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구역 지정 이후에도 절차 '병목'…조합설립부터 착공까지 평균 10년
서울 500가구이하 사업장 110곳
착공단계는 23곳 5500가구 그쳐
구청장에 지정 권한 넘겨도 '한계'
기준 맞춰 쪼개기·난개발 우려도
서울 500가구 이하 정비사업 가운데 착공에 들어간 사업장도 조합설립인가부터 첫 삽을 뜨기까지 평균 10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당정이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서울시에서 자치구로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지만, 초기 인허가 절차를 줄이는 것만으로 정비사업 전반의 속도를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합설립 후 착공까지 10년
25일 서울시 정비사업 추진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말 기준 건립 규모가 500가구 이하인 서울 정비사업장은 110곳, 3만3102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착공 단계에 들어간 사업장은 23곳, 5534가구다.
이들 사업장이 조합설립인가 후 착공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3654일, 약 10년으로 나타났다. 중앙값은 2785일로 약 7년8개월이다. 5년 이상 걸린 곳이 13곳, 10년 이상 걸린 곳도 7곳이었다.
가장 오래 걸린 곳은 종로구 신영1구역으로 조합설립인가 후 착공까지 약 22년9개월이 소요됐다. 노원구 월계동 재해관리구역도 약 19년9개월, 동작구 노량진2구역은 약 15년5개월이 걸렸다.
정비구역 지정 이후에도 조합 내부갈등과 사업성 악화, 자금조달, 이주·보상, 공사비 협상 등 여러 단계에서 병목이 발생한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지정 권한 이양만으로 착공이나 공급 시기를 크게 앞당기기는 어렵다고 본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비구역 지정이 첫 단추인 것은 맞지만, 실제 사업 지연의 핵심은 주민동의율과 분담금·공사비 상승, 이주비·사업비 조달, 자치구의 후속 인허가에 있다"며 "지정 권한을 넘기는 것만으로 사업 속도가 빨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구별 역량 차이…구역 쪼개기 우려
정비구역 지정 권한이 자치구로 넘어갈 경우 지역별 행정역량 차이가 사업 속도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시계획·정비사업 관련 전문인력과 심의 경험이 자치구마다 다른 데다 정비사업 물량이 많은 지역일수록 행정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에 따르면 신속통합기획 사업 가운데 정비구역 지정 전 단계에 있는 500가구 이하 사업장의 건립 규모는 은평구가 905가구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용산구 610가구, 구로구 595가구, 강북구 568가구 순이었다.
도시계획의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치구마다 용적률과 높이, 공공기여 판단이 달라질 수 있고 용도지역 상향 등 주요 사항은 여전히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해 행정 이원화와 혼선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500가구 이하 기준에 맞춘 구역 쪼개기가 나타나면 기반시설 계획과 공공기여 규모가 줄어 난개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권한 이양에 대해 "서울시 때문에 병목이 생기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된 진단"이라며 "자치구의 편차를 어떻게 극복할 건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오 시장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26일 두번째 만난다. 이 자리에서 500가구 이하 정비사업 권한 이양 문제도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email protected] 최아영 권준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