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추천방, 실시간 알림, 2배 ETF"…'조바심' 자극 당하는 개미들, 결국 '매수버튼' [투자냐 도박이냐②]
[알림 하나에 흔들리는 손가락…투자가 베팅이 될 때]
급등 알림·추천방·SNS 타고 번지는 즉흥 매매
단일종목 2배 상품까지…손실 위험 확대
[파이낸셜뉴스] "알림이 오면 안 볼 수가 없어요. '급등'이라고 뜨면 일단 들어가 보게 되죠."
30대 직장인 A씨는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앱) 알림을 끄지 못한다고 했다. 가격 급등, 거래량 증가, 목표가 도달 알림이 오면 업무 중에도 휴대전화를 확인한다. A씨는 "처음에는 보유 종목만 보려고 켰는데, 알림에 뜬 종목까지 보게 된다"며 "보다 보면 사고 싶어지는 종목이 꼭 생긴다"고 털어놨다.
주식 투자 환경은 예전보다 편리해졌다. 증권사 앱은 실시간으로 급등락을 알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종목 추천방에서는 매수·매도 의견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까지 등장하면서 개인투자자는 짧은 시간 안에 더 큰 위험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이게 됐다.
이와 관련해 자신의 주식 투자가 사실상 도박으로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수익률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매수 이유와 손절 기준, 그리고 감당 가능한 손실 범위다. 이 세 가지가 없다면 투자가 아니라 운에 기대는 베팅에 가까워질 수 있다.
앱 알림은 투자자가 원래 보려던 종목 밖으로 시선을 넓힌다. 보유 종목 가격을 확인하려고 앱을 열었다가 급등 종목 목록, 테마주 뉴스, 실시간 거래량 순위를 함께 보게 된다. 매수 이유가 기업 분석이 아니라 "지금 움직인다"는 신호가 되는 경우다.
종목 추천방도 비슷하다. 무료 채팅방에서 시작해 유료방 가입을 권하는 방식은 오래된 수법이다. 최근에는 SNS와 동영상 플랫폼을 거쳐 비공개 채팅방으로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수익 인증 화면, 급등 종목 캡처, "지금 아니면 늦는다"는 문구가 투자자를 자극한다.
금융감독원은 주식 리딩방이 금융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유사투자자문업자나 일반 개인에 의해 운영될 수 있다고 안내해 왔다. 수익률과 종목 적중률 등 근거 없는 실적을 내세워 높은 이용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문제로 지적됐다.
40대 직장인 B씨는 "처음에는 무료방만 보려고 들어갔는데, 수익 인증이 계속 올라오니까 흔들렸다"며 "종목을 공부해서 산다기보다 놓치면 안 될 것 같아서 보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최근에는 고위험 상품도 개인투자자의 선택지에 포함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투자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단일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지난 5월 27일부터 상장됐다. 기존에는 지수나 여러 종목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상품이 주로 거래됐지만, 이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개별 종목 움직임에 수익률이 연동되는 상품까지 나온 것이다.
금융위가 안내한 상장 상품은 ETF 16개와 ETN 2개였다. ETF는 8개 운용사가 출시했고, ETN은 1개 증권사가 정방향 2개 상품을 내놨다. 기초자산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두 종목은 국내 증시에서 거래대금과 시가총액 비중이 큰 대표 반도체 대형주다. 개인투자자에게 익숙한 종목이지만, 이를 기초로 한 레버리지 상품은 일반 주식 매수와 구조가 다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지수 전체가 아니라 특정 종목 하나의 일일 수익률을 배수로 따라간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가가 오르면 수익률도 커질 수 있지만, 반대로 움직이면 손실도 빠르게 커진다. 한 종목의 실적 전망, 산업 뉴스, 수급 변화가 상품 가격에 바로 반영되는 방식이다. 분산투자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특정 기업 이슈나 반도체 업황 변화에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금융위는 국내 주식 가격제한폭이 상하 30%인 점을 고려하면 2배 레버리지 상품에서 이론적으로 하루 최대 60% 손실이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단일종목 주가가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면 누적 수익률이 기초자산 수익률의 2배와 달라질 수 있다고 안내했다. 단기 방향을 맞히는 상품처럼 보이지만,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격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투자자에게는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투자하려면 기본예탁금 1000만원 예치와 사전교육 이수가 필요하다. 기존 레버리지 ETF·ETN 일반교육 1시간에 더해 심화교육 1시간을 추가로 들어야 한다. 교육은 투자자가 상품 구조와 위험을 확인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절차다.
다만 교육 이수가 곧 상품 이해를 뜻하지는 않는다. 괴리율, 음의 복리효과, 단일종목 집중 위험은 실제 가격 변동을 겪기 전까지 체감하기 어렵다. 특히 주가가 빠르게 오르는 장에서는 투자자가 위험 설명보다 예상 수익률과 매수 시점을 먼저 보게 된다.
B씨는 "교육은 들었지만 솔직히 거래하려고 들은 것"이라며 "상품 구조를 완전히 이해했다기보다 안 들으면 못 산다고 해서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막상 시장이 움직이면 교육 내용보다 지금 살지 말지가 먼저 생각난다"고 털어놨다.
추천방과 고위험 상품이 결합하면 투자자는 검토할 시간을 갖기 어렵다. "오늘만", "장 초반", "2배로 먹자" 같은 문구가 반복되면 상품 설명서보다 수익률 화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매수 뒤 손실이 나도 추천방에서는 다른 종목이나 추가 매수 이야기가 이어진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2월 발표한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 특징 및 성과 분석' 보고서에서 소액투자자들이 소규모 자금으로 고배율 레버리지 등 해외 파생형 ETP를 빈번하게 매매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파생형 ETF가 개인투자자의 과잉거래를 부추기는지, 투자자를 추가 위험요인에 노출시키는지에 대해 더 엄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파생형 ETP는 주가지수나 원자재, 환율 등의 움직임을 기초로 하되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을 활용해 수익률을 설계한 상장지수상품이다. 레버리지나 인버스 상품이 대표적이다.
금융위원회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특정 종목에 집중 투자하고 손익이 커지는 상품이라고 안내했다.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거나 투자위험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도 했다. 투자설명서를 읽고도 상품 구조와 위험이 명확히 이해되지 않으면 거래하지 않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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