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최태원 주식 상당 부분 '재산분할 대상'...판단 배경은?

정경수 기자, 김동규 기자,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혼인기간 중 취득한 최태원 주식
노소영 가사 등으로 취득했다고 판단
산정 기준은 '대법원 판례' 따라 갔지만
'급등' 주식 가액은 재산분할비율에 반영
최태원 측 상고할 것으로 예상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에서의 핵심 쟁점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느냐였다. 최 회장 측은 해당 지분이 상속과 증여를 통한 특유재산이기 때문에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온 반면, 노 관장 측은 혼인 기간 동안 가사와 양육을 담당하며 경영 활동을 뒷받침한 만큼 공동재산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해 왔다. 최 회장 측은 판결문 검토 후 상고할 방침이라고 밝힌 만큼, 다시 한번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서울고법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는 24일 노 관장이 최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가장 큰 쟁점은 최 회장 보유의 SK 등 주식을 '재산 분할 대상'으로 볼 것인지 여부였다.

우선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등 주식이 분할 대상 재산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해당 주식은 혼인기간 중 최 회장 명의로 취득한 재산이기 때문에, 최 회장 뿐만 아니라 노 관장도 주식 취득 과정과 가치 유지·증가에 기여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특히 혼인기간 중 최 회장의 경영활동으로 인해 주식 가치가 대폭 증가했는데, 여기에는 노 관장의 가사와 양육, SK그룹에 관한 대외적 활동이 기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관장의 가사적인 노력 덕분에 최 회장이 그룹 활동 등 대외적 활동을 할 수 있었고, 이 활동 등을 통해 최 회장이 주식을 취득하고 주식 가액을 크게 올릴 수 있었다는 취지다.

또 SK 등 주식의 가액 산정 기준에 대한 판단은 주식 가격이 급등한 파기환송 후가 아닌, 파기환송 전 항소심 변론 종결일로 설정했다. 이혼이 확정된 이후 재산분할을 청구하더라도, 분할 재산과 액수는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로 봐야한다는 지난 2000년 대법원 판례를 적용했다. 비록 파기환송 전 항소심 변론종결일로부터 현재까지 큰 폭으로 SK 등 주식이 상승했지만, 이는 최 회장의 경영적 노력에 의한 영향이기 때문에 분할 대상 재산으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러한 큰 폭의 주식 가액 변동을 재산분할비율에 반영했다. 최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1/3을, 노 관장은 최 회장 보유의 2/3 주식을 갖게 됐다. 주식 성격상 가액 변동성이 매우 크고, 파기환송 후 변론종결일을 언제로 지정하는지에 따라 부부공동재산의 가액이 크게 변할 수 있다는 취지다. 비록 가액 시점을 파기환송 전 변론 종결일로 지정하더라도, 그 사이 오른 금액은 부부가 모두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부부공동재산의 상당 부분은 혼인기간 중 형성하거나 취득한 자산임을 고려했다"며 "쌍방 협력으로 이룩한 부부공동재산의 공평한 분배를 위해, 환송 전 항소심 변론종결일 이후 최 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한 점을 참작했다. 최 회장 보유 주식이 부부공동재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노 관장 보유 주식의 가치 상승에 최 회장의 경영적 기여가 있음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파기환송 후 진행된 변론기일 등에서 밝힌 의견을 종합해 주식은 최 회장의 SK그룹에 대한 경영권과 지배권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노 관장이 주식으로 받을 경우, 지배구조가 뒤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최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판부는 대법원에서 판단했던 부분들을 모두 판단에서 배척했다. 지난해 대법원은 노 관장의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을 비자금이라고 판단하며, 불법자금이기 때문에 재산 분할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환송 판결에 따라 노 전 대통령 지원금 300억원은 노 관장의 기여나 재산분할비율 산정에서 참작하지 않는다"며 "최 회장이 혼인관계 파탄일 이전 경영권 유지 등을 이유로 증여한 주식도 분할대상재산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 측은 아쉬움을 드러내며 상고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 법률대리인단은 입장문을 통해 "약 20년에 가까운 혼인 해소 과정에서 작년 대법원 판결로 이혼이 확정됐고 오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판결이 있었다"며 "최 회장은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판결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노 관장 측은 선고 뒤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서울고법 청사를 빠져나갔다.
앞서 1심은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금 665억원을 인정했지만, 2심은 위자료 20억원과 재산분할금 1조3808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이 실제 SK그룹 성장에 활용됐더라도 불법 자금인 만큼 재산 형성 기여도로 인정할 수 없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위자료 20억원은 확정됐다.

[email protected] 정경수 김동규 최은솔 기자


#최태원 #SK그룹 #재산분할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