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제주 초등생 200명, 컴퓨터 없이 AI·코딩 배운다… 카카오와 15년 동행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제주대·카카오 등 '언플러그드데이' 개최
도내 초등 4~6학년 200여명 참여
12개 부스서 체험형 컴퓨터과학 교육
학부모 대상 AI·예술 인문학 콘서트도 진행
민·관·학 협력 제주 디지털교육 모델 주목

제주대학교 교육대학 사라캠퍼스에서 열린 ‘2026 언플러그드데이’에서 초등학생들이 교육 프로그램 부스를 체험하고 있다. 언플러그드 교육은 컴퓨터를 켜지 않고도 정보 표현, 알고리즘, 절차적 사고 등 컴퓨터과학의 핵심 원리를 카드와 색연필 등 주변 문구류를 활용한 게임과 활동으로 익히는 체험형 교육이다. /사진=제주대학교 제공
제주대학교 교육대학 사라캠퍼스에서 열린 ‘2026 언플러그드데이’에서 초등학생들이 교육 프로그램 부스를 체험하고 있다. 언플러그드 교육은 컴퓨터를 켜지 않고도 정보 표현, 알고리즘, 절차적 사고 등 컴퓨터과학의 핵심 원리를 카드와 색연필 등 주변 문구류를 활용한 게임과 활동으로 익히는 체험형 교육이다. /사진=제주대학교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컴퓨터를 켜지 않고도 아이들이 코딩의 원리를 배웠다. 카드와 색연필, 놀이와 토론을 통해 알고리즘과 정보 표현, 절차적 사고를 익히는 제주형 초등 AI·소프트웨어 교육 현장이다.

17일 제주대학교에 따르면 제주대 교육대학 초등컴퓨터교육전공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카카오, 제주융합과학연구원, 제주교육정보화연구회와 함께 지난 13일 제주대 교육대학 사라캠퍼스에서 '2026 언플러그드데이'를 개최했다.

언플러그드 교육은 컴퓨터 없이 컴퓨터과학의 핵심 원리를 배우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화면 앞에 앉아 코드를 입력하는 대신, 카드와 색연필 등 주변 문구류를 활용한 게임과 활동으로 정보 표현, 알고리즘, 절차적 사고를 체험한다.

올해 행사에는 도내 초등학교 4~6학년 학생 200여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인솔 교사와 함께 조별로 이동하며 12개 부스 가운데 3개 프로그램을 차례로 체험했다.

프로그램은 정보 표현, 인공지능(AI), 알고리즘, 절차적 표현, AI·예술 융합 등 5개 영역으로 구성됐다. 이진수의 원리로 나만의 비밀 키링을 만드는 '0과 1의 마법! 비밀 키링 만들기', 지도학습과 비지도학습의 차이를 체험하는 '과일 가게 사장님은 AI?', 펜슬코딩으로 탑을 쌓는 '코딩으로 쌓는 타워 챌린지', 모스부호로 빛과 소리의 암호를 해독하는 '비밀요원 Z' 등이 운영됐다.

이번 행사의 의미는 기술교육을 놀이로 풀어냈다는 데 있다. AI와 소프트웨어 교육은 자칫 기기 사용법이나 코딩 문법 중심으로 흐르기 쉽다. 언플러그드 교육은 기술 이전에 문제를 나누어 보고, 순서를 만들고, 규칙을 발견하는 사고 과정을 먼저 익히게 한다.

