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5일제 도입 논의와 현실적 과제

주4.5일제 도입 논의와 현실적 과제

주4.5일제의 도입 논의와 유형, 장단점, 쟁점까지 총정리

주4.5일제 도입 논의 배경

그래픽=국회도서관(자료 : OECD)
그래픽=국회도서관(자료 : OECD)

한국은 여전히 근로시간이 세계 최상위권에 속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872시간으로, 이는 독일 등 주요 선진국보다 400~500시간 이상 긴 수준입니다.

그러나 긴 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노동생산성은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0.9달러 수준으로, 미국(83.6달러), 독일(83.2달러), 프랑스(81.8달러)에 크게 못 미칩니다. '많이 일하지만 효율은 떨어진다'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이에 단순히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근로시간 속에서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한국 노동시간 #노동생산성 #과로사회

일러스트=연합뉴스
일러스트=연합뉴스

노동시간 문제는 단순히 기업의 경영 효율이나 생산성 지표에 그치지 않습니다. 개인의 삶의 질, 나아가 국가 인구 구조와도 직결됩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 전반에서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요구가 크게 확산됐습니다. 장시간 노동은 자기계발, 가정생활, 여가를 제약하며 젊은 세대의 결혼·출산 기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긴 근로시간이 출산율 하락의 주요 요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OECD 평균보다 긴 노동시간을 유지하는 한, 출산과 육아에 필요한 시간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주4.5일제 도입 논의는 단순히 근로자의 피로를 줄이는 차원을 넘어 국가적 저출산 문제 해결과 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해법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워라밸 #일과 삶의 균형 #저출산 이유

정치권과 정부 역시 변화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주4.5일제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이자 대선 공약으로 포함돼 있으며,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을 출범시켰습니다. 추진단은 내년부터 주4.5일제 시범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범사업은 공공기관 일부와 민간기업 자율 참여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정부는 장시간 근로 문제를 개선하고 새로운 근무제 모델을 실험함으로써 제도화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시범사업이 공공부문 위주로 진행될 경우 민간 기업, 특히 중소기업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됩니다. 정책이 선언적 수준에 머물지 않고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재정 지원, 제도 설계, 업종별 현실 반영 등 복합적인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주4.5일제 #주4일제 #근무시간 단축

주4.5일제의 대표적인 유형

퇴근길 만원 지하철. 사진=연합뉴스
퇴근길 만원 지하철. 사진=연합뉴스

가장 보편적으로 거론되는 형태는 '금요일 반일 근무제'입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기존과 동일하게 근무하고, 금요일에는 오전에만 절반 근무를 한 뒤 오후에는 휴식하는 방식입니다. 이 제도의 장점은 매주 금요일 오후가 고정된 휴식시간으로 확보된다는 점입니다. 주말이 실질적으로 길어지면서 근로자 입장에서는 짧은 여행, 여가 활동, 자기계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익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습니다. 여전히 매주 5일간 출퇴근을 해야 하고, 실제 근무시간은 하루 4시간 줄어드는 것에 불과해 피로도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장거리 출퇴근자에게는 반나절만 근무하더라도 왕복 출근 시간은 동일하게 소요되므로 실질적인 편익이 떨어집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방식이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제도일 뿐, 노동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힘은 약하다"고 지적합니다.
#주4.5일제 시행 유형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또 다른 형태는 '격주 단축 근무제'입니다. 격주로 금요일 하루를 통째로 쉬게 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2주에 한 번 주4일제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한 달에 이틀 정도는 금요일을 포함한 3일 연속 휴식을 보장받을 수 있어 체감 효과가 큽니다. 장거리 여행이나 가족과의 시간을 계획하기에도 유리합니다. 또한 출퇴근 횟수를 월 2회 줄이는 효과가 있어 교통비와 시간 절약 측면에서도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특정 주에는 인력 공백이 하루 전체로 발생하기 때문에 생산·서비스 운영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이나 업종별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어떻게 조율할지도 중요한 과제로 꼽힙니다. 전문가들은 격주 단축이 "실질적인 휴식 체감은 크지만 기업 운영의 불확실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합니다.
#주4.5일제 단축근무

주4.5일제의 현실적 과제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모든 산업과 직종에 동일하게 주4.5일제를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IT, 디자인, 콘텐츠 기획 등 디지털 직군은 업무 성격상 재택근무나 유연근무제 전환이 쉽고, 근무일 단축으로 인한 공백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러나 제조업, 물류업, 서비스업, 돌봄업 등 현장 근무가 필수적인 산업은 하루의 공백이 곧바로 생산·서비스 차질로 이어집니다. 공장 설비 가동률과 교대 근무 인력 운영이 직결되는 제조업은 근무일 단축 시 생산일수 감소와 장비 비가동률 증가라는 문제에 직면합니다. 병원, 돌봄시설, 유통점포 등은 365일 운영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추가 인력 충원 없이 근무일을 줄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동일한 제도가 오히려 산업 간·기업 규모 간 격차를 확대시키고, 특히 인력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만 구조적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주4.5일제 쟁점 #주4.5일제 도입 불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근무일만 줄어들고 업무량이 그대로라면 현실에서는 오히려 압축 근무로 인한 부담이 커집니다. 남은 4일간 더 높은 집중력과 효율성을 요구받게 되며, 성과 중심 조직일수록 이 압박이 크게 나타납니다.

