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갈등에 속도 못 내는 리모델링...서울 착공률 1% 안돼
법개정 지연에 해결 장치도 공백
순증분만 실적 인정 구조적 한계
공사비 검증제·통계 현실화 시급
서울 추진물량 7만여가구 달해
전국서 총 14만가구 공급 효과
서울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 중 현재 공사 중인 곳이 1%가 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공사비 갈등과 제도적 공백에 정체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극심한 공급 절벽 속 사업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관측이다.
23일 본지가 한국리모델링융합학회(KRC)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는 총 83곳으로, 7만3120가구 규모에 달한다. 이들 단지의 사업이 모두 완료되면 공급 물량은 9만여 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들 중 실제 공사 단계에 진입한 사업장은 △강남구 청담건영(240가구) △동대문구 신답극동(225가구) △광진구 상록타워(200가구) 등 단 3곳, 665가구에 불과하다.
총 사업장 중 단지 수 기준 3.6%, 가구 수 기준 0.9%만이 착공 단계에 진입한 셈이다. 이들 극소수 단지마저 순탄치 않은 진통을 겪었다. 신답극동은 2023년 1월 착공 예정이었지만 시공사와의 공사비 인상 갈등으로 이주 후에도 상당기간 착공에 나서지 못했다. 청담건영도 초기 3.3㎡당 687만원이었던 공사비가 1137만원까지 대폭 뛰어오르며 공사비 조율 협상이 길어졌으며, 상록타워는 기존 시공사와의 계약 해지 및 시공사 교체가 사업 지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가 치솟다 보니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태인 것은 물론, 한동안 많은 리모델링 단지에서 '재건축 붐'이 불면서 사업 지연으로 인한 피해가 크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리모델링 사업의 공사비 협상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비해 난이도가 높다는 점을 핵심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법적인 공사비 검증 제도가 없다. 시공사와 조합 간 분쟁이 빈발해도 객관적인 타당성을 따져볼 근거가 없는 것이다. 앞서 공사비 검증 도입 골자의 주택법 개정안이 지난 5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본회의 상정이 불발됐다.
행정 통계상의 구조적 한계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례로 재건축은 800가구 단지가 1000가구로 재탄생하면 전체 1000가구가 신규 공급 물량으로 집계되는 반면, 리모델링은 늘어난 순증분(200가구)만 실적으로 카운팅된다. 이런 배경에 지자체장들의 적극 지원 동력이 떨어진다는 관측이다. 서울의 한 리모델링 단지 조합장은 "공급 가뭄을 해소하고 리모델링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라도 공사비 검증 법제화와 통계 현실화 등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정체 속에서도 올 하반기 서울에서는 총 4000여가구의 사업장이 리모델링의 '7부 능선'을 넘을 전망이다. △강남구 대치현대(630→705가구) △성동구 금호벽산(1707→1963가구) △용산구 이촌강촌(1001→1113가구) △강동구 고덕아남(807→903가구) 등 4개 단지가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한 후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네 개 단지가 완공되면 현재 4145가구에서 4684가구 대비 약 13%(539가구)의 순증 효과를 거두게 된다.
전국 기준으로 시야를 넓히면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150곳, 기존 가구수만 12만1317가구에 이른다. 서울 83곳을 비롯해 용인 14곳, 안양 10곳, 분당 9곳, 수원 8곳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요가 집중돼 있다. 이들 사업이 모두 마무리될 경우 전국적으로 14만 가구에 육박하는 공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정부는 리모델링 사업계획승인 동의율 요건을 현행 75%에서 70%로 낮추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국회에서도 임대동 토지분할을 허용해 분양동 리모델링의 사업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다.
[email protected] 전민경 이종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