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 2023년 학폭 근절을 위한 대책으로 2026학년도 입시부터 학폭 기록을 입시에 의무 반영하도록 했습니다. 대학들은 이에 앞서 2025학년도 입시에서부터 자율적으로 학폭 기록에 따라 감점 조치했는데요. 이에 따라 학폭 가해 이력이 있는 지원자 4명 중 3명이 불합격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교육부로부터 받은 '2025학년도 대입 전형 내 학교폭력 조치사항 반영 현황' 에 따르면 국내 4년제 대학 193곳 중 자료를 제출한 134개 대학 가운데 절반 가량인 61곳이 학폭 이력을 반영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들 대학에서 접수된 397명 가운데 298명, 전체의 75%이 학폭 이력때문에 불합격 처리됐습니다.
지원 전형으로 살펴보면 수시 지원자 370명 중 272명, 정시 지원자는 27명 중 1명을 제외한 26명이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학별로 살펴보면 계명대가 43명 중 38명으로 가장 많이 탈락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북대는 23명 중 22명, 경기대는 20명 중 19명의 지원자가 학폭 이력으로 불합격하며 뒤를 이었습니다.
서울 주요 대학에서도 불합격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서울대는 정시에서 2명, 연세대와 성균관대는 수시에서 각각 3명과 6명이 학폭 이력으로 감점을 받아 최종 불합격했습니다. 이밖에도 한양대(12명), 서울시립대(10명), 경희대(6명), 건국대(6명), 동국대(9명)에서 불합격자가 나왔습니다.
정순신 변호사가 지난해 10월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부 등 국정감사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 쓰는 모습. 사진=뉴시스
'더 글로리'로 인해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기름을 부은 것이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건이었습니다.
2023년 2월, 정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다음날 아들 정씨가 학교폭력으로 중징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대에 입학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 변호사가 집요하게 소송을 벌여 정씨가 졸업하기 전에 학폭 기록을 삭제했다는 사실과 함께, 정씨가 서울대에 합격할 당시 학폭 사건으로 받은 불이익이 수능성적 2점 감점에 불과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습니다.
이후 교육부는 2026년부터 모든 대학에 학교폭력 조치 사항 반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학폭 기록을 생활기록부에 남기는 기간 역시 2년에서 4년으로 늘려, 대입 시기를 최대한 늦추더라도 피해갈 수 없게 하는 등의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학폭 이력이 실제 불합격으로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사춘기 시절의 실수를 이유로 대학 진학을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도 제기됐습니다.
지난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폭 가해자 입학 취소가 과연 옳은 일일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작성자는 "당장은 통쾌하다는 기분이 들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명한 판단인지는 의문이 든다"며 "사춘기 시절 남학생들의 주먹다짐까지 모두 학폭으로 낙인찍고 대입까지 불이익을 주는 건 갱생의 여지를 너무 일찍 차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누리꾼들은 "왜 가해자를 옹호하느냐", "학폭 하면 인생 망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피해자 입장을 먼저 생각하라"이라는 댓글이 달며 분노했습니다.
일부에서는 "대학교 입시에서는 학폭을 엄격히 반영하면서, 고등학교 입시에서는 제재 규정이 없다"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근 충북체육고등학교가 후배를 지속적으로 괴롭혀 사회봉사(4호) 처분을 받은 중학생을 펜싱부 특기생으로 선발하면서 논란이 일었는데요.
당시 충북체고는 도교육청 고입 체육특기자 선발기준에 학폭 처벌을 받은 학생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고, 이미 입학요강과 합격자 발표가 난 만큼 A군의 입학을 제한할 방법이 없다고 해명해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후 충북체고는 2027학년도부터 학폭 가해 학생에 대한 입시 불이익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학폭 이슈에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학생들 사이 갈등 상황에서 "학폭으로 신고해 버린다"는 말이 일종의 협박 수단처럼 쓰이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단순한 다툼까지 학폭 절차로 회부되고 있어 정작 중대한 사안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최근 한 중학교에서는 가해 학생이 '학폭 피해로 숨진 학생의 귀신이 등장한다'는 설정의 뮤지컬 대본을 쓰고 피해 학생에게 '귀신 역할' 연기를 강요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습니다. 이처럼 잘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심리적 조롱과 압박을 가하는 신종 괴롭힘이 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