실제로 일부 기업에서 시범 도입된 주4일제 사례에서는 "업무 밀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피로도가 오히려 늘었다"는 근로자 피드백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특히 프로젝트 중심 직무, 일정 조정이 어려운 직종은 단축된 시간 안에 결과물을 내야 하는 압박이 강합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효율 개선처럼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근로자의 스트레스와 번아웃 가능성을 높여 조직 전반의 생산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추진된 제도가 오히려 '성과 압박 강화'로 귀결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제도 설계가 요구됩니다.
#주4.5일제 쟁점 #압축 근무 #노동자 건강

사진=뉴스1
사진=뉴스1

근로시간 단축이 긍정적인 효과를 내려면 생산성 향상 전략이 반드시 병행돼야 합니다. 업무 프로세스 혁신, 디지털 자동화, 협업 구조 개선 등 근본적 변화 없이 단순히 근무일수만 줄이면 기업 활동 전반에 왜곡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인건비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이 산업의 뼈대를 차지하고 있는데,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인건비와 고정비 증가는 이들에게 직격탄이 됩니다.

실제로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주요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근무일수를 줄이는 정책이 무리하게 추진되면 투자 위축, 채용 축소, 국내 고용환경 경직성 심화 등 연쇄적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기업의 해외 이전, 국내외 투자자 신뢰 약화라는 경제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근무일 단축과 함께 생산성 제고 대책, 중소기업 지원책이 병행돼야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노동 생산성 #고용 유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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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일제 도입 논의 본격화"...금융권 노사, 금요일 1시간 단축근무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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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4.5일제' 한발 물러났지만 업계 부담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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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주 4.5일제'를 내건 이재명 정부가 재계와 중소기업계 우려에 사실상 법정노동시간 대신 실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정책 방향은 유지하되 강제성을 완화하며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경영계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중소기업계는 제조업 기반인 한국에서 생산성 향상에 대한 논의 없이 노동시간 단축을 유도하는 건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입장이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700시간대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 연간 노동시간은 1859시간이다. 다만 국정위는 '실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전제를 덧붙였다. '주52시간제'처럼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법정노동시간 단축은 언급되지 않았다. 노동시간을 줄이겠다는 목표는 변하지 않았지만 국정위가 '주 4.5일제'나 '법정노동시간 단축'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는 건 눈여겨볼만하다. 특히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주 4.5일제에 이어 장기적으로 주 4일제로 가야 한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었던 걸 고려하면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다소 소극적인 입장으로 읽힌다. 국정위에 참여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정노동시간 단축이 국정과제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 "현재 근로기준법 개정을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이 돼야 하고 여러가지 추이를 보면서 법정노동시간 단축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노동시간 단축 법제화가 국정과제에서 빠진 건 경영계의 우려를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상법개정안 등 경영계가 난색을 표하는 법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대신 노동시간 개편과 관련해선 유연한 입장을 보이며 수위를 조절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정부는 법정 노동시간을 설정하는 대신 4.5일제를 시행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시범 사업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강제성을 띠지 않더라도 중소기업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노동시간 단축 움직임에 주52시간제 유연화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법정노동시간 단축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은 것도 걱정을 더하고 있다. 특히 제조 중소기업들의 고민이 깊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근로시간 단축 논의는 단순히 OECD 평균에 맞추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제조업 경쟁국과의 현실적인 비교가 필요하다"며 "OECD 평균은 제조업 비중이 27%를 넘는 한국 현실과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주력 수출품목은 모두 중국과 정면으로 경쟁하고 있는데, 근로시간을 서비스 중심 국가와 단순 비교하는 건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생산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근로시간만 줄이면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근로환경 격차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도 숙제다. 여건이 되는 기업 위주로 혜택을 주다 보면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국정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부 로드맵에 기업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서지윤 기자

