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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보면 제주도정 우선순위가 보인다… 위성곤 지사 실행력 첫 시험대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AI·기후경제·기본사회가 민선 9기 핵심축
3급 이상 줄이고 실무인력 늘린 '실용도정' 표방
정무부지사 권한, 기후경제·미래산업 조정축으로 이동
제2공항상생지원단 신설로 갈등관리 역량 시험대
조직개편 성패는 예산·인사·도의회 심사서 판가름
'부서 이름'보다 도민 체감 성과가 관건

위성곤 제주도지사가 민선 9기 제주도정 출범식에서 도지사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위성곤 도정은 출범 첫 조직개편을 통해 AI, 기후경제, 기본사회, 민생경제, 도민소통을 핵심 실행축으로 배치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위성곤 제주도지사가 민선 9기 제주도정 출범식에서 도지사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위성곤 도정은 출범 첫 조직개편을 통해 AI, 기후경제, 기본사회, 민생경제, 도민소통을 핵심 실행축으로 배치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위성곤 제주도정의 첫 조직개편안은 단순한 부서 조정이 아니다. AI와 기후경제, 기본사회, 민생경제, 도민소통을 전면에 배치해 민선 9기 도정의 권한과 인력, 책임을 어디에 집중할지 보여주는 첫 정책 설계도에 가깝다.

3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입법예고한 조직개편안의 핵심은 본청을 16실·국 68과에서 15실·국 70과로 바꾸는 데 있다. 겉으로는 1개 실·국을 줄이고 2개 과를 늘리는 조정이지만, 내용은 더 복합적이다. 3급 이상 간부 정원을 줄이고 실무인력을 37명 늘리며, 핵심 공약과 갈등 현안, 미래산업 전담 조직을 새로 얹는 방식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2011년 이후 첫 3급 이상 간부 정원 감축이다. 조직개편 때마다 따라붙던 '몸집 불리기'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읽힌다. 제주도는 "일반직 3급 정원 1명과 한시정원 1명 등 관리 인력을 줄이고, 늘어나는 인력은 핵심정책과 현장 행정서비스 분야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실무인력 37명 증원이 실제 현장 대응력 강화로 이어질지는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어느 부서에 몇 명이 배치되는지, 민원·복지·고용·기후·AI 분야 가운데 어디에 우선 투입되는지에 따라 체감도는 달라진다. 조직개편의 성패는 정원 숫자보다 인력 배치표와 업무 권한에서 갈린다.

정무부지사를 '기후경제정무부지사'로 바꾼 점도 민선 9기 권력지형 변화를 보여준다. 기후경제정무부지사는 미래산업국, 기후에너지국, 환경자원국을 소관으로 둔다. AI와 미래산업, 기후에너지, 도민소통, 주요 정책 현안 조정까지 맡는 구조다. 기후와 경제를 따로 보지 않고 제주도의 성장전략과 환경전환을 함께 묶겠다는 신호다.

기후에너지국 신설은 제주가 직면한 에너지 전환 과제를 반영한다. 제주도는 탄소중립정책과를 기후에너지국으로 옮기고 분산에너지과를 새로 둔다. 분산에너지는 대규모 발전소 중심 전력 공급에서 벗어나 지역 안에서 재생에너지와 전력 수요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정책 분야다.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전력망 부담, 에너지 신산업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제주에는 중요한 조직 변화다.

기본사회추진단 신설도 주목된다. 기본사회는 주거와 의료, 돌봄, 교통, 에너지처럼 도민 생활의 기초가 되는 서비스를 공공정책으로 촘촘히 설계하겠다는 개념이다. 제주도는 이 기능을 도지사 직속으로 두고 종합 기획·조정 역할을 맡긴다. 공약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추진단의 위상은 높지만, 부서 간 칸막이를 넘는 조정력이 실제로 확보될지가 관건이다.

AI행정혁신추진단은 행정서비스 전환의 시험대다. 제주도는 이 조직을 통해 데이터 기반 정책결정과 AI 행정서비스, 데이터 활용, 인재양성 정책을 추진한다. 문제는 "AI 조직을 만들었다"는 선언만으로 도민 체감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원 처리 시간 단축, 복지 사각지대 발굴, 교통·관광 데이터 활용처럼 구체적 서비스가 뒤따라야 한다.

제주특별자치도청과 제주시 도심 전경. 제주도는 본청을 16실·국 68과에서 15실·국 70과로 재편하고, 2011년 이후 처음으로 3급 이상 간부 정원을 줄이는 조직개편안을 마련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특별자치도청과 제주시 도심 전경. 제주도는 본청을 16실·국 68과에서 15실·국 70과로 재편하고, 2011년 이후 처음으로 3급 이상 간부 정원을 줄이는 조직개편안을 마련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경제 조직 개편은 민생과 기업 성장 전 주기를 겨냥한다. 경제활력국은 경제정책 중심 조직으로 재편되고 기업투자과는 기업정책과로 이름을 바꾼다. 창업과 기업성장, 투자유치, 기업지원 기능을 한 흐름으로 묶겠다는 뜻이다. 소상공인과와 통상물류과를 소상공인물류과로 통합한 점은 지역 상권과 물류비 부담을 함께 보겠다는 방향이다.

갈등관리 조직도 민선 9기 조직개편의 중요한 축이다. 소통담당관은 도민소통과 갈등관리를 맡고, 제2공항상생지원단은 주민소통과 주민지원을 전담한다. 제2공항은 제주 사회의 대표 갈등 현안이다. 상생지원단이 행정 절차 보조 조직에 머물지, 주민 신뢰를 회복하는 실질 창구로 작동할지는 향후 도정 운영의 큰 시험대가 된다.

특별자치분권추진단과 15분도시추진단 폐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특별자치분권추진단은 그동안 중앙정부 권한의 제주 이양과 기초자치단체 도입 논의를 맡아온 조직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자치권 확대와 행정체제 개편을 다뤄온 상징적 부서가 사라지는 만큼 관련 기능이 어디로 이관되고 민선 9기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어질지도 도의회 심사 과정의 쟁점이 될 수 있다.

또한 15분도시추진단과 건설주택국은 도시건설국으로 통합된다. 이전 도정의 상징 사업이었던 15분도시 기능이 도시건설국 체계 안으로 흡수되는 셈이다. 위성곤 도정이 전임 도정의 정책 자산을 어떻게 조정하고 계승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도의회 심사 과정도 변수다. 제주도는 조직개편 관련 조례안을 7월 도의회 임시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원 증원, 기구 신설, 제2공항 대응 조직, 기본사회 추진 조직 등은 도의회에서 질문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실무인력 증원이 재정 부담과 행정 효율성 측면에서 타당한지, 새 조직이 기존 부서와 기능 중복을 일으키지 않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이번 개편의 성패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새 조직에 실제 권한과 예산이 붙는지다. 둘째, 실무인력 증원이 도민 체감 서비스로 이어지는지다. 셋째, AI·기후경제·기본사회·제2공항 갈등관리 같은 핵심 의제가 부서 간 조정 속에 실행되는지다.

조직개편은 도정의 우선순위를 보여준다. 그러나 조직표만으로 성과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위성곤 도정의 첫 조직개편은 "무엇을 하겠다"는 선언에서 "누가 책임지고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를 묻는 첫 시험대에 올랐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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