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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버스 줄이고 이동권 넓힌다… 제주 '옵서버스' 고령층 장벽 낮춘다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제주 읍·면 32개 노선·42대 탄력 운행
앱·전화 호출 방식에 어르신 불편 보완
호출벨 6곳서 26곳으로 확대 설치
콜센터 인력 4명서 6명으로 확충
경로당·병원 찾아가는 현장 홍보 강화

제주형 수요응답 교통서비스 '옵서버스'. 제주도는 도내 전 읍·면지역에서 32개 노선, 공영버스 42대를 활용해 옵서버스를 탄력적으로 운행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형 수요응답 교통서비스 '옵서버스'. 제주도는 도내 전 읍·면지역에서 32개 노선, 공영버스 42대를 활용해 옵서버스를 탄력적으로 운행하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의 읍·면 중산간 교통은 늘 같은 딜레마를 안고 있다. 버스를 늘리기에는 이용 수요가 많지 않고, 줄이면 고령층과 교통약자의 이동권이 약해진다. 제주형 수요응답 교통서비스 '옵서버스'는 이 틈을 메우기 위한 실험이다.

16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도는 올해부터 도내 전 읍·면지역으로 확대 운영 중인 옵서버스의 하반기 서비스 개선에 나선다. 도서지역은 제외된다.

옵서버스는 정해진 노선을 정해진 시간에만 도는 기존 버스와 다르다. 이용자가 전화나 스마트폰 앱으로 부르면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행하는 수요응답형 교통(DRT)이다. 제주어로 '오세요'라는 뜻을 담은 '옵서'에 버스를 결합한 이름이다.

현재 옵서버스는 10개 읍·면지역 32개 노선에서 공영버스 42대를 활용해 운행하고 있다. 오후 2시 이후 시간대에 탄력적으로 운행한다. 전화나 스마트폰 전용 앱 '바로DRT'로 호출할 수 있다.

정책의 출발점은 교통 사각지대다. 제주 읍·면 중산간 지역은 마을이 넓게 흩어져 있다. 병원과 시장, 행정기관까지 이동해야 하는 고령층 수요가 꾸준하다. 반면 정해진 노선버스를 자주 투입하면 빈차 운행이 늘기 쉽다.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구간을 불러 이용하는 방식이 제주 농어촌형 교통복지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효과도 확인됐다. 제주도 모니터링 결과, 옵서버스 도입 이후 평균 대기시간은 61분에서 14분으로 47분 줄었다. 버스 운행거리도 줄어 운영 효율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정·안덕지역 등 확대 지역에서도 운행 전 40분대였던 평균 대기시간이 10분대로 줄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성과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요응답형 교통은 이용자가 먼저 불러야 움직인다. 스마트폰 앱을 깔고 목적지를 입력하는 방식은 젊은층에게는 익숙하지만, 어르신에게는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 전화 호출도 통화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이용 불편으로 이어진다.

제주도가 하반기 개선 대책의 초점을 고령층 편의에 맞춘 것도 이 때문이다. 도는 이용실태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어르신들이 대중교통 이용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호출 방식과 상담, 현장 홍보를 함께 손보기로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용 호출벨 확대다. 스마트폰 없이도 정류장에서 버튼 하나로 버스를 부를 수 있는 장치다. 제주도는 현재 읍·면 중산간 지역 6개소에 설치된 옵서버스 전용 호출벨을 26개소로 늘린다.

호출벨은 기술의 빈틈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메우는 장치다. 앱을 쓰기 어렵거나 휴대폰 조작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도 정류장에서 버튼을 눌러 버스를 부를 수 있다. 수요응답형 교통이 실제 교통복지로 작동하려면 이런 접근성 보완이 필수적이다.

전화 호출 서비스도 손본다. 제주도는 오는 7월부터 콜센터 근무자를 현재 4명에서 6명으로 늘린다. 상담 인력을 2명 더 투입해 전화연결 대기시간을 줄이고, 어르신들이 목적지와 승차 위치를 쉽게 안내받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장 대응도 강화한다. 제주도는 현장지원 상주 인력 2명을 채용해 운행 상황과 이용 불편을 상시 점검한다.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콜센터와 차량, 정류장, 이용자 사이에서 생기는 작은 혼선이 민원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찾아가는 홍보는 이번 개선책의 또 다른 축이다. 제주도는 '옵서버스 서포터즈' 6명을 채용해 매월 모든 읍·면 마을 복지회관과 경로당, 주요 병원 등을 방문하도록 하고 있다. 서포터즈는 어르신들에게 호출 방법을 설명하고, 현장에서 나오는 불편과 건의사항을 정책 운영에 반영한다.

이 방식은 제주 읍·면 교통의 특성과 맞닿아 있다. 교통약자는 온라인 안내문보다 경로당, 병원, 마을회관에서 직접 설명을 듣는 방식에 더 익숙하다. 호출형 버스가 생활 교통으로 자리 잡으려면 시스템 개선 못지않게 현장 설명과 반복 교육이 필요하다.

전국적으로도 DRT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지역의 대중교통 대안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탈 수 있는 수요응답형 교통을 교통 소외지역 해소 수단으로 보고 도입·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다만 DRT가 기존 버스나 택시를 모두 대체하기보다는 지역 여건에 맞게 연계·보완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된다.

제주의 과제도 여기에 있다. 옵서버스가 성공하려면 빈 버스를 줄이는 운영 효율과 어르신 이동권 보장을 함께 달성해야 한다. 앱 호출, 전화 상담, 정류장 호출벨, 현장 서포터즈가 서로 맞물려야 중산간 마을의 실제 이동 불편을 줄일 수 있다.

제주도는 하반기 개선 대책을 통해 고령층 이용 장벽을 낮추고, 서비스 확대 과정에서 드러난 현장 불편을 줄여나갈 방침이다. 전 읍·면 확대 이후 옵서버스가 제주형 교통복지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이용 편의성과 현장 수용성에 달려 있다.

김삼용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하반기 개선은 고령층 이동권 보장을 위한 조치"라며 "현장 의견을 반영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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