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 韓서만 원전 6기 수요 기대에 하반기 달린다
2분기 영업익 3142.6억...어닝 서프라이즈
미국 AP1000 발주 이연에도 체코·가스터빈·SMR·국내 신규 원전이 하반기 실적 견인
[파이낸셜뉴스] 두산에너빌리티가 상반기 내내 시장을 짓눌렀던 '미국 원전 발주 지연' 우려를 딛고 하반기 반등의 발판 마련에 나선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대형 원자로 모델 'AP1000' 원전 기자재 수주 시점이 올해에서 내년으로 미뤄졌지만, 그 공백을 체코 원전과 가스터빈이 메우는 가운데 국내에서만 최대 6기에 이르는 신규 원전 수요가 새롭게 열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연결기준 2·4분기 영업이익이 3142억6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2711억600만원 대비 16% 증가했다. 당초 컨센서스(시장 예상치) 2629억원을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다. 매출은 4조7248억800만원으로 전년 동기 4조5690억2100만원 대비 3% 늘었다.
시장에서는 미국 원전 프로젝트가 재개될 3·4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과 주가 반등이 가능하다고 보고있다. NH투자증권 등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의 주기기·터빈·발전기 수주 물량이 매출로 인식되기 시작하고, 지난해 말 확보한 가스터빈 물량이 점진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는 것을 기대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그간 민간업체 주도로 신규 원전 건설을 진행해왔지만, 자금 조달 과정에서 예산 초과 리스크의 배분을 둘러싼 병목현상이 발생한 것이 지연의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력은 미국 전력 생산의 약 20%를 담당하는 핵심 에너지원이다. 그러나 막대한 건설 비용과 공기(工期) 지연 문제로 1990년대 이후 신규 착공이 수십 년간 사실상 멈춰 섰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다. '전력이 곧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원전이 다시 무대 중앙으로 소환됐다.
정 연구원은 "지난 6월 미 에너지부(DOE)가 자국 내 원전 프로젝트의 기자재 조달에 최대 175억달러 규모의 조건부 대출 정책을 발표했고,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도 논의되는 등 정부 차원의 개입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 점을 고려하면 내년부터는 미국 원전 기자재 수주를 본격적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미국 현지에서도 AP1000 착공을 뒷받침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조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웨스팅하우스는 올 4월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AP1000 표준설계 수정을 요청했다"며 "최근 건설·운영 경험을 축적한 보그틀(Vogtle) 4호기의 표준화를 통해 후속 프로젝트에서는 설계·인허가 리스크가 완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 원전 발주 공백기를 메우는 카드로는 단연 가스터빈이 꼽힌다. AI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대규모 전력을 즉시 공급할 수 있는 '온사이트 발전' 수요가 커지면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분기에만 북미 데이터센터향 7기를 포함해 총 10기의 가스터빈을 수주했다. 2024년 연간 3기, 2025년 8기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빨라진 속도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런 추세를 반영해 가스터빈 설치 목표치를 2034년 기준 78기에서 110기로 상향했다. 정 연구원은 "온사이트 발전 확대에 힘입은 가스터빈 수요가 원전 수주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실적의 빈자리를 채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장기 성장 동력도 3·4분기 이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하반기 중 소형모듈원전(SMR) 전용 제조시설을 착공할 예정이다. 파운드리 방식으로 SMR 기자재를 양산하는 글로벌 거점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의 건설 허가 승인, 아마존이 투자한 엑스에너지(X-energy)의 나스닥 상장 등 글로벌 SMR 시장의 호재가 잇따르며 관련 수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3·4분기 중 베트남 원전 파트너사 선정,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국회 보고 등 굵직한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그간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 성장 스토리는 체코·미국 등 해외 수출에 무게가 실렸지만, 하반기부터는 국내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신규 원전 수요가 열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조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외에서 한국형 원전 수주 기회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이어 향후 확정될 계획에 신규 원전 건설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기대하지 않았던 국내 시장에서만 4~6기의 원전 수요가 추가로 발생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원전 1기당 주기기 공급 규모가 통상 수천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만 4~6기의 신규 물량이 확정될 경우 수조원대 수주가 새롭게 열리는 셈이다. 사실상 원전 주기기를 독점 공급하는 두산에너빌리티로서는 해외 변수와 무관하게 확보 가능한 '안전판'을 얻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email protected] 강구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