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부터 전략물자 수출통제
재수출·환적·경유 등 규제범위 확대
재래식 무기 개발 여지땐 허가 필수
삼성 등 국내기업 수출 난항 예상
행정 부담에 통관 불확실성 겹쳐
산자부 등 현지정부에 우려 표명
재수출·환적·경유 등 규제범위 확대
재래식 무기 개발 여지땐 허가 필수
삼성 등 국내기업 수출 난항 예상
행정 부담에 통관 불확실성 겹쳐
산자부 등 현지정부에 우려 표명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 베트남 정부가 전략물자의 수출을 통제하는 제도를 내년 4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기업을 비롯한 외국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민간용과 군수용으로 함께 쓰일 수 있는 '이중용도품목'의 경우 정부의 허가를 반드시 받아야만 수출이 가능해 또 하나의 행정 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베트남이 지난 10월 행정예고한 전략물자수출통제제도는 미국·서방권 자본과 첨단기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명분에도 한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과는 다른 방식의 통제 체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출·재수출·환적까지 대상
14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무역안보관리원은 지난 11일 하노이에서 '베트남 진출기업 수출통제 설명회'를 열고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등 내년 4월 전략물자수출통제 제도 시행을 앞두고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베트남 산업무역부가 시행을 예고한 전략물자수출통제 시행령에 따르면 규정한 전략물자에 대해 일반적인 수출뿐 아니라 △임시수입 후 재수출 △국경 중개무역 △환적 △경유까지 모두 허가 대상으로 삼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조항은 일반적으로 민간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대량살상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의 개발·생산·사용으로도 전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이다. 이 경우 부속서에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대량살상무기 개발·생산·사용에 활용될 우려가 있거나 관련 조직·개인과 연계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반드시 산업무역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국제 협정 이행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명시적 요건이 없더라도 당국이 허가 적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면서 기업들의 행정·신고 소요 부담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전략물자 취급 기업으로 지정되면 내부준수프로그램(ICP)을 구축해야 한다. 삼성전자, 효성, HD현대 등 베트남 진출 대부분의 대기업이 해당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략물자 취급기업으로 지정되면 ICP를 2년 이상 운영해 인증을 받을 경우 12개월 유효한 기간부 허가를 받을 수 있지만, 인증을 받지 못한 기업은 3개월짜리 개별 허가를 반복적으로 받아야 한다. 행정 부담과 통관 리스크가 동시에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세관 리스크까지 겹쳐
한국 기업들이 또 우려하는 대목은 베트남의 수출통제 체계가 미국·한국·일본 등 주요국 표준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핵비확산 관련 국제조약에는 가입했지만, 공산권으로 재래식 무기와 이중용도 품목·기술 이전을 금지하는 바세나르체제(WA) 등 핵심 수출통제 체제는 미가입 상태다. 그럼에도 반도체 기판, 고성능 전원장치, 고순도 금속·화학물질 등 민수용 산업재까지 폭넓게 통제 대상으로 포함시키면서 상세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이 미국과 서방의 첨단기술과 자본유치를 위해 수출통제를 도입한 점은 긍정적이나 제도 설계가 미숙한 상태에서 이를 시행하면 이는 또 다른 '투자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베트남 세관의 일관적이지 않은 업무 관행도 불안 요인으로 함께 지목되고 있다. 현지 기업들은 이번 전략 물자 대상 수출 통제의 여파로 통관에 있어 갑작스러운 지연이나 행정적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전략물자수출통제제도가 시행되면서 단순 통관 지연을 넘어 기술 사양서나 핵심 자료 제출 요구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각 품목별 세부 사항에 따른 판단이 아닌 국제품목(HS)코드와 용도 중심의 포괄 규정을 비롯한 모호한 기준을 내세우면서 일선 관세 당국이 광범위하게 통제에 나서며 통관에 있어 '병목 현상'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와 무역안보관리원은 베트남 산업무역부와 지난 11일 공동으로 설명회를 열고 국내 기업들의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베트남 진출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주요국 기업들이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면서 함께 목소리를 모아 베트남 정부에 우려를 전달할 것으로 전해진다.
rejune111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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