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5일제 도입 논의와 현실적 과제

주4.5일제 도입 논의와 현실적 과제

주4.5일제의 도입 논의와 유형, 장단점, 쟁점까지 총정리

주4.5일제 도입 논의 배경

그래픽=국회도서관(자료 : OECD)
그래픽=국회도서관(자료 : OECD)

한국은 여전히 근로시간이 세계 최상위권에 속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872시간으로, 이는 독일 등 주요 선진국보다 400~500시간 이상 긴 수준입니다.

그러나 긴 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노동생산성은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0.9달러 수준으로, 미국(83.6달러), 독일(83.2달러), 프랑스(81.8달러)에 크게 못 미칩니다. '많이 일하지만 효율은 떨어진다'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이에 단순히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근로시간 속에서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한국 노동시간 #노동생산성 #과로사회

일러스트=연합뉴스
일러스트=연합뉴스

노동시간 문제는 단순히 기업의 경영 효율이나 생산성 지표에 그치지 않습니다. 개인의 삶의 질, 나아가 국가 인구 구조와도 직결됩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 전반에서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요구가 크게 확산됐습니다. 장시간 노동은 자기계발, 가정생활, 여가를 제약하며 젊은 세대의 결혼·출산 기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긴 근로시간이 출산율 하락의 주요 요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OECD 평균보다 긴 노동시간을 유지하는 한, 출산과 육아에 필요한 시간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주4.5일제 도입 논의는 단순히 근로자의 피로를 줄이는 차원을 넘어 국가적 저출산 문제 해결과 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해법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워라밸 #일과 삶의 균형 #저출산 이유

정치권과 정부 역시 변화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주4.5일제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이자 대선 공약으로 포함돼 있으며,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을 출범시켰습니다. 추진단은 내년부터 주4.5일제 시범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범사업은 공공기관 일부와 민간기업 자율 참여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정부는 장시간 근로 문제를 개선하고 새로운 근무제 모델을 실험함으로써 제도화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시범사업이 공공부문 위주로 진행될 경우 민간 기업, 특히 중소기업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됩니다. 정책이 선언적 수준에 머물지 않고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재정 지원, 제도 설계, 업종별 현실 반영 등 복합적인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주4.5일제 #주4일제 #근무시간 단축

주4.5일제의 대표적인 유형

퇴근길 만원 지하철. 사진=연합뉴스
퇴근길 만원 지하철. 사진=연합뉴스

가장 보편적으로 거론되는 형태는 '금요일 반일 근무제'입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기존과 동일하게 근무하고, 금요일에는 오전에만 절반 근무를 한 뒤 오후에는 휴식하는 방식입니다. 이 제도의 장점은 매주 금요일 오후가 고정된 휴식시간으로 확보된다는 점입니다. 주말이 실질적으로 길어지면서 근로자 입장에서는 짧은 여행, 여가 활동, 자기계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익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습니다. 여전히 매주 5일간 출퇴근을 해야 하고, 실제 근무시간은 하루 4시간 줄어드는 것에 불과해 피로도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장거리 출퇴근자에게는 반나절만 근무하더라도 왕복 출근 시간은 동일하게 소요되므로 실질적인 편익이 떨어집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방식이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제도일 뿐, 노동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힘은 약하다"고 지적합니다.
#주4.5일제 시행 유형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또 다른 형태는 '격주 단축 근무제'입니다. 격주로 금요일 하루를 통째로 쉬게 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2주에 한 번 주4일제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한 달에 이틀 정도는 금요일을 포함한 3일 연속 휴식을 보장받을 수 있어 체감 효과가 큽니다. 장거리 여행이나 가족과의 시간을 계획하기에도 유리합니다. 또한 출퇴근 횟수를 월 2회 줄이는 효과가 있어 교통비와 시간 절약 측면에서도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특정 주에는 인력 공백이 하루 전체로 발생하기 때문에 생산·서비스 운영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이나 업종별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어떻게 조율할지도 중요한 과제로 꼽힙니다. 전문가들은 격주 단축이 "실질적인 휴식 체감은 크지만 기업 운영의 불확실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합니다.
#주4.5일제 단축근무

