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시대 농어촌에 길을 묻다] (5·끝) 식량확보, 국가의 존망이 걸렸다](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12/11/27/201211271659368968_l.jpg)
농업은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음에도 시장 규모가 확대되지 못해 침체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종자 등 생명산업에 눈을 돌려 농업의 고부가가치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흑색 방울토마토 종자 1g 가격은 약 7만5000원으로 이날 기준 금값인 6만1000원보다 비싸 종자산업이 향후 농어촌 경제활력의 추진체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인도 등의 지속적인 인구 증가와 기후변화로 인한 종자·종축·종어의 공급 및 수요환경이 급변해 우리나라의 식량안보와 종자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위기감도 종자산업 육성의 필요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정부가 올해부터 10년간 추진하는 골든시드(Golden Seed) 프로젝트는 정보기술시대 이후의 생명산업시대를 맞아 과거 반도체사업과 같은 한국경제의 먹거리로 확보하는 한편 애그플레이션(곡물가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에 대비하는 관점에서 큰 중요성을 지닌다.
■20년 후 수출 50억달러 예고
우리나라의 품종개발이 미흡한 사이 인수합병 등을 통해 국내 종자시장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할 품종보호대상작물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날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998년 27건이던 품종보호대상작물은 2003년 113건, 2008년 223건으로 늘다가 올해에는 전 품종으로 확대돼 외국도입 품종 또는 신품종 재배 시 농민들은 이를 유념해야 한다.
'골든시드 프로젝트'는 금보다 비싼 종자개발을 목표로 농림수산식품부, 농촌진흥청, 산림청이 공동으로 기획한 사업으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4911억원을 투입해 고부가가치 종자를 발굴하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수출전략품종을 20개 이상 개발하고 종자수출 2억달러를 목표로 한다는 구상이다.
계획 중 1단계 5년은 벼, 감자, 옥수수, 고추, 배추, 수박, 넙치, 전복 등은 글로벌 수출 전략형 종자로 키우고 나머지 2단계 5년에서는 돼지, 닭, 양배추, 토마토, 백합, 김 등을 품종보호 전략 종자로 지정해 2030년 종자수출 5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기존 종자산업의 정부의존도가 컸던 것에 대한 보완책으로 총 사업비 중 926억원을 민간에서 조달하는 민간 주도의 대형 프로젝트로 추진된다. 이를 통해 정부는 농식품 펀드 출자를 통해 자기책임을 강화하고 민간 투자를 활성화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품종에 대한 특화된 전문종자기업을 키워나갈 방침이다.
이준원 농식품부 농업정책국장은 "전자산업의 부품소재인 반도체와 같이 종자산업은 농업의 핵심부품 소재산업"이라며 "종자산업은 미래 식량안보를 결정하는 국가 생명인 만큼 종자산업의 경쟁력 없이 농업경쟁력 강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임용표 충남대 교수는 "농업의 개념과 정책이 바로 서야 하고 대형 연구개발(R&D)도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의약분야에서 임상 병원시스템 등이 존재해야 하듯 농업도 그런 기반이 필요하다"며 "유전자변형농산물(GMO)환경위해성센터 설립, 타깃이 명확한 품종개량 등 국가적 시스템과 방향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영세한 국내업체 규모 키워야
현재 골든시드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영세한 내수산업을 해결하는 데 달려 있다. 국내 종자업 등록업체 수는 지난 1998년 332업체에서 2009년 819업체로 2.5배 증가했지만 여전히 영세 소규모 생산·판매업체 중심으로 유전자원 관리·육성 능력을 갖춘 전문업체는 소수에 불과하다.
27일 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170여개 채소종자 업체 중 상위 10개 업체가 전체 업체매출의 81.5%를 차지해 나머지 160여개 업체의 규모가 영세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영세업체의 난립은 종자가격 덤핑, 종자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배상능력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또 규모가 영세해 현대적 경영기법을 도입하기 어렵고 투명성 확보도 미흡해 종자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글로벌 종자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박기환 KREI 연구위원은 "소수 글로벌 종자기업이 전 세계 농업생산에 필요한 종자 대부분을 공급해 종자대란으로 인한 식량위기 위험성이 높다"며 "국내 종자기업 육성은 상당히 중요한 과제로 종자생산 실패와 농산물 가격폭등 등에 대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정부가 2020년까지 추진 중인 골든시드 프로젝트와 기후변화 대응 R&D 등 대형 프로젝트에 종자업체에 대한 민간투자를 추진하고 대형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지난해 2300억원 규모의 농식품 모태펀드를 조성한 데 이어 올해까지 3300억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또 아시아국가를 대상으로 종자시장 조사 및 수출품종 시범농장 설치에 올해 24억원을 배정하고 수출시장 확대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신태영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종자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산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도 국내에서 시작한 기업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지 않으면 자칫 신기루를 좇을 수 있다"고 말했다.
lionking@fnnews.com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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