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배당·세금 산정 앞서 억대 성과급 지급?… 경영 부담 늘듯 [삼성전자 성과급 후폭풍]

정원일 기자,

김동규 기자,

이동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1 18:29

수정 2026.05.21 21:27

이익 연동 성과급 잠정 합의
성과급 재원 '사업성과'로 명시
사실상 영업이익 의미로 해석
DS부문 최대 12% 배분받아
투자부담 늘고 성장 약화 우려

기업 영업이익을 성과급 재원과 연동하는 SK하이닉스·삼성전자의 보상 모델이 향후 법적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주주 및 투자자 이익, 법인세 산정에 앞서 근로자에게 억대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지적이다. 과도한 성과급 지급이 배당 여력 축소, 투자 부담 확대, 회사 성장성 약화로 이어져 결국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코스피 시가총액 1·2위인 대표적인 '국민주'다.

주주들은 지난 20일 극적으로 타결된 삼성전자 노사의 잠정합의안에 대해 무효 소송 가능성까지 예고했다.

회사와 주주에게 적지 않은 손해를 끼치는 결정인 만큼 상법상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및 배임죄 조항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소송이 본격화될 경우 유·무죄 판단과 별개로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이 법적·경영상 부담에 직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주들 '법적 대응' 예고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가 전날 극적으로 마련한 잠정합의안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 한정한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방안이 담겼다. 기존 성과인센티브(OPI)에 더해 DS부문에 추가 특별성과급을 지급하는 구조다. 특별경영성과급을 세후 전액 자사주로 지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핵심은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이다. 잠정합의안은 해당 재원을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성과'의 10.5%로 정했다. 사업성과의 구체적 기준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영업이익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 OPI가 영업이익의 약 1.5%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DS부문 조합원들은 총영업이익의 최대 12%를 배분받게 되는 셈이다.

주주단체는 이를 두고 회사 이익 배분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주주총회 승인 등 별도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소액주주연대 주주운동본부와 삼성전자 주주행동 실천본부는 이날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일대에서 각각 집회를 열고, 주주총회 등 주주 의견 수렴 절차 없이 협약이 체결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경영진이 이사회 결의를 통해 성과급 요구를 수용할 경우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사법 리스크 악몽' 재현 우려

법조계에서는 배임죄 성립 여부에 대해 대체로 신중한 분위기다.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경영상 판단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사들이 주주 이익을 수호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지난해 상법이 개정됐기 때문에 배임죄 주장 역시 성립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파업 대응 카드였다는 점에서 실제 배임죄 성립 여부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장판사는 성과급 확대가 노동자의 근로의욕을 높이고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경영상 판단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주의 이익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배임죄가 거론될 수는 있지만, 경영판단의 원칙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해당 행위가 경영상 필요에 따른 것이었다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사법 리스크 재현 가능성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재용 회장 등 경영진이 약 10년간 사법 리스크로 인해 경영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왔다. 현재도 재판이 진행 중인 전·현직 임직원들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주주들이 회사 측을 상대로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새로운 사법 리스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one1@fnnews.com 정원일 김동규 이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