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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 "법원, 정치권력 간섭 받지 않아야"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법원의 날 기념사...대법관 재제청 현안은 직접 언급 안 해

조희대 대법원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법원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조 대법원장은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제12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헌법상 독립된 국가기관인 법원이 다른 국가기관이나 정치권력, 사회 세력은 물론 소송당사자로부터도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재판할 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정부 수립 초기부터 산업화와 군사정권의 격동기를 거쳐 민주화에 이르기까지 사법권의 독립은 갖가지 압력과 간섭 속에서 끊임없이 시험받아 왔다"며 사법부가 걸어온 길을 짚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헌법적 사명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우리 사법부에 주어진 변함없는 책무"라며 "법원은 사법권을 오직 국민을 위해 올바르게 행사해 나가겠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기념사에서 대법관 제청을 비롯한 현안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거듭 강조하면서 최근 상황에 대한 인식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행정처는 청와대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에 대해 재제청을 요구한 데 따른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음주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 등 일정이 맞물리면서 검토가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 대법원장은 법원 구성원들에게 "사회적 갈등과 극심한 대립이 재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며 "갈등이 첨예할수록 법원은 더욱 흔들림 없이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맡은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법원 구성원들이 안심하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꾸준히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고 신종오 전 서울고법 고법판사에게 대법원장 표창이 추서됐다. 조 대법원장은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맡은 바 소임을 다하셨던 한 법관을 기억하고자 한다"며 "언제나 국민의 입장에서 깊이 고민하셨던 고인의 헌신과 뜻을 우리 모두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법원의 날은 1948년 9월 13일 사법권을 미군정으로부터 이양받은 것을 기념하는 날로 사법부가 2015년 제정했다. 오는 16일부터 나흘간 국내에서 열리는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에는 약 40개국 대법원장과 대법관, 10여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한다. 한국은 1999년과 2011년에 이어 이 회의를 세 차례 개최한 최초의 국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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