"장시간·저임금 체제 바꿔야"…주4.5일제 등 실노동시간 단축 노사정 논의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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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실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하기 위한 노사정 논의가 본격화한다. 주 4.5일제 등의 과제를 이행해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다. 고용노동부는 노사정이 참여하는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추진단)'이 24일 출범했다고 밝혔다. 노동시간 단축은 이재명 정부의 노동 분야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정부는 한국의 연 평균 실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51시간 긴 장시간 노동에 속한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가정 양립, 산업재해 감축, 노동생산성 개선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진단이다. 정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872시간이다. OECD 평균(1742시간)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부터 주 4.5일제 지원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주 4.5일제를 안착시킬 계획이다. 포괄임금제 금지, 노동시간 적용제외 및 특례업종 개선, 실노동시간 단축법 제정·시행, 연차휴가 개선(시간단위 연차 도입·연차저축제 등) 등도 노동시간 단축 과제에 담겼다. 이날 출범한 추진단은 실노동시간 단축을 목표로 포괄임금 금지, 연차휴가 활성화, 노동생산성 향상, 고용률 제고, 일·가정 양립 방안 등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배규식 전 한국노동연구원장과 김유진 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이 공동 단장을 맡았다. 노사정 및 전문가 17명도 논의에 참여한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저출생·고령화의 심화,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확산 등 구조적 변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노동만큼은 여전히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는 낡은 방식에 머물러 있다"며 "이에 따라 노동자의 삶의 질은 떨어지고 기업의 혁신도 가로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낡은 방식을 극복하기 위해 실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며 "실노동시간 단축은 단순히 숫자를 줄이는 게 아니라, 양적 노동에서 질적 노동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추진단 구성·운영 계획 △노동시간 단축 현장 사례 △노동시간 단축 쟁점과 개선 방안 등을 공유·논의했다. 추진단은 향후 약 3개월 간의 논의를 거쳐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간담회, 현장 방문 등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노사관계자와 국민이 함께하는 공개 토론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김 장관은 "실노동시간 단축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체제와 산업현장의 근본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라며 "일자리 없애기가 아니라 더 많은 노동자가 상생할 수 있는 일자리 나누기로 이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방향성도 제시했다. [email protected]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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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정부는 ‘주4.5일제’ 불 붙였는데…현장은 기대와 우려 교차 [주말의 디깅]

