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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지 않는 美, 간보기 실패한 北… 추가도발 카드 꺼낼까[스톡홀름 '노딜' 후폭풍]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7 17:29

수정 2019.10.07 17:29

北 연말까지로 협상시한 못박아
美 더 큰 유연성 안 보이면
비핵화 끌어내기 어려울 듯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닛폰TV 캡처 뉴스1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닛폰TV 캡처 뉴스1
7개월 만에 가까스로 열린 북·미 실무협상이 '노딜'로 끝나며 비핵화와 3차 북·미 정상회담 모두 빨간불이 켜졌다. 서로의 패만 확인했을 뿐 근본적 견해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미 대화가 비핵화의 새로운 국면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특히 북한이 미국측 제안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연말께 다시 보자고 한 만큼 후속협상이 속도를 내기도 어려운 것으로 관측됐다.

■'간보기' 실패…협상진전 난항

7일 전문가들은 이번 실무협상 결렬이 향후 비핵화 진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비핵화 큰 틀에서 북·미 의견이 충돌해 갈등하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미의 입장차가 큰 상황에서 2주 뒤에 실무협상은 이뤄지더라도 의제를 진전시킬 수 없고, 북한도 현 상황에서 미국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 한 이를 받아들일 리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북한이 연말까지는 기다려본다고 했으니 12월 중 실무협상에 응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도 '지켜보자'는 반응만 보일 정도로 다급한 만큼 미국 측이 차기 협상에서는 더 유연한 카드를 내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금보다 북한의 기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우정엽 세종연구원 미국연구실장은 "미국도, 북한도 하노이 담판 당시와 비교해서 달라진 바가 없다는 것이 이번 실무협상 결렬에서 밝혀졌기 때문에 비핵화가 향후 긍정적으로 흘러가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원하는 방향대로 생각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에 양측이 일정 부분 양보하지 않는다면 비핵화 전망은 시한에 관계없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 추가도발로 압박강도 높일까

문제는 미국측 협상 태도와 방식에 큰 불만을 나타낸 북한이 이번 회담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면서 추가도발을 위한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는 아니더라도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미국이 어떻게 성의를 보이냐에 따라 ICBM 발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북측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의 발언은 그냥 넘길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ICBM 발사는 협상 틀을 깰 수 있는 '금도'를 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도 이 정도 무기를 시험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대미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사거리 1500~2500㎞ 수준의 탄도미사일 실험을 할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실무협상 개시 직전 SLBM을 쏘며 한·미 당국을 긴장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향후 대화국면에서 미국을 압박하고 자신들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무력도발을 재차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당장의 추가도발보다는 일정 기간 냉각기를 갖고 미국의 태도 변화를 보고 거기에 맞춰 도발 수위를 정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북한이 당분간은 고강도 도발 대신 미국의 태도변화를 관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 단계의 압박을 위해서는 ICBM이나 중장거리 미사일 카드를 꺼내야 하는데, 이를 감행해버리면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최후통첩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조 연구위원은 "한동안은 도발 국면을 멈추고, 협상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위기상황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관측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강중모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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