주4.5일제의 현실적 과제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모든 산업과 직종에 동일하게 주4.5일제를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IT, 디자인, 콘텐츠 기획 등 디지털 직군은 업무 성격상 재택근무나 유연근무제 전환이 쉽고, 근무일 단축으로 인한 공백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러나 제조업, 물류업, 서비스업, 돌봄업 등 현장 근무가 필수적인 산업은 하루의 공백이 곧바로 생산·서비스 차질로 이어집니다. 공장 설비 가동률과 교대 근무 인력 운영이 직결되는 제조업은 근무일 단축 시 생산일수 감소와 장비 비가동률 증가라는 문제에 직면합니다. 병원, 돌봄시설, 유통점포 등은 365일 운영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추가 인력 충원 없이 근무일을 줄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동일한 제도가 오히려 산업 간·기업 규모 간 격차를 확대시키고, 특히 인력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만 구조적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주4.5일제 쟁점 #주4.5일제 도입 불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근무일만 줄어들고 업무량이 그대로라면 현실에서는 오히려 압축 근무로 인한 부담이 커집니다. 남은 4일간 더 높은 집중력과 효율성을 요구받게 되며, 성과 중심 조직일수록 이 압박이 크게 나타납니다.

실제로 일부 기업에서 시범 도입된 주4일제 사례에서는 "업무 밀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피로도가 오히려 늘었다"는 근로자 피드백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특히 프로젝트 중심 직무, 일정 조정이 어려운 직종은 단축된 시간 안에 결과물을 내야 하는 압박이 강합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효율 개선처럼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근로자의 스트레스와 번아웃 가능성을 높여 조직 전반의 생산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추진된 제도가 오히려 '성과 압박 강화'로 귀결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제도 설계가 요구됩니다.
#주4.5일제 쟁점 #압축 근무 #노동자 건강

사진=뉴스1
사진=뉴스1

근로시간 단축이 긍정적인 효과를 내려면 생산성 향상 전략이 반드시 병행돼야 합니다. 업무 프로세스 혁신, 디지털 자동화, 협업 구조 개선 등 근본적 변화 없이 단순히 근무일수만 줄이면 기업 활동 전반에 왜곡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인건비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이 산업의 뼈대를 차지하고 있는데,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인건비와 고정비 증가는 이들에게 직격탄이 됩니다.

실제로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주요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근무일수를 줄이는 정책이 무리하게 추진되면 투자 위축, 채용 축소, 국내 고용환경 경직성 심화 등 연쇄적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기업의 해외 이전, 국내외 투자자 신뢰 약화라는 경제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근무일 단축과 함께 생산성 제고 대책, 중소기업 지원책이 병행돼야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노동 생산성 #고용 유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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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택배노동 과로 방지"…노동차관, CJ·쿠팡·롯데택배 등에 물량조정·인력지원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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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고용노동부가 주요 택배기업과 만나 추석 기간 택배노동자 과로방지를 당부했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25일 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에서 주요 택배·물류업체 최고안전책임자(CSO)를 만나 "이번 추석에는 평시 대비 약 13.5%의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같은 방안을 논의·공유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은 CJ대한통운, 한진, 쿠팡CFS, 쿠팡CLS,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이다. 노동부는 주요 택배기업에 작업환경 개선을 제시했다. △작업시간-휴게시간 적정 관리 △물량 증가에 따른 인력 지원 △건강진단 지원 △신규자 업무 적응 프로그램 마련 △적절한 휴게시설 확보 등이다. 노동부는 향후 추석 연휴를 전후로 택배노동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환경을 살펴볼 계획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들도 연휴 대비 과로방지 방안과 사례를 발표했다. △연속 근무 제한(작업시간 관리) △집하 제한(노동자 휴무 보장) △필요 인력 추가 투입 △무인운반차(AGV) 등 자동화 설비 도입 등이다. 권 차관은 "택배노동자 과로방지의 핵심은 작업시간 및 강도 경감에 있다"며 "물량 조정과 추가적인 인력 지원 등 각사에서 수립한 방안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안전은 더 이상 기업의 부담이 아닌 브랜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며 "현장의 안전을 위해서도 더욱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김준혁 기자

'PC오프제'에도 초과 근무로 과로사한 은행원...法 "업무상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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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추가근무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업무용 PC 오프제'를 시행하던 은행에서 과로로 숨진 38세의 은행원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이주영 부장판사)는 은행원 A씨의 부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12년 B은행에 입사해 2023년 1월부터 기업 여신 심사 업무를 맡았다. 같은 해 3월 26일 골프 연습을 위해 연습장을 찾았다가, 오후 2시께 주차된 차량 운전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나이 38세인 A씨의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이었다. 급성심근경색은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질환으로, 장시간 근로가 주요 위험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A씨의 부모는 사망이 과로와 스트레스에 따른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신청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2024년 1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며 부지급 결정을 내렸다. 이에 유족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만성적인 과로 또는 업무와 관련한 스트레스가 급성심근경색 발병에 기여했거나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켜 그 결과 고인이 사망했다"며 "고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단은 A씨의 업무용 PC 로그기록을 기준으로 사망 전 12주 동안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을 46시간 24분으로 산정했다. 당시 은행에는 직원 출입 시각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고, 공단은 업무용 PC의 전원이 꺼진 시간을 기준으로 근무시간을 계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업무용 PC는 평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만 사용할 수 있고, 그 외 시간에는 연장사용 승인을 받아야 했다"며 업무 종료시간에 맞춰 PC 사용을 제한하는 PC오프제로 인해 근무 시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또 연장 사용 승인은 번거롭고 주당 12시간 한도라는 제약이 있어 직원들이 외부망 PC나 개인 노트북을 통해 업무를 하는 경우 등을 언급하며 "A씨가 업무용 PC 사용 시간에만 업무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A씨가 맡은 업무의 특성 역시 스트레스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됐다. 실제 그는 사망 직전 5건의 여신 심사를 불승인했는데, 재판부는 주변 동료들의 진술 등을 고려해 "영업점에 여신 불승인 통보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email protected] 최은솔 기자

