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경찰 한사람 손에 달린 실종사건… 일탈 방조한 시스템 바꿔야 [사라진 사람, 사라진 기록 (하)]

최승한 기자, 박성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실종 접수부터 수색·해제까지
담당자가 상당부분 독자 판단
개인의 의지에 기대서는 안돼
법률상 강제·책임 규정할 필요
장기 미발견은 순환해 맡아야

제주에서 발생한 '장미란씨 실종 허위 종결 사건'을 계기로 성인 실종자에 대한 경찰의 관리 체계를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실종 사건이 담당자 개별 판단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수사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 가출로 종결되는 사건이 많다는 경험이 쌓이면서 성인 실종의 위험성을 낮게 보는 관행도 문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2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신고부터 수색, 장기 미발견 사건까지 관리 체계를 정비하고, 위험성이 큰 성인 실종은 아동·치매 환자 실종에 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기원 대표 실종아동찾기협회
서기원 대표 실종아동찾기협회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는 장기실종 사건이 담당 부서를 옮겨 다니며 현안 수사에 밀리고 있다고 짚었다. 여성청소년 부서에서 강력수사 부서, 형사기동대 등으로 업무가 넘어가면서 오래된 사건을 계속 들여다볼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씨 사건에서도 일반 성인 실종을 별도로 규율하는 법률이 없는 상태에서 신고 접수부터 수색, 사건 해제까지 상당 부분이 담당자의 독자적 판단에 기대는 구조적 허점을 보였다.

김영식 교수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김영식 교수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한 경찰관의 일탈로만 볼 경우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성인 실종의 상당수가 단순 가출이나 연락 두절로 끝나는 경험이 쌓이면서 사건의 중대성을 낮게 보는 관행이 생길 수 있고, 담당자의 잘못된 판단을 상급자가 바로잡을 장치도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행 실종자 수사체계의 가장 큰 문제는 실종신고 접수부터 사건 해제까지의 판단이 담당자 개인의 재량에 지나치게 맡겨져 있다는 점"이라며 "담당자 개인의 일탈뿐 아니라 이를 걸러내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도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건수 교수 백석대 경찰학부
이건수 교수 백석대 경찰학부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도 "법률상 강제규정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으면 결국 담당 경찰관의 책임의식과 사명감에 기대야 한다"며 "언제까지 사명감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해법으로는 성인실종법을 새로 제정하거나 현행법을 개정해 실종 신고 처리부터 수색, 장기 미발견 사건 관리, 사건 해제 기준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모든 성인을 일률적으로 추적하기보다 실종 당시 상황과 범죄·사고 가능성 등 위험도를 평가해 대응 수준을 달리하자는 취지다.

이 교수는 아동·장애인·치매환자와 일반 성인을 형식적으로 구분하기보다 위험도에 따라 수사 강도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 역시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치정보 등을 확인해 소재와 안전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한 요건과 통제 절차를 함께 두자는 것이다.

초동수사에서 찾지 못한 실종자를 누가 끝까지 추적할지도 과제다. 서 대표는 전담 수사체계가 없다면 10년, 20년 이상 된 장기실종 사건을 계속 살피기 어렵다고 봤다. 폐쇄회로(CC)TV와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 수색 수단은 늘었지만 오래된 사건은 기록과 단서가 흩어져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장기실종 전담체계의 운영 방식에는 의견 차이가 있었다. 김 교수는 시·도경찰청이나 권역별 전담팀이 장기 미제 사건을 넘겨받아 재수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이 교수는 일선 경찰서가 현장 수사를 맡고 시·도경찰청이 미해결 사건을 정기적으로 보고받아 부족한 수사를 점검·보완하는 구조가 현실적이라고 봤다. 방식은 달라도 한 명의 담당자에게 장기간 사건을 맡겨두지 말아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이 같았다.

성인 실종의 제도적 공백과 달리, 아동·장애인 등 일부 실종 유형에는 비교적 구체적인 초기 대응과 정보 관리 체계가 마련돼 있다. 유수경 국가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팀장은 "다중이용시설에서 실종아동 등이 신고되면 조기발견 지침에 따라 즉시 경보를 발령하고 시설 수색과 출입구 감시 등에 나서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수경 팀장 국가아동권리보장원
유수경 팀장 국가아동권리보장원

기관별 역할도 나뉘어 있다. 유 팀장은 "경찰은 실종 신고와 수색·수사, 유전자 검체 채취를 맡고 보장원은 무연고 아동·장애인 신상카드 데이터베이스(DB) 구축과 유전자 검사제도 등을 지원한다"며 "지자체는 신상카드 작성·제출 여부 등을 관리·감독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유전자 분석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대상별 절차와 기관별 역할이 세분화된 만큼 일반 성인 실종에서도 위험성이 확인됐을 때 누가 어떤 조치에 나서고, 수사를 어느기관이 끝까지 책임질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교수는 "복지·지원 기능과 별개로 수색·수사는 경찰이 책임지고 주도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업무규칙만 두고 경찰관 개인의 의지에 기대서는 안 된다"며 "법과 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최승한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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