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통일부는 그간 정권 변화나 남북관계의 부침에 따라 그 위상과 역할의 진폭이 심했다. 최근에는 변화된 정세에 따라 통일부의 이름에서 '통일'을 빼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통일부의 역사와 함께, 통일부의 명칭 변경에 대한 찬성, 반대 주장과 그 논리를 짚어본다.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통일'을 강조하면 '평화'가 안 되는 것처럼 인식하는 흐름이 있는데, 잘못된 판단이다.
통일과 대한민국의 국가성은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은 남북 간 화해·협력·평화를 위해 통일을 미루거나 통일부의 이름을 바꾸자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홍 전 장관은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에서 가진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남북 대화나 교류가 통일 추진이라는 정부의 기조 때문에 진행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통일은 대한민국의 헌법에 명시된 지속적인 가치이자 화두로, 우리가 추진해야 할 장기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평화와 통일을 갈라치기"하는 흐름을 경계하고 현재 통일부가 집중해야 할 것은 이름을 바꾸는 것이 아닌 변화한 정세를 반영한 다각적인 남북관계 해법의 시나리오 구상을 통해 남북 간 대화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홍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통일부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반대다. 통일부 이름을 바꿀 이유가 전혀 없다. 통일은 헌법적인 의무이다. 현행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66조 3항에는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다. 우리 헌법이 명확하게, 통일을 국가의 임무로 부여한 것이다. 다른 분야에선 헌법에 반영된 이렇게 명확한 임무가 없지 않나, 그만큼 통일이라는 가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된 정세를 반영하고 통일을 위해 우선 남북 평화나 교류·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3단계로 이뤄진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서도 1단계에서 화해·협력 단계를 거쳐야 하고, 통일하기 전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명시됐다. 이를 시작으로 통일이라는 국가적·민족적 과제와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는 같이 추구돼 왔다. 갑자기 이를 갈라치기 하려는 것이 오히려 문제다. 통일 때문에 평화가 오지 않는 것처럼, 통일을 앞세우면 대화와 협력이 안 되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결국은 통일이 목표라면, 통일부의 명칭 변경이 '갈라치기'라고 할 수 있나.
▶남북관계 역사을 보면, 통일을 앞세운다고 해서 대화나 화해·협력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평화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모든 사람이 통일을 얘기해도 남북대화는 있었고, 상당한 평화적 교류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2000년에 발표한 6·15 공동성명에도 1항과 2항에 '통일'이 언급된다. 통일은 남북 모두의 장기적 화두고, 그 속에서 화해·협력이 이뤄지기도 하고, 평화와 대화가 끊기기도 해 온 것이다. 통일이라는 전제 안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는 것이지, 통일을 앞세워서 평화가 오지 않는다는 '인과관계'는 찾아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화해·협력·평화를 위해 통일을 이야기하지 말고, 통일부 명칭을 바꾸자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화해·협력·평화와 통일은 늘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얘기인가.
▶늘 공존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흘러왔다. 바뀐 정세에서도 어떻게 남북관계를 잘 이어가고 평화를 만들지를 생각해야지, 통일부 명칭에서 '통일'을 없앤다고 남북관계가 좋아진다는 논리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통일을 '흡수통일'로 생각해 될 일도 안되니, 일단 이를 피하자는 시각도 있다.
▶북한 입장에선 독일 통일을 하나의 모델로 상정해 우리가 말하는 통일이 '흡수통일'이거나 '북한 붕괴론'에 근거하고 있다는 우려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북한이 대화에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북한이 오해할 수 있으니, 통일을 뒤로 미루거나 명칭에서 뺐으면 좋으면 좋겠다는 것은 너무 북한을 의식한 발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만일 북한이 다시 통일을 들고나온다면, 우리는 또 부처의 이름을 바꾸면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인가.
-통일부에서 '통일'이라는 가치를 뺐을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정부조직법상 통일부 장관은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돼 있는데, 만약 이러한 업무 내용에서까지 통일을 지운다면 우리가 가능 방향도 북한의 현재 기조인 '통일, 민족 지우기'와 마찬가지가 될 수 있다. 이것은 헌법에 어긋나는 것으로 위헌 시비와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젊은이들의 '통일 인식'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젊은이들에게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통일'에 대한 희망을 심어줘야 하는데 그 당위성이 없어진다.
-통일부가 명칭 변경보다 먼저 추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정말 많다. 통일 인식을 끌고 가기 위해 국제사회나 우리 내부 여론을 다루는 일, 통일교육, 북한이탈주민, 이산가족, 북한인권법 등 통일부가 담당해야 할 분야가 많이 있다. 아울러 어떻게 북한과 대화를 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북한과의 대화가 시작될지 모르니 미리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들면 북한이 '남북 두 국가'를 천명한 상황에서 남북을 서로 대한민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부르면서 대화하자고 나올 수도 있다. 기존의 남북 대화나 교류협력의 '프레임'을 버려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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