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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비 다른 곳 쓴 해군호텔 계약해지 무효...법원 "회계 부정 고의 아냐"

이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서울행정법원 "계약상 즉시해지 사유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뉴시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국유재산인 해군호텔 예식장 운영자가 운영비 일부를 사적으로 지출하는 등 회계상 부적정 행위를 저질렀더라도, 이를 이유로 관리위탁 계약을 즉시 해지한 처분은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호성호 부장판사)는 A씨가 대한민국(해군)을 상대로 낸 해지통보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국유재산인 서울 영등포구 해군호텔에서 12년간 예식장을 운영해 온 관리위탁 수탁자다. 국방시설본부는 2025년 정기감사 이후 즉시해지 요건이 충족됐다며 A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퇴거를 요구했다.

해군 측이 제시한 해지 사유는 세 가지였다. 총 영업운영비 1억1640만원 중 5870여만원을 목적 외로 집행했고,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절삭금(할인분)을 차감하지 않은 채 매입원가를 과대 청구했으며, 협력업체에 무단으로 영업을 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지적된 사유가 일부 인정되더라도 고의적인 부정행위가 아니었다"며 "즉시해지는 비례원칙과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되고, 수탁자를 배제하려는 권한 남용"이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계약상 즉시해지 사유인 '고의적 부정행위'나 '횡령·유용 등 중대한 하자'는 신뢰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적극적 기망행위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군 측이 제시한 세 가지 사유는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영업운영비를 가족·지인 식사비 등 사적으로 지출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허위 영수증을 꾸미는 등의 은폐 행위가 없었고 관련 사기 혐의도 경찰에서 불송치 처분된 점을 짚었다. 또한 해군 측이 종전까지 목적 외 사용 적발 시 환수나 시정요구로 대응해 온 관행에 비춰보더라도 즉시해지 사유로 삼기는 어렵다고 봤다.

절삭금 미차감 청구에 대해서도 회계처리의 적정성 문제일 수는 있으나 고의적 부정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납품업체의 동의를 받은 감액이었고 기망을 통해 취득한 것이 아닌 데다 문제 제기 후 전액 반환된 점이 고려됐다.

협력업체의 영업 역시 위탁계약에서 예정된 운영 형태이자 원고의 관리 하에 이뤄진 부수적 이용에 불과해 무단 점유가 아니라고 봤다. 소송 과정에서 해군 측이 새롭게 주장한 '실소유자 의혹' 역시 당초 해지 사유가 아니었을 뿐 아니라 입증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주장하는 적법한 해지 사유가 모두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해지 통보는 무효"라고 판시했다.

국가는 1심 판단에 항소를 결정했다. 현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email protected]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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