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귀농귀촌의 성공 조건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최용준 경제부
최용준 경제부

아버지의 설렘은 드문 일이다. 지난해 아버지가 귀농귀촌을 위해 점찍어둔 충북 단양군 시골집에 같이 갔다. 아버지는 창문 밖 벚나무를 가리키다가 '더 멋진 곳이 있다'며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뒷동산까지 나를 끌고 올라갔다. 집터 이곳저곳을 다니느라 들뜬 아버지는 스마트폰을 떨어트린 줄도 몰랐다. 해가 저물고 땅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잃어버린 것을 찾던 아버지의 웃음만은 너무나 잘 들렸다. 평생 서울에만 산 아버지가 이제 농촌에 산다.

은퇴 목사인 아버지는 서울에서 지자체, 사회복지시설과 함께 장애인, 학교 밖 청소년에게 제과제빵 기술을 가르쳤다. 많은 베이비부머가 그렇듯 아버지는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리 많지 않은 연금만으론 부족할 것이다. 농사로 돈을 벌긴 쉽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는 단양에서 일정 소득을 얻으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 내가 마음속으로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지에 단양군이 선정되길 바랐던 이유다.

귀촌인을 곁에서 볼수록 기본소득엔 사회연대경제(사연경)가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농촌에 모인 이들이 가진 뜻과 기술이 협동조합, 마을기업으로 발전할 때 지역이 살 수 있어서다. 문제는 지역을 이끌 서비스와 주민의 역량이다. 현재 1인당 기본소득 15만원은 단순 재화 소비에 집중됐다. 하지만 식품 사막, 고령화를 겪는 농촌 주민의 필요는 서비스다. 미용, 돌봄, 이동장터, 마을버스, 빈집 민박업, 로컬 푸드, 교육 등 수요는 크지만 기본소득과 연결해 비즈니스로 풀어낼 민간은 드물다. 주민들이 기본소득을 사용할 정육점을 직접 운영하는 순창군 협동조합 같은 모범 사례는 적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앞으로 시범사업지 '확장'이 아닌 사연경의 '연결'에 집중해야 한다. 2025년 농촌 서비스공동체는 40개, 사회적 농장은 133개에 불과하다. 2028년까지 각각 120개, 180개로 늘린다지만 전국 농촌 규모에 비해 적다. 사회적협동조합의 농촌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운영도 지난해 23곳에 그쳤다. 향후 기본소득 대상지인 전국 69개 인구감소지역에 비춰 미비하다. 지금껏 큰 정책적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이 숫자에서 드러난 셈이다. 농식품부는 앞으로 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로컬의 개개인을 잇고 부처별로 흩어진 사연경 형태를 묶어야 한다. 그 어려운 길을 농촌형 사연경 정책과 내년도 예산으로 보여 달라. 그 길이 기본소득을 성공으로 이끌 연결점이다. 지난주 아버지가 함께 빵 봉사하던 또래들을 단양에 초대했다. 그들은 연결되길 바라고 있다.

junju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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