李정부는 ‘주4.5일제’ 불 붙였는데…현장은 기대와 우려 교차 [주말의 디깅]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주4.5일제’ 도입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nbsp; 고용노동부가 지난 24일 노사정이 참여하는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을 출범시키고 내년부터 시범 사업에 나서기로 하면서 가속이 붙었다. 잰 걸음을 내는 정부와 달리 노동 시장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과 휴식이 균형을 맞추는 '워라밸'의 개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생산성 및 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주4.5일제는 노동 시장 전반을 바꿀 만한 파급력 큰 정책인 만큼, 정교하게 설계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 때보다 현장의 목소리가 필요한 이유다. 이에 다양한 세대와 업종의 노동자들에게 묻고 들어봤다. &quot;주4.5일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quot;&nbsp; 주4.5일제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다양했다. 업종 특성에 따라 입장이 나뉘어졌고 경영자냐, 노동자냐에 따라서도 찬반이 갈렸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등 근무 시간이 정해진 사무직 노동자들은 대체로 찬성했다. 2년 차 디자이너인 이모씨는 &quot;적극 찬성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데 큰 도움이 될 것&quot;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IT) 관련 중견기업의 5년 차 직장인 박모씨도 &quot;근로시간이 늘어난다고 그에 비례해 노동생산성까지 증가하는 건 아니다&quot;라며 &quot;우리 일은 오히려 쉬는 시간, 재충전을 통해&nbsp;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다&quot;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quot;업무 효율을 높이려면 인공지능(AI) 활용이나, 첨단 기술 장비 도입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quot;고 제안했다. 반대로 주4.5일제가 시행되더라도 효과가 크지 않을 거라는 입장도 있었다. 일정한 시간에 근무하는 사무직과는 다른 근무 형태를 가진 직종이었다. 항공업계 서비스직으로 근무 중인 김모씨는 &quot;업무 특성상 근무 외 시간에도 긴급 호출을 받아야 한다&quot;며 &quot;인원이 적은 회사일 경우 당직과 연장 근무가 늘어날 수도 있다&quot;고 짚었다. 이어 &quot;주4.5일제가 가능한 직종이 부럽기만 하다&quot;고 덧붙였다. 이벤트 대행사에 근무하는 박모씨&nbsp;역시 &quot;이벤트 사업은 런칭 전 업무가 몰리는 특성이 있어 마감 전까지는 휴일 근무가 불가피하다&quot;며 &quot;주4.5일제가 시행되더라도 우리는 추가 근무를 피할 수 없을 것&quot;이라고 토로했다. 업무량이 과도해 근무시간을 줄이는 게&nbsp;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콘텐츠 제작 팀장 최모씨는 &quot;지금도 업무량이 많아 야근과 주말 근무로 겨우 해결하는 상황&quot;이라며 &quot;업무량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근무시간 감축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quot;고 꼬집었다. 노동자들과 달리 기업은 주4.5일제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이다. 특히 근로시간이 생산량과 직결되는 제조업 등에서는 주4.5일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30년 동안 식품 공장을 운영해 온 정모씨는 &quot;제조업 특성상 거래처 납품 기일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quot;며 &quot;주4.5일 근무로는 맞추기 어려워 특근이 불가피하고 그만큼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quot;고 토로했다.&nbsp; 37년째 자동차 부품 공장을 운영 중인 이모씨도 &quot;요즘 젊은 세대가 근로시간 단축을 원하는 것 같다. 시대가 바뀌었고 자식들 힘들어 하는 걸 보니 이해는 한다&quot;면서도 &quot;공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지금 경제가 너무 어려워 찬성하기는 힘들다. 정부의 금전적인 지원이 없다면 제조업은 무너질 것&quot;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일제&middot;격주제...다양한 형태 검토 현장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걸 정부도 모르는 건 아니다. 이미 주4.5일제에 대한 다양한 형태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주4.5일제의 가장 보편적인 형태는 주중 4일은 정상 근무하고 금요일에는 오전에 절반만 근무하는 ▲금요일 반일 근무제다. 매주 금요일 오후가 고정 휴식시간이 되므로 주말이 길어지는 효과를 체감할 수는 있지만, 출퇴근 횟수에는 변화가 없어 근무시간 단축의 실익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2주에 한 번씩 금요일에 쉬는 ▲격주 단축 근무제가 힘을 얻고 있다. 격주로 주4일제를 경험하는 방안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출퇴근 부담을 월 2일 줄일 수 있고, 한 달에 이틀은 금요일을 통째로 휴식할 수 있어 장거리 여행이나 연속 휴식이 가능하다. 두 형태 모두 주당 근무시간이 4시간 줄어들다 보니 우려와 효과도 상존한다. 일단 줄어든 근무시간 안에 동일한 생산성을 유지하려고 업무 과중 및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이에 불필요한 업무를 없애고 개인의 생산 효율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보완,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4.5일제 도입을 위해 정부가&nbsp;지난한 과정을 감수하기로 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 동안 장시간 노동은 한국의 고질적인 노동 구조 문제로 꼽혔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872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42시간)보다 130시간 길다. OECD 평균 수준이 되려면 매주 약 3시간을 단축해야 한다.&nbsp; 일단 노동 시간이 노동생산성과 비례하지 않다는 걸 경험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0.9달러(약 7만 1784원)로 67.5달러 수준인 선진국들에 비해 한참 못 미쳤다. 단순히 근무시간을 줄이는 데서 나아가 비효율적인 업무 관행을 개선하고 생산성 제고를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노동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2월 노동계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주 50시간 이상 근무 시 자살 위험이 2~4배가량 늘고, 주 55시간 이상 근무 시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종합해 발표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개발직으로 일하는 한기박씨는 당시 토론회에서 &quot;장시간 노동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걸 저 역시 직접 경험했다&quot;며 &quot;3개월 간 지속된 야근에 3일 연속 밤을 세운 날이 있었다. 갑자기 심장이 엇박자로 뛰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속이 울렁거리며 머리가 어지러웠다&quot;고 말하기도 했다. &quot;임금 삭감 없는 주4.5일제가 받아들여지느냐가 관건&quot; &nbsp;현장에선 주4.5일제가 연착륙하도록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에 다양한 의견도 제시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김양건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부 교수는&nbsp;&quot;정부의 주4.5일제 추진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quot;면서 &quot;임금 삭감 없는 주4.5일제 시행이라는 가장 큰 난관을 극복한 후 직종별 상황을 면밀히 고려해 설계해야 할 것&quot;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출산&middot;육아를 병행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노동시간 유연화’에 대한 요구가 더 컸다. 두 살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김모씨는 &quot;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주4.5일제보다 퇴근을 1시간 앞당기는 단축근무가 더 절실하다&quot;며 &quot;매일 아이와 1시간이라도 더 소통할 수 있는 것이 훨씬 소중하다&quot;고 말했다. 과거 주5일제로 전환됐을 때처럼 제도 변화가 대기업 중심으로만 진행될 경우 중소기업 노동자의 상대적 박탈감과 인력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nbsp; 여행사 부장급 강모씨는 &quot;주6일제에서 주5일제로 전환될 당시에도 대기업에 먼저 적용됐고, 중소기업이 정착하기까지 5년이나 걸렸다&quot;며 &quot;우리 회사는 당직 근무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고 비용조차 보전받지 못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quot;중소기업이 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quot;고 주장했다. ' 디깅 digging'이라는 말, 들어보셨지요? [땅을 파다 dig]에서 나온 말로, 요즘은 깊이 파고들어 본질에 다가가려는 행위를 일컫는다고 합니다. [주말의 디깅]은 한가지 이슈를 깊게 파서 주말 아침,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 기사를 계속 받아보시려면 기자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email protected] 성민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