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영업비밀, 관리역량 중요해져" [제16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
<강연> 크리스토프 라데마허 日 와세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과도한 투명성 요구는 기업 혁신 침해
무엇을, 누구에게 공개할지 고민해야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에 영업비밀은 더 이상 기업 안에 꽁꽁 숨겨두기만 하면 되는 대상이 아니다. 이제는 무엇을 누구에게 공개할지 관리해야 하는 자산이 됐다."
크리스토프 라데마허 일본 와세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7일 파이낸셜뉴스와 지식재산처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지식재산 시대! 아이디어는 자산으로, 보호는 혁신으로'를 주제로 공동 주최한 제16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에서 "생성형 AI는 영업비밀의 실질적 의미를 바꾸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영업비밀 보호 중요성은 2010년대 중반부터 크게 부각됐다. 유럽연합(EU)은 2016년 영업비밀 지침(Trade Secrets Directive)을 도입했고, 일본도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을 통해 기술·노하우 보호를 강화했다. 기업들이 제조 노하우와 연구개발(R&D) 정보, 데이터, 사업 전략 등을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하면서 보호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2022년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가 대중화되면서 새로운 과제가 등장했다. AI 모델의 안전성과 책임성, 저작권, 개인정보, 편향성 등을 검증하기 위해 학습 데이터와 개발 과정에 대한 정보 공개 요구가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과도한 정보 공개 요구는 기업의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라데마허 교수는 "하위 서비스 사업자는 모델을 안전하고 적법하게 활용하기 위해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할 수 있지만 모델 제공자는 너무 많은 정보가 공개되면 경쟁력의 핵심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이런 규제 부담 때문에 최신 AI 모델 출시를 유럽에서 미루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투명성 의무는 소비자들이 최신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게 만들어 오히려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라데마허 교수는 "EU는 AI 투명성을 강화하면서도 영업비밀 보호 장치를 함께 마련하고 있으며, 일본은 영업비밀 보호를 전제로 필요한 범위 내에서 투명성을 요구하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며 해외 사례도 소개했다.
아울러 그는 생성형 AI 시대에는 영업비밀을 단순히 보관하는 것을 넘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역량이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생성형 AI의 경쟁력은 최종 결과물보다 데이터셋 선정과 정제, 필터링, 평가 방식 등 내부 노하우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라데마허 교수는 "해결할 과제는 정보를 '통제된 방식'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라며 "과도한 비밀주의는 신뢰를 훼손하고, 반대로 지나친 투명성은 기업의 경쟁력과 투자 유인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은 규제당국의 몫일 것"이라고 전했다.
특별취재팀
padet80@fnnews.com 박신영 김동호 조은효 김학재 강구귀 임수빈 김동찬 정원일 이동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