'복잡해진 보고서 양식'에 과로사한 소방관리사...法 "업무상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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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업무보고서 양식 변경으로 업무 강도가 높아져 과로로 사망한 소방관리사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지난 4월 25일 고(故) A씨의 배우자 B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소방관리사로 근무하다 2021년 4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심장사'로 추정됐다. B씨는 남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신청했지만, 공단은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2022년 12월 부지급 결정을 내렸다. 이에 B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사망이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A씨가 법률상 기준에 미치지는 않더라도 당시 변경된 근무상황과 과로 정황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A씨의 사망 전 1주간 업무시간은 12주간 평균 업무시간보다 21%가량 증가했는바, 이 사건 고시에서 정한 단기적 과로 기준(업무량 30% 증가)에 약간 미달하는 정도로 업무량이 확연히 증가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 "A씨는 평소에도 출장 점검을 마친 후 사무실로 복귀해 추가로 2시간가량 서류 업무를 한 후 오후 8시 정도에 퇴근했고 야근이 매우 잦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망인의 실제 업무시간은 피고가 산정한 것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특히 B씨의 업무 강도가 높아진 점도 강조됐다. 재판부는 "2021년 4월 소방 관련 법령이 개정돼 망인이 작성해야 하는 보고서가 '소방시설 등 자체점검 실시 결과 보고서'로 변경되면서 점검 항목과 작성 항목이 모두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망인의 근무 환경 변화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워도, 유의미할 정도로 망인의 업무적인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이외에도 같은 사업장에서 기존에 근무하던 두 명의 소방관리사 역시 관련 업무를 수행하다 퇴사했고, 이로 인해 A씨에게 업무가 집중됐다는 점도 함께 고려했다. 또 A씨가 사망 전날 업체 대표와 주말 출장 업무를 두고 언쟁을 벌였던 정황 등을 볼 때, 해당 추가 근무는 정신적으로 큰 부담이 될 만큼 이례적인 상황이었다고 봤다.   [email protected] 최은솔 기자

사망한 40대 쿠팡기사 "개처럼 뛰고 있어요"…과로사였나

사망한 40대 쿠팡기사 "개처럼 뛰고 있어요"…과로사였나

[파이낸셜뉴스] 쿠팡 심야 로켓배송을 해오던 40대 택배 기사가 지난달 사망한 가운데 과로사 의혹이 제기됐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대책위)와 고(故) 정슬기씨 유족은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CLS 남양주2캠프 G대리점에서 일했던 고인이 과로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작년 3월부터 쿠팡 퀵플렉스 기사로 일해온 고인은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 남양주 자택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병원에서 밝힌 사인은 심실세동과 심근경색 의증으로, 대표적 과로사 원인인 뇌심혈관계 질환이라고 대책위는 설명했다. 고인은 평소 오후 8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하루 약 10시간 30분, 주 6일 근무해 주 평균 노동시간은 63시간(야간근무 30% 할증 시 77시간)이었다. 대책위는 "쿠팡CLS와 영업점 간 계약에 따라 아침 7시까지 배송 완료를 지키지 못하면 지연 배송으로 영업점 계약이 해지되거나 구역을 회수당할 수 있다"며 "쿠팡의 로켓배송 시스템이 만든 죽음"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간 쿠팡 측은 숨진 택배 기사들과 관련해 '자사 소속 직원이 아니다'는 취지로 설명해왔으나, 대책위는 고인이 쿠팡CLS 직원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받기도 했다며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쿠팡CLS 직원은 카톡에서 "슬기님 6시전에는 끝나실까요. ○○님(동료 배송기사) 어마어마하게 남았네요"라고 하자 고인은 "최대한 하고 있어요. 아파트라 빨리 안되네요"라고 답하고, 이에 또 직원이 "네 부탁드립니다 달려주십쇼 ㅠ"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라고 답한다. 회견에 참여한 고인의 아버지 정금석 씨는 "제 아들은 무릎이 닳아서 없어질 것 같다고 호소했다. 자신이 '개 같이 일하고 있다'고 표현한 아들을 생각하면 아비는 가슴이 찢어진다"며 "사람을 사람답게 여기지 않는 기업의 횡포가 제 아들을 죽음의 길로 몰아넣었다"고 토로했다. 쿠팡 측은 "택배 기사의 업무 시간과 업무량은 배송업체와 기사 간 협의에 따라 결정된다"며 "쿠팡CLS는 택배 기사의 업무가 과도하지 않도록 국토교통부 표준계약서에 명시된 주 작업 일수와 작업 시간에 따라 관리해 줄 것을 배송업체에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mail protected] 김주리 기자

