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이번 판은 진짜야…" 스마트폰이 삼킨 군생활관, 3억 도박판의 전말[사건실화]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군 생활관서 벌어진 765회 비밀 도박
뱅커냐 플레이어냐…'바카라'의 늪
3억 탕진하고 도박치료센터로 향해
법원 "상습 도박…죄책 무거워" 판시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한 AI 이미지. 구글 제미나이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한 AI 이미지. 구글 제미나이

[파이낸셜뉴스] '이번엔 진짜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숨죽인 군 생활관, 어둠을 밝히는 건 휴대전화에서 뿜어져 나오는 희미한 빛뿐이었다. 화면 속 '뱅커'와 '플레이어'가 교차할 때마다, 2분의 1의 확률이 주는 짜릿함은 군 생활의 적막함을 단숨에 집어삼켰다. 초조하게 화면을 응시하던 손가락이 한 번 움직일 때 20대 청년의 계좌에서는 수십에서 수백만원의 돈이 신기루처럼 증발했다. 평범한 군 생활관이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손안의 도박장'으로 변모하는 순간이었다.

군인 A씨(21)가 빠져든 늪은 한 사설 인터넷 도박 사이트였다. 휴대전화 터치 몇 번이면 입장할 수 있는 그곳은, 평범했던 한 청년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 거대한 거미줄이었다.

시작은 지난 2024년 12월 1일 겨울날이었다. 경기 고양시에 있는 한 보병사단 생활관. A씨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휴대전화를 켰고, 불법 도박 사이트에 접속했다. 규칙은 간결했다. 도박 사이트 운영자가 지정한 계좌로 돈을 송금하면 1대1 비율로 사이버머니가 충전됐다. 카드의 숫자를 더해 마지막 일의 자리 수가 9에 가까운 쪽이 승리하는 '바카라' 게임에 베팅해 이기면 일정한 비율로 사이버머니를 돌려받아 환전할 수 있었다.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한 AI 이미지. 구글 제미나이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한 AI 이미지. 구글 제미나이

도박이 남긴 대가는 버거울 정도로 컸다. 처음엔 호기심에 던진 푼돈이었지만, 집착은 이내 상습적인 중독으로 번졌다. 지난 2025년 9월까지 A씨가 생활관 등지에서 도박 사이트에 접속해 돈을 입금한 횟수는 무려 765회에 달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판돈을 모두 합치니 3억3385만455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찍혀 있었다. 평범한 20대 청년이 군대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아득히 넘어선 금액이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12단독(김회근 판사)은 지난달 24일 상습도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벌금 상당의 가납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024년 12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생활관 등지에서 휴대전화로 사설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 접속해 총 765회에 걸쳐 3억3385만455원을 입금하고 이를 토대로 상습 도박을 일삼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도박 횟수와 규모에 비추어 죄책이 무겁다"며 "도박죄는 도박에 중독된 개인의 삶을 파탄에 이르게 할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의 사행심을 조장하고 건전한 근로 의식을 저해하는 등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커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깊이 반성하는 점, 도박 치료센터에서 교육받는 등 재범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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