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62조 미래대응기금 '부처 갈등' 와중에… 국조실, 기획처와 협의 '0건'
기획예산처·교육부 교부금 개편 놓고 이견
지방교부세 개편엔 지자체 반발 이어져
정부 정책 조정체계 실효성 도마
[파이낸셜뉴스]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 조성 과정에서 부처 간 정책 조정 기능을 담당하는 국무조정실이 기획예산처와 별도로 협의한 내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금 재원 마련을 둘러싸고 관계부처 간 이견이 불거지고 지방자치단체의 반발까지 이어진 가운데 정부 차원의 정책 조정 기능이 충분히 작동했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국조실, 법령에 정책 조직 기능 있지만 공문 한 장 없어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조실은 미래대응기금에 대해 "기획예산처 소관 사항으로, 관련해 주고받은 공문 또는 협의 내역은 없다"고 밝혔다.
미래대응기금은 정부가 미래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는 대규모 기금이다. 2027년 사업비는 45조3625억원으로 전체 72개 기금 가운데 국민연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기획예산처가 기금 조성을 총괄하고 재정경제부와 행정안전부, 교육부 등 여러 부처의 재정·정책이 맞물려 있다.
기금 조성 과정에서는 관계부처 간 이견이 표면화됐다. 특히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을 놓고 기획예산처와 교육부가 입장 차이를 보였다. 지난 8월에는 양 부처 장관이 직접 협의에 나섰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등 갈등이 불거졌다. 이후 정부는 재정운용전략협의회 등을 거쳐 개편 방안을 마련했다.
지방교부세 개편에 대한 반발도 이어졌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미래대응기금 재원 마련 과정에서 지방교부세가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하며 반대 의견을 제기했다. 앞서 초과세수 활용 방안을 놓고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간 입장 차이가 불거진 바 있다.
국조실의 정책 조정 기능은 법령에도 명시돼 있다. 정부조직법 제20조는 국조실이 중앙행정기관의 정책 조정과 사회위험·갈등 관리 등에 관해 국무총리를 보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무조정실과 그 소속기관 직제' 제3조 역시 정책 조정과 갈등 관리를 국조실의 관장 사무로 정하고 있다. 여러 부처의 이해관계가 얽힌 대규모 기금 조성 과정에서 국조실이 어떤 조정 역할을 수행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총리실 "정책 조정은 정책 잘못됐거나 부천 간 이견 있을 때"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미래대응기금을 서로 사용하겠다고 부처 간 다툼이 격화되는 것은 국민세금을 쌈짓돈처럼 생각하는 것이라는 반증"이라며 "이를 조정할 국무조정실조차 방관자에 머물며 미래대응기금 사용은 거의 아비규환"이라고 꼬집었다.
국무총리실은 미래대응기금이 기획예산처 등 소관부처 중심으로 추진됐으며 별도의 실무 협의 없이 관계부처의 정책 마련과 보고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정책 조정은 기본적으로 정책이 잘못됐거나 부처 간 이견이 있을 때 하는 것으로, 미래대응기금 진행 당시에는 그런 사안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기획예산처와 교육부는 지난 7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을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후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개편 방안도 마련됐다. 다만 해당 과정에서 국조실이 직접 수행한 조정 역할은 확인되지 않았다.
예산 편성 과정에서 국조실의 직접적인 관여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대규모 재원 배분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책임 있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획예산처가 예산 배분을 주도하는 구조인 만큼 국조실의 협의 내역 부재 자체보다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갈등 조정과 책임 소재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미래대응기금이 취지에 부합하는 사업으로 구성됐는지 누군가는 책임지고 국민에게 설명해야 하지만, 현재는 이를 조율할 책임 있는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지방교부세 개편 과정에서 충분한 공론화가 이뤄졌는지도 쟁점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은 수년간 논의가 진행된 반면 지방교부세를 미래대응기금 재원과 연계하는 방안은 상대적으로 논의가 부족했다는 평가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은 수년간 논의와 토론이 이뤄졌지만 지방교부세를 미래대응기금에 포함하는 방안은 공청회나 국민적 논의 없이 추진됐다"고 비판했다.
[email protected] 김예지 김찬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