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병 치료제 모운자로와 다이어트약 젭바운드로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제약사가 된 미국 일라이릴리가 17일(현지시간) 대형 사고(?)를 쳤다.
릴리는 현재 개발 중인 먹는 당뇨병 치료제이자 다이어트약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이 임상 3상 시험을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오포글리프론은 젭바운드, 모운자로, 또 경쟁사인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오젬픽처럼 혈당과 식욕을 통제하는 호르몬인 GLP-1 계열 약물이다.
기존 GLP-1 계열 약물은 모두 주사제이지만 릴리는 세계 최초로 먹는 GLP-1 계열 당뇨병 치료제이자 다이어트약인 오포글리프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용도가 점점 확장돼 현대의 만병통치약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 GLP-1 계열 약물을 주사제가 아닌 먹는 알약으로 개발한 것은 제약 업계의 판도를 바꿀 혁명으로 간주된다.
릴리가 시판 중인 다이어트약 젭바운드는 1주일에 한 번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이번에 임상시험을 통과한 오포글리프론은 하루에 한 알씩 먹으면 되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
특히 바늘 공포가 있는 이들에게 희소식이다.
안전성과 효과도 모두 우수했다.
릴리에 따르면 임상 3상 시험에서 오포글리프론은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효율성 결과”를 냈고, 이미 시판 중인 주사제 다이어트약과 같은 정도의 안전성도 확보했다.
다이어트 약은 주사제가 아닌 경구용으로 만들 경우 체내에서 소화가 돼 효과가 없다. 그러나 릴리는 이 벽을 뚫었다.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고용량을 복용한 임상시험 대상자들은 복용 40주 뒤 평균 약 7.25kg(16파운드) 체중이 줄었다. 본인 체중의 7.9% 감량효과가 있었다. 이는 당초 릴리가 초기 임상시험 결과 뒤 공개했던 4~7% 체중 감량보다 높은 효과다.
다만 혈당관리에서는 경쟁사인 노보의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에 비해 약간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포글리프론 복용 뒤에는 혈당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헤모글로빈 A1c가 평균 1.3~1.6% 낮아졌다. 오젬픽은 2% 가까이 낮춰준다.
그렇지만 오포글리프론 임상시험 통과는 엄청난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증권은 이날 분석노트에서 오포글리프론이 체중감량, 혈당관리, 복용내성(tolerability), 안전성이라는 4가지 기준을 모두 통과했다고 극찬했다.
BofA증권은 메스꺼움, 구토와 같은 부작용으로 고용량을 복용한 임상시험 대상자 8%가 중간에 복용을 멈췄지만 이 정도면 복용내성이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간 손상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은 없었다면서 안전성도 충분히 확보됐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 정도면 최선의 시나리오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제약 업계의 판도를 바꿀만한 혁명적인 먹는 다이어트약, 당뇨병치료제 임상시험 통과라는 업적을 세운 릴리에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릴리는 이날 마감을 약 40분 앞두고 114.82달러(15.62%) 폭등한 849.72달러로 치솟았다.
반면 경쟁사 노보는 미 증권예탁원증서(ADR)가 4.70달러(7.47%) 폭락한 58.18달러로 추락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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