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흔들리자 고점론…주도 장세 변곡점 오나
[파이낸셜뉴스] 올해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끈 반도체주의 고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중국 반도체 산업의 추격이 맞물리면서 외국인의 매도세도 거세지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선 이를 반도체 주도 장세의 변곡점으로 봐야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28일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4조3144억원, 삼성전자를 2조4783억원 순매도했다. 두 종목에서만 총 6조7927억원을 팔아치워 나란히 외국인 순매도 1·2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전체 순매도액 7조8915억원의 86.1%에 해당한다. 시장 전반의 비중을 줄였다기보다 그동안 상승을 주도했던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기관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를 1조3104억원, 삼성전자를 1240억원 순매수하며 두 종목에서 총 1조4344억원을 담았다. 기관 자금 역시 다른 종목보다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특히 SK하이닉스를 둘러싼 수급 공방이 치열했다. 외국인이 이틀 동안 4조원 넘게 순매도한 가운데 기관은 1조3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기관의 SK하이닉스 순매수 규모는 삼성전자의 10배를 웃돌며 반도체 내에서도 매수세가 SK하이닉스에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공격적인 반도체주 매도 배경으로 AI 투자 사이클과 중국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꼽는다. AI 기업들의 '순환금융' 구조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정점을 통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국영기업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양산과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상장으로 중국의 반도체 기술 자립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SK그룹과 오픈AI 등을 상대로 대형 투자 계획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AI 순환거래' 논란이 재점화됐다"며 "중국산 반도체 장비가 당장 글로벌 생태계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지만 기술 개발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정을 계기로 반도체 중심 장세가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도체 이익 모멘텀이 둔화하고 실적 추정치 하향이 본격화할 경우 에너지와 기계, 금융, 유통, 배터리 등으로 순환매가 확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상휘 교보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올해 3·4분기 이후 이익 성장률 둔화가 예상되는 데다 실적 컨센서스 하향 조정도 시작되고 있다"며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는 시점이 새로운 주도 업종이 부상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를 본격적인 주도주 교체의 신호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은행과 헬스케어 등 방어주 강세는 반도체 조정에 따른 상대적 효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고점을 찍은 뒤 하락한 폭의 80% 이상은 반도체 업종에서 발생했다"며 "최근 은행과 헬스케어 업종이 반도체 대비 강세를 보인 것을 본격적인 자금 이동으로 단정하기보다는 반도체 급락에 따른 상대적 강세인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배한글 최두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