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길에 숨겨진 차선···"사고나 낼까" 엑셀 밟았다 [거짓을 청구하다]
친구 3명, 고의사고 후 보험금 청구 공모
좌회전 신호에서 차선 넘은 경차 충격
과실로 위장해 보험금 청구..총 2300여만원 타내
[파이낸셜뉴스] 그날따라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하늘엔 회색 구름이 잔뜩 껴 햇빛이 새어나올 틈이 없었다. A씨는 낮인데도 어둑어둑한 도로를 차로 내달리고 있었다.
차량은 A씨 여자친구 명의로, 고급 승용차였다. 운전대는 A씨가 잡았지만 뒷좌석엔 B씨와 C씨가 타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친구였다.
잘 달리던 A씨가 돌연 한숨을 푹 쉬더니 "비도 오는데, 사고나 내야겠다"고 선언했다. B씨와 C씨는 순간 멈칫했으나, 서로 눈을 맞추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A씨는 "할 거지?"라고 했고, 나머지 둘은 "언제?"라는 물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공모는 그날 저녁시간이 좀 지난 7시반경 이뤄졌다. 이들 셋은 각자 조금 전과 같은 자리에 앉아있었고, A씨는 2차선에서 좌회전 신호대기를 하던 중 타깃을 발견했다. 바로 옆 1차선에서 역시 좌회전을 하려면 경차였다.
안타깝게도 그 경차는 좌회전을 하며 자신의 차선을 넘어 오른쪽 차선을 다소 침범했다. 빗길이라 차선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물론 피할 수 있었으나, 오히려 속도를 높였고 결국 경차 측면과 충돌했다. B씨와 C씨는 계획한 대로 보험사 2곳에 신고했고 과실에 의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보험금을 청구했다.
결국 미수선수리비(차량 수리 전 미리 받는 예상 비용), 합의금, 치료비 등 명목으로 총 1000만원 이상을 받아챙겼다. 한번에 거금을 손에 쥐다보니 멈추기 힘들었다. 비슷한 수법으로 다시 고의사고를 냈고, 역시 실수라며 보험금을 청구했다. 이번에는 좀 더 많은 1300만원이 들어왔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 했다. 같은 사람이 유사한 방법으로 보험금 청구를 하니 보험사가 의심하지 않기로 어려웠다. 결국 수사가 시작됐고, 이들은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B씨에 대해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5년 전 동종의 보험사기 범행으로 벌금 500만원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고 각종 범죄로 수회 처벌받는 등 준법의식이 미약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 보험사들과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C씨에 대해선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이 결정됐다. 재판부는 "보험범죄를 종용하고 피해 보험사 중 한 곳과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 등은 불리한 정상"이라며 "범행은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벌금형을 초과해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짚었다.
[email protected] 김태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