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염 겪은 제주, 노동자 생명 지킨다… 물·쉼터·현장점검 총력
9월까지 온열질환 특별관리기간
체감온도 31도 이상 작업장 관리
건설·항만·택배 등 취약현장 점검
삼다수 2만2400개·이동형 쉼터 지원
혼디쉼팡 24시간 운영체계 강화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지난해 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을 겪은 제주가 폭염 속 노동자 보호망을 넓힌다.
16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도는 오는 9월까지 '근로자 온열질환 예방 특별관리기간'을 지정하고 야외노동자 맞춤형 폭염 예방 활동에 나선다.
이번 대책은 폭염이 날씨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의 생명·안전 문제로 본 데서 출발한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2025년 제주 여름 평균기온은 26.4도로 1973년 관측 이후 가장 높았다. 열대야일수도 49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폭염일수는 14.5일로 평년 3.8일의 4배 가까이 늘었다.
전국적으로도 온열질환 위험은 커졌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5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4460명이다. 사망자는 29명으로 집계됐다. 온열질환자는 전년 3704명보다 20.4% 늘어 2018년 4526명 이후 가장 많았다.
제주도가 특별관리 대상으로 삼은 곳은 체감온도 31도 이상 작업장소에서 2시간 이상 연속으로 일하는 현장이다. 건설현장과 항만, 공항, 택배, 통신설비, 배달 등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직종이 주요 대상이다.
현장 점검의 기준은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이다.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5대 수칙은 시원한 물 제공, 바람·그늘 확보, 규칙적 휴식, 보냉장구 지급, 응급조치 체계 구축이다.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으로 오르는 폭염 작업에서는 2시간마다 20분 이상 쉬도록 하는 기준도 적용한다.
제주도는 특별관리기간에 건설현장과 야외작업장을 수시로 찾는다. 휴식공간 확보 여부와 물 제공, 작업시간 조정, 응급대응 체계 운영 실태 등을 확인하고 미흡한 사항은 즉시 개선하도록 지도한다.
고용노동부와의 합동점검도 병행한다. 제주도 발주 건설공사 현장은 폭염 대응 안전점검 대상에 포함된다. 도는 현장에 온열질환 예방물품을 지원하고, 사업주와 노동자가 폭염 위험을 미리 알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도 강화한다.
야외노동자를 직접 찾아가는 지원도 늘린다. 제주도는 제주도개발공사의 후원을 받아 제주삼다수 500㎖ 2만2400개를 폭염 취약 직종 노동자에게 전달한다. 항만, 공항, 택배, 통신설비 등 바깥에서 일하는 시간이 긴 노동자들이 대상이다.
지원 물품은 7월 초순부터 3일에 걸쳐 8개 단체에 순차적으로 전달된다. 제주항운노조 등 2개 단체를 시작으로 우정노조 제주본부 등 4개 단체, 지상조업사 운영협의회 등 2개 단체가 지원을 받는다. 물품 전달 현장에서는 온열질환 예방 캠페인도 함께 진행한다.
쉴 곳이 부족한 노동자를 위해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는 쉼터도 투입한다. 제주도는 건설현장과 항만 등 뙤약볕 아래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이동형 쉼터인 '돌아다니는 버스'를 운행한다. 버스 안에는 에어컨과 침대를 갖췄고, 간호사가 함께 탑승해 간단한 건강검진도 돕는다.
커피차를 활용한 '돌코름 다방'은 이동노동자가 많이 오가는 거점을 찾는다. 배달라이더 등의 이동이 잦은 노형로터리 등에서 냉커피와 생수, 쿨토시 등 폭염 안전용품을 제공한다. 작업장을 비우기 어려운 노동자에게 행정이 먼저 다가가는 방식이다.
이동노동자 쉼터 '혼디쉼팡'도 폭염 대응 거점으로 활용한다. 혼디쉼팡은 이동노동자가 쉬거나 물을 마시고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다. 현재 도내에는 제주시청, 연동, 서귀포 등 거점센터 3개소와 중문, 한림, 함덕, 외도 등 간이센터 4개소를 포함해 모두 7개소가 있다.
제주도는 올해 성산과 표선 지역에 혼디쉼팡 2개소를 새로 만든다. 폭염경보가 발령되면 상주직원의 주말 근무시간도 늘린다. 기존 오후 4시~다음날 오전 9시였던 주말 근무시간을 낮 12시~다음날 오전 9시로 4시간 앞당겨 이용 편의를 높인다.
이번 대책의 특징은 점검과 지원을 함께 묶었다는 점이다. 작업장 안전수칙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폭염 위험을 줄이기 어렵다. 야외노동자는 쉴 공간이 부족하고, 이동노동자는 일터 자체가 도로와 현장으로 흩어져 있다. 물과 그늘, 휴식공간을 실제 노동 현장 가까이에 제공해야 예방 효과가 커진다.
제주도는 폭염이 길어질수록 노동자 건강권 문제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건설·항만·공항·택배·배달 노동자는 작업 특성상 한낮 더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체감온도와 작업강도, 휴식 여건을 함께 관리해야 온열질환을 줄일 수 있다는 게 도의 판단이다.
양제윤 제주도 안전건강실장은 "온열질환은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 현장의 선제적 예방조치로 막을 수 있다"며 "특별관리기간 동안 폭염 대응체계와 현장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강애숙 제주도 경제활력국장은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은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며 "야외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 보호를 위한 예방 활동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