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금융쇼크’ 해법 없나] (중) 기업,실물경제 해법 찾을 때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8 22:10

수정 2014.11.05 11:43



“탁상경제 이론보단 실물경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각 기업들이 정부 대책과 경제연구소들이 내놓는 탁상 보고서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실물경제 해법 찾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국내 경제의 탄탄함을 주장해온 정부와 국내 민간경제연구소의 전반적인 평가와 달리 ‘9월 위기설’에 맞물린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 붕괴와 함께 환율 급등으로 시장의 신뢰도가 크게 실추된 데서 비롯됐다.

게다가 ‘키코’ 사태로 인한 중소기업의 환율 대비책 실패로 중소기업 부설 연구소들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져 더 이상 탁상 경제이론에 의존한 대책 마련이 무의미해졌다.

8일 A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거시경제담당자가 환율 대비책, 유동성 확보책 등에 대해 간간이 얘기해 주지만 달러 확보 등의 일반적인 답변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은 다른 경제연구소들도 마찬가지”라며 대안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결국 산업계는 정부정책이나 연구원 보고서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단 실물경제에 눈이 밝은 기업 총수나 대표들이 직접 나서 업종별 특성에 맞는 금융위기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독립경영체제 출범 3개월을 맞은 삼성 사장단협의회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주재로 25∼30명의 주요 계열사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를 통해 금융시장에 대한 자체 모니터링 강화를 이달 들어 두 차례나 결의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 7일 임원회의에서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때 리스크에 대비할 뿐만 아니라 성장 정체를 타개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해 달라”며 각 계열사 경영진 300여명에게 직접 금융 위기 대비책 마련을 주문했다.

삼성과 LG가 이끄는 국내 주력 수출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경우 그동안의 대량 물량 공세에서 벗어나 고수익 위주의 제품 생산 및 수출을 해야 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기아차는 현재 달러 유동성으로 인한 어려움은 없지만 최근 환율 상황이 불안정한 만큼 원화와 달러 보유고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현대·기아차가 달러화 및 엔화의 강세를 역이용해 글로벌시장에서 일본 자동차를 앞지를 수 있는 비책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위기가 기회’라는 것이다.

신용도가 좋은 일부 대기업들과 달리 은행이 달러를 공급하지 않아 어려움에 봉착한 기업들은 수출 확대와 단기실적 개선 등을 통한 은행신용도 쌓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섬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무역 거래 건이 많은데 은행에서 기업들에 달러를 주지 않는다”면서 “대기업들도 한 달 이내 단기자금 정도만 겨우 겨우 받는 형편인데 평소에 은행과 든든한 신용 관계를 구축해 놓지 않은 기업들은 아예 달러를 받지도 못하는 실정”이라며 은행과 관계 개선에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해외 수입이 많은 정유업체와 철강업체들은 효율적인 원자재 달러 구매가 필요하다.


포스코는 100% 수입에 의존하는 철광석, 유연탄 등 주원료 구입비용이 고환율의 영향을 최대한 작게 받도록 하기 위해 제품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있다가 이를 원료 수입 대금으로 바로 지불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들의 ‘초(超) 양극화’를 막기 위한 노력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유동성이 넉넉한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상태에서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의 틈을 타 공격적인 시장 탈취를 할 수도 있지만 취약한 중견·중소기업은 수출 감소와 실적 악화로 무더기 도산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는 것.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실물경제가 추락하는 상황에서 유동성이 부실한 수출기업들이 살아 남기 위해선 업체간 통합 또는 전략적 제휴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