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르포] "니하오" 약국 도장찍고 백화점 오픈런…'큰손'에 물 만난 명동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유커' 귀환으로 들썩이는 명동
찜통더위도 꺾은 대륙의 '오픈런'
자영업자들 '활짝'…약국도 만석
전문가들 "추세 지속될 것"

지난 14일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 정문 앞에서 개장 시간을 맞아 한국인과 외국인 관광객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서지윤 기자
지난 14일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 정문 앞에서 개장 시간을 맞아 한국인과 외국인 관광객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 주말이었던 지난 14일 오전 10시 중구 소공동의 한 백화점 정문 앞. 체감 온도 30도를 웃도는 날씨에도 중국인 수십 명이 줄지어 있었다. 개점 시간은 10시30분이었다. 관광객들은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타이 치다이 러(太期待了·너무 재밌겠다)!"라고 말했다. 백화점 직원들은 "줄 설 필요 없으세요"라고 한국어로 외치며 휴대전화로 번역기 앱을 켜 한자로 변환된 내용을 관광객들에게 보여주었다. 한 직원은 중국어로 인사를 건네면서 더위에 지친 이들을 위해 생수를 나눠주었다.

고환율과 한일령 등의 영향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인들의 관광 수요가 살아나며 내수 경기 회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거란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거라 전망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을 만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6일 서울시가 한국관광공사의 관광통계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외래관광객조사를 분석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56만명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18.8% 증가했다. 국적별 관광객 수는 중국이 44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중국인 관광객 수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4월은 112.6%, 1~4월 누적은 105.8% 수준까지 회복됐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약국에 중국어로 된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서지윤 기자
지난 14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약국에 중국어로 된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서지윤 기자

실제 대표적인 관광 메카로 불리는 중구 명동 일대는 중국인 관광객 특수를 누리고 있었다. 번화가 사거리 100m 일대에 약국이 세 곳 있었는데 모두 중국어로 된 안내 문구를 곳곳에 붙여 두었다.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적이었다. 한 중국인 관광객은 휴대전화 사진첩에 캡처한 약 사진을 보여주며 같은 제품을 찾아달라고 이야기했다. 밀려드는 고객들로 결제를 기다리는 10여명이 길게 줄을 늘어선 탓에 발 디딜 틈이 없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중국 대련에서 여동생들과 여행 온 장모씨(27)는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샤오홍슈를 통해 한국의 약국을 방문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먹고 입고 바르는 모든 것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이유로는 고환율의 영향 등이 꼽힌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한국 여행·쇼핑 물가가 저렴해지면서 중국인 관광객의 구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위안 환율은 지난해 6월 189원에서 지난 5일 229.61원까지 치솟았다. 환차익 호재까지 더해지며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실질적인 추가 할인 혜택까지 누리게 된 셈이다. 여기에 일본과의 외교 갈등으로 중국 정부가 일본 여행을 자제하라는 '한일령'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며 고정적인 여행 수요를 담보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할 때라고 조언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관광은 외생 변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악재로 작용할 만한 내용이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인다"면서"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나 여행 수요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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