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집값 더 오를텐데" 안팔고…"대출 묶여 현금없어" 못사고 ['멈춘 돈, 바뀐 집' 부동산은 재편 중(상)]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양도세 중과 부활 이후 한달여간
서울 아파트 매물 11%이상 감소
올 강남3구 증여는 오히려 증가
우량자산으로 여겨 버티기 확산
주택시장 초양극화 갈수록 심화
서울·아파트·신축 선호 늘었지만
대출 규제로 구매력만 재편된 셈
돈모자란 실수요자 매수 길 막혀

"집값 더 오를텐데" 안팔고…"대출 묶여 현금없어" 못사고 ['멈춘 돈, 바뀐 집' 부동산은 재편 중(상)]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버티기'가 확산되고 있다. 양도세 중과 재적용 이후 매물은 줄고 강남3구에서는 증여가 급증하고 있지만 집값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집을 팔기보다 보유하거나 가족에게 넘기려는 움직임이 늘면서 시장 전반에 관망세가 짙어지는 모습이다. 거래량이 정체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안 파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매물 줄고 증여 늘고…보유심리 확산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세 부담 확대에도 집주인들이 보유를 선택하면서 아파트 매물은 꽉 잠겼다. 특히 서울 핵심지를 중심으로 가격 강세가 이어지면서 서둘러 매도에 나설 이유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최근 한 달여 사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뚜렷한 감소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양도세 중과 유예 마지막날인 9일 6만8495건에서 이날 기준 6만915건으로 11.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초구는 8579건에서 7001건으로 18.4% 감소했고 강남구는 9892건에서 9142건으로 7.6%, 송파구는 5099건에서 4928건으로 3.4% 줄었다. 용산구 역시 1843건에서 1691건으로 8.3% 감소하는 등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거래량도 부진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4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만599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6857건)보다 3.2% 감소했다. 거래가 급감한 것은 아니지만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관망 흐름이 이어지는 셈이다.

거래는 줄었지만 증여는 늘어났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구의 집합건물 증여등기 신청 건수는 올해 1~4월 109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64건)보다 136.2% 증가했다. 5월 증여등기 신청 건수도 현재까지 412건으로 지난해 5월(189건)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재순 한국부동산분석학회장도 "핵심지 주택을 보유한 자산가는 단순히 매도하기보다 증여나 장기 보유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강남3구 증여 증가는 자산 방어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옥석 가리기 본격화…초양극화 국면

시장에서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지역과 상품, 수요층에 따라 서로 다른 흐름을 보이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처럼 시장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보다 선호 자산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최근에는 '어디를 더 살 것인가'보다 '어떤 자산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상담이 많아지고 있다"며 "강남3구와 용산, 성동·마포 등 핵심 입지에 대한 선호는 여전히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시장은 과거처럼 시장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보다 가치가 검증된 자산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며 "서울 핵심지와 지방, 신축과 구축, 아파트와 비아파트가 완전히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지금은 철저한 옥석 가리기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출 규제는 시장 전체를 억누르기보다 구매력을 재편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현금 동원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나 투자자는 시장 진입이 어려워졌지만 자산가들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 시장은 보유한 집을 내놓지 않는 매도자와 쉽게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매수자가 공존하는 국면이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핵심지 선호 현상은 오히려 강해지며 '초양극화' 국면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수요도 투자도 핵심지 선호

실제 수요자들의 인식도 전문가들의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핵심 입지와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선호가 집중되면서 주택 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뉴스가 지난 4월 성인남녀 13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fn하우징브랜드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후 분양을 받을 경우 가장 선호하는 지역으로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가 23.0%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이 15.1%, 과천·위례·성남 등 경기 동남부권이 9.7%로 뒤를 이었다. 특히 이들 지역은 이미 자가주택을 보유한 응답자일수록 선호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주택 유형별로는 신축 분양 아파트가 52.5%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재건축 아파트가 18.1%로 뒤를 이었고 구축 아파트(13.3%), 재개발지구 주택(10.4%) 순이었다.

주택 구입 목적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3.4%가 '실거주지 변경'을 꼽았지만, '가격 상승에 따른 투자 목적'이라는 응답도 25.5%에 달했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선호 입지와 우량 자산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최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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