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직 걸린 오세훈 2심 오늘 선고...변수는 '명태균 녹취'
1심 벌금 1000만원 '시장직 상실형'
같은 재판부, 尹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엔 무죄
[파이낸셜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혐의 항소심 결론이 23일 나온다. 1심의 '시장직 상실형'이 유지될지, 항소심에서 처음 등장한 후원자와 명태균씨의 통화 녹음이 판단을 바꿀지가 관건이다. 같은 재판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점도 변수로 꼽힌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연다. 선고 공판은 생중계된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씨에게 비용 3300만원을 대신 내게 한 혐의를 받는다.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김씨도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지난 7월 22일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오 시장이 여론조사 10건 중 5건을 의뢰하고, 그 비용 2100만원을 김씨가 대신 냈다고 인정했다. 나머지 1200만원은 '이유 무죄'로 판단했다. 이유 무죄는 판결 주문에 무죄를 따로 적지 않고 판결 이유에서만 무죄로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정치자금법 제57조는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공직을 맡을 수 없고, 이미 맡은 직에서는 물러나도록 규정한다. 공직선거법도 이 경우 5년간 피선거권을 제한한다. 1심 형이 그대로 확정되면 오 시장은 시장직을 잃고 5년간 선거에 나설 수 없다. 1심 재판부는 "죄책에 상응한 공직 자격 상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검)은 지난 2일 결심 공판에서 오 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강 전 부시장과 김씨에게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고인만 항소하면 2심은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이번에는 특검도 항소한 만큼 형이 더 무거워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오 시장은 최후진술에서 "명태균에게 이상한 낌새를 느꼈을 때 단호히 끊어내지 못하고 계속 접근할 여지를 줘 법정에 서게 된 것을 깊이 반성한다"며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혐의는 부인했다.
■명태균 녹취...신빙성 흔들지만 한계도
2심의 최대 변수는 김씨가 낸 통화 녹음이다. 2021년 3월 김씨와 명씨가 나눈 통화 3건으로, 재판부는 지난달 16일 이를 탄핵증거로 채택했다. 탄핵증거는 유무죄를 직접 증명하는 증거가 아니라 다른 사람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데 쓰이는 증거다.
녹음에는 명씨가 오 시장은 모른다는 취지로 말하는 대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거기서 원한 것도 아니고 내 혼자 해가지고"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이 김씨를 '자금 댈 사람'으로 소개했다는 명씨의 수사기관 진술과 결이 다르다.
오 시장 측에 유리한 대목은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재판부도 채택 당시 "불법적 취득이나 허위 조작 정황이 아직 없으니 특검 측 부동의에도 불구하고 탄핵증거로 채택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계도 뚜렷하다. 탄핵증거인 만큼 녹취만으로 '의뢰가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는 없다. 1심이 명씨 진술에 크게 기대지 않았다는 점도 변수다. 1심은 명씨 진술 가운데 객관적 증거나 당시 정황에 들어맞는 부분 위주로 믿었다. 대신 통화 내역과 캠프 내부 메신저 대화 등으로 의뢰 사실을 인정했다.
녹취 시점도 걸린다. 통화는 1심이 유죄로 본 대납이 모두 끝난 뒤 이뤄졌다. 1심은 2021년 2월 하순부터 3월 중순 사이 두 사람이 개인적 친분을 쌓았다고 봤다. 1심은 김씨의 양형 이유에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자 김씨가 명씨와의 통화 녹음 파일을 모두 지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검은 녹음 35건 중 3건만 제출됐다며 원본성을 문제 삼았다. 명씨도 지난달 30일 재판부에 진술서를 내고, 문제의 발언은 여론조사가 아니라 야권 단일화 진행 상황을 두고 한 말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재판부, 尹 '무상 여론조사'엔 무죄
법조계는 같은 재판부가 앞서 내린 판단에도 주목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지난 7일 윤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명씨도 무죄를 받았다.
윤 전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공모해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 58회, 2억7440만원 상당을 무상으로 받은 혐의를 받았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지난 7월 13일 이 가운데 14회, 2792만여원 상당을 유죄로 보고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 명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명씨가 제공한 것이 여론조사 자체라기보다 정치적 조언과 유력 정치인 소개 같은 조력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명태균이 제공한 정치적 조언은 정치적 이익으로 볼 순 있을지언정 재산상 이익으로 환산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조사 의뢰나 협의 같은 의사 합치가 있었다는 증거도 없다고 했다. 특검은 지난 13일 상고했다. 같은 혐의로 따로 기소돼 1·2심에서 무죄를 받은 김 여사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심리하고 있다.
다만 두 사건은 구조가 다르다. 윤 전 대통령 사건은 여론조사를 공짜로 받은 것이 정치자금법상 '재산상 이익'인지가 쟁점이었다. 오 시장 사건은 후원자가 여론조사 비용을 실제로 냈다. 정치자금법은 제3자가 정치인의 정치활동 비용을 대신 부담하는 것도 정치자금 기부로 본다. 1심도 이 조항을 근거로 김씨의 대납을 오 시장에 대한 기부로 판단했다.
두 사건을 잇는 고리는 '의뢰'다. 윤 전 대통령 사건 항소심은 의뢰나 협의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봤다. 이번 사건에서도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는지, 김씨의 대납을 알고 요청했는지에 대한 재판부 판단이 결론을 가를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이창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