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민생수사 중심축 된 경찰…커진 역할만큼 무거워진 책임

김예지 기자, 박성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사건 증가·보완수사 부담에 현장 우려
수사 장기화·지역별 품질 편차 해소 과제
"숙련 인력 확보·내외부 견제 강화 필요"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하루 앞둔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참수리홀에서 열린 전국 경찰 수사 지휘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전국 경찰 지휘관 650여 명이 25개월 만에 한자리에 모인 이날 회의는 새로운 형사사법체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겠다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 마련됐다. 뉴스1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하루 앞둔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참수리홀에서 열린 전국 경찰 수사 지휘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전국 경찰 지휘관 650여 명이 25개월 만에 한자리에 모인 이날 회의는 새로운 형사사법체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겠다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 마련됐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검사의 직접수사와 직접 보완수사가 사라지는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가동되면서 경찰이 민생수사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게 됐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서 경찰의 책임수사가 강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지만, 일선에서는 사건 증가와 보완수사 부담에 따른 수사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인력 확충뿐 아니라 숙련된 수사관을 확보하고 지역이나 담당자에 따른 수사 품질의 편차를 줄이는 것이 새 체계 안착의 과제로 떠올랐다.

1일 경찰 등에 따르면 2일부터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고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된다. 검찰이 맡아온 중대범죄 수사 기능은 중수청으로 넘어가고, 경찰은 일반·민생범죄 수사에 보다 집중한다. 검사는 직접 수사하거나 보완수사에 나서는 대신 경찰 등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게 된다. 이에 따라 경찰이 사건 초기부터 사실관계를 면밀히 파악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늘어나는 수사 수요에 대비해 경찰은 인력 확충에 나섰다. 경찰은 올해 상반기 수사인력 1907명을 보강해 수사관 1인당 사건 처리 건수를 133.8건에서 103건으로 낮췄고, 하반기에도 약 2100명을 추가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선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기대보다 부담에 가깝다. 서울의 한 경찰서 A 수사팀장은 "책임감을 갖고 좀 더 세밀하게,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수사를) 잘해야겠다는 분위기"라면서도 "(수사)인원 증가는 체감이 안 되는데 사건이 늘어난 건 확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 지방경찰청 B 수사관은 "기존에도 대부분의 수사는 경찰이 맡았고 검찰은 마무리 단계에서 일부 법리 판단 등을 해왔는데, 이제는 그 부분까지 경찰이 책임져야 한다"며 "업무와 책임이 늘어나는 데 대한 부담과 우려가 더 크다"고 전했다.

보완수사 관련 부담도 만만치 않다. 서울의 한 경찰서 C 수사관은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데,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 횟수에는 제한이 없어 요구가 이어질 경우 계속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럽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업무 부담이 장기적으로 수사 적체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실무 현장에서 가장 깊이 우려하는 대목은 단연 '수사 장기화'"라며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추가 수사가 모두 일선 경찰서로 다시 내려가 누적된 사건으로 포화 상태인 경찰에 업무 부담이 더해진다면, 사건 처리 지연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다"고 짚었다.

경찰 단계에서 놓친 사실관계나 법리적 쟁점을 어떻게 걸러낼지도 과제다. 금융·지능범죄처럼 사실관계가 복잡하고 법리 검토가 중요한 사건에서는 개별 수사관의 전문성과 판단력이 수사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사건 당사자와 변호인 역시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와 자료를 보다 충실하게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역·관서별 수사역량 편차를 줄이는 것 역시 관건이다. 경찰은 전국 수사관 교육과 수사실무지침을 마련하고 경찰서·시도경찰청·국가수사본부로 이어지는 3단계 현장 상담·지원체계를 가동해 시행 초기 혼선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인력 보강에 그치지 않고 수년에 걸쳐 숙련된 수사인력을 확보할 중장기 충원 계획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사건이 신속하게 처리되도록 내부 지침을 보완하고, 경찰 판단에 이의가 제기될 경우 상급기관이나 독립기구가 개입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등 내·외부 견제장치를 갖춰야 한다는 분석이다. 일선 수사관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높이는 작업도 거론된다.
박민규 법무법인 안팍 대표변호사는 "부실수사를 자체적으로 감시하고 감사할 수 있도록 청문감사관 제도를 확충하고 수사심의관도 늘려 조직 내부의 자정 작용을 뒷받침할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지휘부도 새 체계 시행 과정에서 사건 지연과 부실수사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전국 경찰 수사 지휘관 회의에서 "소위 '사건 핑퐁'으로 피해자의 권리구제가 지연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우려하는 부실·불공정 수사가 경찰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현장 지휘관들이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email protected] 김예지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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