예비교사 교육과도 연결됐다. 제주대 교육대학 예비교사들은 인솔 교사로 직접 참여해 학생들의 조별 이동과 체험 활동을 도왔다. 초등컴퓨터교육전공은 이번 행사가 학생에게는 디지털 기초역량을, 예비교사에게는 현장 교육 경험을 제공하는 산학·교육 연계의 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학부모와 가족을 위한 렉처 콘서트 ‘AI 시대, 우리 아이의 감수성을 깨우는 예술 인문학 콘서트’가 제주대학교 미래창조관 강당에서 열리고 있다. 첼리스트이자 제주대학교 융합과학기술사회연구소 총괄수석인 임현정은 첼로 연주와 인문학 강연을 통해 AI 시대의 감수성 교육을 이야기했다. /사진=제주대학교 제공
학부모와 가족을 위한 렉처 콘서트 ‘AI 시대, 우리 아이의 감수성을 깨우는 예술 인문학 콘서트’가 제주대학교 미래창조관 강당에서 열리고 있다. 첼리스트이자 제주대학교 융합과학기술사회연구소 총괄수석인 임현정은 첼로 연주와 인문학 강연을 통해 AI 시대의 감수성 교육을 이야기했다. /사진=제주대학교 제공

학생들이 체험 부스에 참여하는 동안 학부모와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도 열렸다. 미래창조관 강당에서는 'AI 시대, 우리 아이의 감수성을 깨우는 예술 인문학 콘서트'가 진행됐다.

콘서트는 기술교육과 예술교육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첼리스트이자 제주대 융합과학기술사회연구소 총괄수석인 임현정이 무대에 올라 첼로 선율과 인문학 강연을 엮어냈다. 공연은 "인공지능의 시대, 예술은 여전히 인간만의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학부모들에게 AI 시대 교육의 방향을 생각하게 했다.

무대는 이중섭, 뭉크, 뒤피, 브라질리에 등 네 화가의 바다 작품을 바탕으로 제주의 봄·여름·가을·겨울을 그려낸 4부 구성으로 진행됐다. 피아니스트 정혜나와의 앙상블은 그림과 계절, 음악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었다.

박남제 제주대 초등컴퓨터교육전공 교수는 '인간의 감성과 기술적 이성이 만나는 첫 울림'을 주제로 오프닝 강연을 맡았다. AI 시대의 교육이 기술 습득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인간다움과 감수성, 예술적 상상력을 함께 길러야 한다는 취지다.

이날 콘서트는 제주대 융합과학기술사회연구소가 5년간 교육부 디지털새싹, 초등 방과후 늘봄 강사연수 사업 등을 통해 축적해 온 AI·예술 융합 교육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동화책 '안녕, 나는 예술이야'와 '하늘 위의 친구 드로니의 제주여행'도 공개됐다.

박남제 교수와 임현정 총괄수석이 공동 작사하고 AI로 작곡한 주제곡 '안녕, 나는 예술이야'도 무대에 올랐다. 치어리딩팀 '루세리아'가 공연을 더하며 기술과 예술, 아이들의 움직임이 어우러지는 장면을 만들었다.

언플러그드데이는 2011년 카카오가 제주 지역 사회공헌의 하나로 시작한 뒤 15년째 이어져 온 제주 대표 초등 AI·소프트웨어 교육 행사다. 카카오와 제주도교육청, 제주대 교육대학 초등컴퓨터교육전공, 제주융합과학연구원, 제주교육정보화연구회가 협력하며 제주 디지털 교육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제주대 초등컴퓨터교육전공과 제주융합과학연구원은 프로그램 기획과 강사진 구성, 예비교사 인솔 운영을 맡아 행사의 교육적 내실을 책임져 왔다. 제주융합과학연구원은 디지털새싹, 찾아가는 학교 컨설팅, 정보영재 사사과정 등 도내 초·중등 디지털·AI 교육을 수행하며 학교 현장과 대학, 기업, 교육행정을 잇는 역할도 하고 있다.

제주형 디지털 교육의 강점은 지속성에 있다. 단발성 체험행사가 아니라 15년 동안 같은 방향의 교육을 민·관·학이 함께 키워왔다는 점에서다. 기술 변화가 빠를수록 학교 밖 기업과 대학, 교육행정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이번 행사가 보여준다.

박남제 교수는 "민·관·학이 15년 넘게 협력해 AI·SW 교육을 지속해온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드물다"며 "아이들이 기술을 즐겁게 배우고 AI 시대에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도록 교육 모델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현정 총괄수석은 "AI와 예술을 결합한 교육 콘텐츠를 통해 아이들의 감수성과 미래 역량을 함께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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