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K디스커버리, 비밀유지권 없인 자문 기록이 毒 될수도" [제16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패널토론>
K디스커버리 정착 위한 제언·기대효과
소부장-변리사 자문 기록 보호장치 없어
기업 방어 전략 등 무방비 노출될 가능성
증거 확보·자문 보호 정교한 설계 필요해

파이낸셜뉴스와 지식재산처가 1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지식재산 시대! 아이디어는 자산으로, 보호는 혁신으로'를 주제로 공동 주최한 제16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에서 좌장인 최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패널토론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최 교수, 이형원 지식재산처 디자인분쟁대응과 과장, 곽재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데이비드 마이오라나 존스데이 지식재산(IP) 소송부문 공동대표,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와 지식재산처가 1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지식재산 시대! 아이디어는 자산으로, 보호는 혁신으로'를 주제로 공동 주최한 제16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에서 좌장인 최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패널토론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최 교수, 이형원 지식재산처 디자인분쟁대응과 과장, 곽재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데이비드 마이오라나 존스데이 지식재산(IP) 소송부문 공동대표,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사진=서동일 기자

한국형 증거개시제도(K-디스커버리)를 통해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변리사와 협의한 기록이 상대방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나왔다. 우리나라는 올해 초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직접 현장을 조사해 증거를 확보하는 '상생협력법'을 개정, K-디스커버리를 도입한다.

■"소부장 기업, 변리사 협의 기록 노출 직면"

17일 파이낸셜뉴스와 지식재산처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지식재산 시대! 아이디어는 자산으로, 보호는 혁신으로'를 주제로 공동 주최한 제16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에서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K-디스커버리가 국내 소부장 기업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 기업이 권리자로서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인 동시에 글로벌 기업과의 분쟁에서 상대방의 디스커버리 요청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될 위험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K-디스커버리 제도 정착을 위한 제언과 기대효과'를 주제로 열린 패널토론에서 그는 "K-디스커버리가 본격 시행되면서 우리 기업들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증거개시 압박에 직면하게 됐다"며 문제의 핵심으로 국내 자문 구조의 현실을 꼽았다. 중소·중견 소부장 기업 대다수는 비용과 전문성 측면에서 대형 로펌의 특허 전문 변호사보다 접근이 쉬운 변리사 사무소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그는 "K-디스커버리 절차에서는 소부장 기업 A사는 상대방이 협의 내용의 제출을 요청할 경우, 현행 법체계에서는 이를 거부할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기업이 전문가 자문 과정에서 형성한 전략적 판단과 법적 분석이 고스란히 상대방에게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는 단순히 불공정을 넘어 기업이 전문가 자문 자체를 회피하게 만들 수 있다"며 "조언을 구한 기록이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면 기업은 오히려 자문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 할 것이고, 이는 분쟁 대응 역량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안 전무는 변리사법 또는 민사소송법 개정을 통한 변리사·의뢰인 비밀유지특권의 명문화, 디스커버리 요청에 대해 특권을 이유로 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 항변 절차와 방법(특권 목록 제출 등) 정비, 입법 이전이라도 대한변리사회·법원행정처·지식재산처가 공동으로 마련하는 실무 가이드라인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디스커버리 대응, 평상시 문서관리 문화의 문제"

기업 실무 관점에서는 '평상시 대비'가 강조됐다. 곽재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디스커버리 대응은 소송이 시작된 뒤의 방어 업무가 아니라 평소 문서 작성·보관 문화의 문제"라며 법률검토와 사업검토가 한 문서에 뒤섞이는 관행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IP·연구개발(R&D)·사업부서가 함께 특허 리스크를 검토하면서 '침해 가능성 높음' 같은 표현을 사업 보고서에 남기는 경우가 많다"며 "법률 판단과 사업 판단은 가능한 한 문서·메일·회의체를 분리하고, 특권 목록 작성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문서관리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특허청(USPTO) 심사관 출신으로 약 30년간 특허분쟁을 수행해 온 데이비드 마이오라나 존스 데이 지식재산(IP) 소송부문 공동대표도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에 있어 변리사와 의뢰인 간의 비밀유지권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도 "미국 소송을 고려했을 때 모든 일을 문서로 남기는 것이 불리하다. 소송 전에는 문서 중 3~5년 된 것을 시스템에서 삭제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형원 지식재산처 디자인분쟁대응과장도 "법원만 문서를 검토하는 인 카메라(in camera·비밀심리제도) 절차는 특권의 핵심 요소인 비밀성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며 "비밀유지특권은 당사자의 성실한 절차 이행을 담보하는 중요한 방어권"이라고 평가했다.

최철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교수)은 "아이디어가 자산이 되려면 효율적인 보호장치가 필요해 우리나라는 K-디스커버리 도입을 추진해왔다. K-디스커버리는 영미법계의 디스커버리와 대륙법계의 전문가조사제도를 결합한 형태로, 제도가 우리 토양에 안착하려면 한국의 상황에 맞는 다각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증거 접근성 확대와 전문가 자문 보호라는 두 축이 균형을 이루도록 제도를 처음부터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padet80@fnnews.com 박신영 김동호 조은효 김학재 강구귀 임수빈 김동찬 정원일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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