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모리야스 감독 "홍명보 절대 최악 아니야...그도 헌신, 칭찬해달라" [2026 월드컵]
브라질에 32강 석패한 日… 팬들 뜨거운 환호 속 도쿄 금의환향
"홍명보 최선 다해, 결과론으로 모든 걸 깎아내릴 순 없다"
"그 또한 몸 부서져라 헌신, 칭찬해달라"
[파이낸셜뉴스] 거센 야유와 욕설 속에서 고개를 숙인 채 도망치듯 입국장을 빠져나갔던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사령탑.
반면 뜨거운 박수갈채와 환호 속에서 당당하게 조국 땅을 밟은 일본 국가대표팀 사령탑.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마친 한일 양국 수장의 귀국길은 그야말로 극과 극의 잔혹한 대비를 이뤘다. 그리고 이 비참한 온도 차 속에서, 승자의 여유를 품은 적장의 따뜻한 위로는 역설적이게도 한국 축구의 뼈를 더욱 시리게 때리고 있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은 2일 도쿄에서 열린 월드컵 결산 귀국 기자회견에서 사퇴 후 쓸쓸히 퇴장한 홍명보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을 향해 묵직한 위로의 메시지를 던졌다.
일본은 이번 대회 이른바 '죽음의 조'를 1승 2무(승점 5) 무패로 통과한 뒤, 32강 토너먼트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을 만나 선제골을 넣고도 1-2로 아쉽게 역전패했다.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끝까지 투지를 보여준 대표팀을 향해 일본 팬들은 공항에서 아낌없는 환대를 보냈다. 반면 한국은 1승 2패(승점 3) 전체 34위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조별리그에서 광탈했고, 홍 전 감독은 현지에서 불명예 사퇴를 선언해야 했다.
기자회견 중 한국 매체로부터 홍 전 감독의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은 모리야스 감독은 신중하면서도 단호하게 라이벌을 감쌌다.
그는 "한국의 정확한 내부 상황을 알 수는 없지만, 밖에서 바라볼 때 이번 대회가 역대 최악의 성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홍명보 감독은 조국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 싸우고 헌신했다. 지금 쏟아지는 비판은 결국 결과론이다. 그가 해왔던 모든 과정과 노력이 전부 잘못됐다고 매도할 수는 없다"며 짙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두 사령탑의 인연은 각별하다. 지난해 7월 한일 수교 60주년 기념 대담을 통해 축구 철학을 교감했던 두 사람은, 직후 열린 동아시안컵(EAFF E-1 챔피언십) 한일전에서 벤치 지략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당시 일본이 1-0 승리). 모리야스 감독은 "한국 팬분들이 아쉬움을 느끼시겠지만, 나라를 위해 피땀 흘린 감독과 선수들을 향해 칭찬과 좋은 점도 들여다봐 주셨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더욱 뼈아픈 대목은 모리야스 감독의 철저한 자기 객관화다. 공항을 가득 메운 환호성과 일본축구협회의 유임 제안 분위기 속에서도 그는 결코 들뜨지 않았다. 모리야스 감독은 "오늘의 환대와 별개로, 브라질을 넘지 못한 나 자신에게 몹시 실망했다"며 자책한 뒤, "하지만 우리가 이대로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가 세계 정상에 우뚝 서는 날이 올 것이라 확신한다"며 더 높은 곳을 겨냥했다.
시스템의 붕괴 속에서 사령탑을 향한 분노로 잿더미가 된 한국 축구. 그리고 실패의 아픔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미래를 다짐하는 일본 축구. 적장의 따뜻하고도 날카로운 품격 앞에서, 길을 잃은 한국 축구의 초라한 현주소가 한층 더 선명하게 드리워지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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