하는 정책과 함께 현재 지역에 분포한 의료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정책의 중요한 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지호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한의학은 질병 치료뿐 아니라 질병 이전 단계에서 건강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강점을 지닌 만큼 일차의료에 가장 적합한 의료 분야"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 일차의료에서 의사와 한의사가 상호 보완적으로 역할을 수행한다면 국민에게 더 나은 건강관리 체계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협력 모델이 진정한 한국형 일차의료의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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