"노조, 함부로 말하지 말라" 유족 호소에도..택배노조, 또 과로사 주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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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최근 택배 배송지에서 숨진 60대 택배기사의 죽음을 놓고 택배노조의 '과로사' 주장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유가족이 "노조와 정치권은 고인을 함부로 말아 달라"고 호소한 지 하루 만에 택배노조가 재차 "해당 택배기사는 과로사로 숨졌다"고 나선 것을 두고 노조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택배업무 중 숨진 A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 국입과학수사연구원이 '심장 비대 질병'이라고 구두 의견을 밝혔다. 의학적 소견으로 기저질환과 유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과로사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택배노조는 계속해서 '명백한 과로사'로 상황을 몰고 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택배노조는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지난 13일 새벽에 사망한 쿠팡 택배기사는 명백한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 13일 A씨가 숨진지 불과 10시간 만에 "과로사로 추정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3일 만에 또다시 과로사 주장을 들고 나선 것이다. 앞서 13일 오전 4시쯤 택배기사 A씨는 경기 군포시의 한 배송지에서 숨졌고 "고혈압 등 지병이 있었다"는 유족 진술을 토대로 국과수에서 부검했다. 그 결과 A씨의 심장은 정상치의 2배 이상으로 비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경찰은 "사망 원인을 질환으로 보고 내사로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의학계의 판단도 과로사와는 거리가 멀다. A대 심장내과 교수는 “통상적인 심장비대 환자는 심장이 10~15% 정도 커져있어야 하는데, A씨의 경우 심장이 정상 수준의 2배 이상인 800g라는 점에서 단순히 고혈압을 넘어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유전성 ‘비후성 심근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며 “심근경색을 앓아왔다는 것은 오랜 기간 심부전 기저질환의 영향으로 심장비대가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부검 결과가 나와야 겠지만, 단순 1년 근무로 인한 과로사로 단정할 수 없고 수십년간의 유전질환과 다년간의 기저질환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른 서울시내 주요 전문의 사이에서도 “과로사로 보기 어려운 수준으로 고혈압 등 기저질환과 유전적 요인 등이 다양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확실한 부검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국과수 구두 소견만으로 ‘과로사’로 단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장비대증이 진행된 수준이 심각하고, 무엇보다 정식 부검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A씨는 쿠팡의 물류배송 자회사인 CLS와 위탁 계약한 물류 업체 소속으로 약 1년간 일해왔으며, 독립적으로 업무시간과 양을 정할 수 있는 개인 사업자 신분이다. 쿠팡에 따르면 A씨는 주 평균 52시간 일했고, 평균 배송 물량 또한 통상적인 수준을 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노조는 "A씨가 숨진 이유는 전형적인 과로사이자 뇌심혈관 질환 증상"이라며 "부검 결과 과로사에 대한 추정이 틀리지 않았음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쿠팡측은 입장문을 통해 허위 사실을 주장하는 택배노조에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쿠팡은 택배노조의 주장에 대해 "고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달라는 유가족의 호소와 심장 비대로 인한 국과수의 1차 부검 소견에도 불구하고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악의적 비난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대한 비판 여론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A씨 유족들도 "노조와 정치권이 고인 죽음을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한 바 있기 때문이다. A씨의 아들은 지난 15일 전문배송업체 B물산에 "아버님은 어머님과 자녀에게 성실한 가장이셨다"며 "아버님의 장례 중에도 불구하고 노조와 정치권이 함부로 말하고 언론에 유포되는 것은 고인을 잘 보내 드려야 하는 가족에게 아픔"이라는 내용을 문자를 보냈다. 그러면서 "노조와 정치권은 고인의 죽음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았으면 한다"며 "장례 중에 제가 나서서 이야기하는 것도(언론보도 등을)원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