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월 45시간' 초과근무 억제 푼다…韓도 R&D 근로시간 논쟁
특별조항 기업 일률 지도 폐지
월 100시간 미만 법정 상한 유지
의사 면담 등 건강보호 집중 점검
韓도 첨단산업 R&D 특례 논쟁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정부가 내달부터 특별조항을 체결한 기업에 초과근무를 월 45시간 이내로 줄이라고 요구해온 일률적인 행정지도를 완화한다. 법정 상한인 월 100시간 미만은 유지하되 건강보호 조치를 전제로 집중근무를 폭넓게 허용하는 조치다. 경제계는 기업 활동의 유연성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0일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내달부터 노동기준감독서의 초과근무 지도 방식을 개편한다. 특별조항이 포함된 '36협정'을 체결한 기업에는 초과근무를 월 45시간 이내로 일률적으로 줄이라고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의 법정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이다. 노사가 36협정을 체결하면 원칙적으로 월 45시간·연 360시간까지 초과근무할 수 있다.
특별조항을 추가하면 연장근로는 연 720시간 이내, 휴일근로를 포함한 초과근무는 월 100시간 미만까지 허용된다. 다만 2~6개월 평균 월 80시간 이내를 지켜야 하고 월 45시간을 넘길 수 있는 기간도 연간 6개월로 제한된다.
후생노동성이 지난 2024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36협정을 체결한 사업장은 전체의 49.7%에 그쳤다. 이 가운데 약 70%가 특별조항을 두고 있다. 전체 기업의 약 35%가 이번 지도 개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그동안 노동기준감독서는 특별조항을 둔 기업에도 장시간 노동에 따른 건강 악화를 막기 위해 초과근무를 월 45시간 이내로 줄이라고 지도해왔다. 일본 경제계는 법이 허용한 근로시간을 행정지도로 다시 제한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며 반발했다.
이에 자민당 일본성장전략본부는 지난 4월 지도 방식 개편을 정부에 제언했고 지난달 각의에서 결정된 일본성장전략에도 관련 내용이 반영됐다.
이번 개편은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추진하는 근로시간 규제 유연화의 일환이다. 다카이치 내각은 실제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노사가 미리 정한 시간을 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재량근로제의 적용 대상 확대와 성수기·비수기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변형근로시간제 개편도 검토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기업의 초과근무 감축 의지가 약해져 '일하는 방식 개혁'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사키 료 변호사는 "장시간 노동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일본의 이번 개편은 법정 근로시간 상한을 높이지 않으면서 사전 노사협정에 따른 집중근무의 활용 폭을 넓힌다는 점에서 한국의 첨단산업 근로시간 특례 논쟁과 맞닿아 있다.
한일 양국의 법정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주 40시간으로 같지만 규제 방식은 다르다. 일본은 초과근무를 원칙적으로 월 45시간·연 360시간으로 제한하는 등 월간·연간 총량을 함께 관리한다. 반면 한국은 노사 합의로 주당 12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허용해 총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하지만 별도의 연간 상한은 두지 않는다.
업무가 몰리는 시기의 집중근무에서는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일본 기업은 특별조항을 포함한 36협정을 노사가 미리 체결하면 정부의 건별 인가 없이 월 45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있다. 다만 연장·휴일근로를 합해 월 100시간 미만, 2~6개월 평균 월 80시간 이내를 지켜야 하며 월 45시간을 넘길 수 있는 기간도 연 6개월로 제한된다. 연간 총량과 건강보호 기준은 엄격하게 관리하되 구체적인 인력 운용은 노사에 상대적으로 폭넓게 맡기는 구조다.
한국도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를 활용해 일정 기간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연구개발(R&D) 업무는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최대 3개월로 설정할 수 있지만 근로자가 업무 시작과 종료 시각을 스스로 결정하는 제도여서 기업이 기술개발 일정에 맞춰 인력을 일괄적으로 투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산업계의 주장이다.
반도체 R&D 기업이 주 52시간을 넘어 집중근무를 하려면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해야 한다. 이 경우 근로자 동의와 고용노동부의 건별 인가가 필요하다. 6개월을 인가받으면 주당 총근로시간 상한은 첫 3개월 64시간, 이후 3개월 60시간이다. 일본처럼 사전에 체결한 노사협정만으로 집중근무를 운용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이 때문에 한국 첨단 산업계는 연간 근로시간을 일률적으로 늘리기보다 기술개발이 집중되는 시기에 정부의 건별 인가 없이 인력을 투입하고 이후 휴식할 수 있도록 별도 특례를 요구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최근 일정 소득 이상의 전문직을 근로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과 선택근로제 확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현행 선택근로제와 특별연장근로만으로도 집중근무가 가능하다며 별도 특례에 신중하다.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의 제도화를 우려하고 있으며 청와대도 노동계와 지역사회의 논의와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