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기업공개(IPO)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12일(현지시간) 스페이스X IPO는 역사상 가장 정교하게 설계된 개미지옥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스페이스X 밸류에이션에 엄청난 거품이 끼어있는 데다, 개미 투자자들을 보호할 장치마저 느슨해져 주요 투자자들이 초기에 주식을 매도해 현금을 확보할 길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메타플랫폼스로 이름을 바꾼 페이스북,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 사우디아람코 등의 초대형 IPO는 상장 후 6개월간 주가가 급락하며 개미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고통을 안겼다.
투자전문매체 모틀리풀은 6일 스페이스X 상장에 흥분하고 있는 개미 투자자들에게 신중히 접근할 것을 촉구했다.
테슬라 신화 재연 기대감
스페이스X는 IPO 흥행 요소를 두루 갖춘 잘 포장된 상품이다.
우선 창업자가 테슬라 신화의 주역인 일론 머스크이다. 머스크는 개미 투자자들 사이에 팬덤을 형성한 일종의 '아이돌'이다.
테슬라는 2010년 6월 상장 뒤 주가가 2만6000% 폭등했다.
스페이스X는 또 증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우주, 인공지능(AI) 테마를 모두 아우르는 핵심 종목이기도 하다.
IPO 주관사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스페이스X의 주력이 로켓보다 우주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한 AI가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스페이스X는 1조7500억달러 기업가치를 목표로 주당 135달러에 공모주를 발행해 750억달러를 조달할 전망이다.
거품
스페이스X는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내실은 형편없다.
지난해 187억달러 매출에 49억달러 손실을 냈다. 지분율과 계열사 간 복잡한 매출 구조 역시 부담이다.
목표로 하는 기업가치 1조7500억달러를 기준으로, 주가매출비율(P/S ratio)이 94배에 육박한다.
모틀리풀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라도 P/S 30배 이상을 장기적으로 유지한 사례는 없다. 명백한 거품인 것이다.
초대형 IPO들의 과거 경험은 우려를 증폭시킨다.
페이스북(메타)은 상장 후 첫날 급등했지만 이후 6개월 동안 38% 폭락했다. 그 기간 주가는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사우디 아람코 역시 상장 반년 뒤 기업가치의 15%가 증발했다.
개미 투자자들이 상투를 잡은 것이다.
정교하게 짜인 개미지옥
모틀리풀은 무엇보다 스페이스X를 지수에 편입하기 위해 규정들이 대폭 완화된 것이 개미들을 파멸로 이끄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스닥거래소는 지난달 1일부터 '신속진입(Fast Entry)'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금융주를 제외한 상위 40대 초대형 IPO 기업의 나스닥100지수 편입 대기 기간을 석 달에서 보름으로 단축한 것이다. 다음달 7일에는 스페이스X가 나스닥100에 편입될 수 있다는 뜻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스페이스X의 편입요건을 대폭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수에 편입되려면 최소 12개월 동안 시장에서 거래되고, 4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해야 하지만 스페이스X는 이런 제약을 뛰어넘어 이르면 연내 지수 편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는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스페이스X 주식을 의무적으로 매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수백억달러 규모의 '강제 매수'가 뒤따르게 된다.
개미들의 자금이 투입된 펀드들이 스페이스X 주식을 강제로 매수하면서 상장 후 1~3주 동안 주가를 부양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의미다.
특히 스페이스X는 상장 뒤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내부자들이 180일 동안 보유 주식을 매도할 수 없도록 하는 보호예수 기간도 두지 않았다. 첫 분기 실적 발표 직후인 오는 8월부터 내부자들이 주식을 내다 팔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뒀다.
모틀리풀은 스페이스X IPO는 역사상 가장 정교하게 만들어진 개미 덫일 수 있다면서 흥분을 가라앉히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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