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가고 대만인 왔다" 日부동산 '새 큰손' 된 AI 부자들
TSMC 호황으로 자산 급증…'엔저+양안 리스크'에 일본행
도쿄 중심 신축 외국인 구매자 3명 중 2명 대만인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중국 큰손들이 한발 물러난 일본 부동산 시장에서 인공지능(AI) 호황으로 자산을 늘린 대만 자산가들이 새로운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닛케이아시아가 6일 보도했다. 엔화 약세에 양안(중국·대만) 긴장까지 겹치면서 일본 부동산이 대만 부유층의 대표적인 해외 자산 피난처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도쿄 23구에서 대만인이 매입한 신축 아파트는 192가구로 2024년 한 해 전체보다 82% 많았다. 도쿄 중심부 신축 아파트를 구입한 외국인 가운데 대만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분의 2에 달했다. 이 통계는 일본에 거주하지 않는 대만인만 집계한 것으로 실제 수요는 이보다 더 클 가능성이 있다고 닛케이아시아는 말했다.
대만 자금이 일본으로 몰리는 가장 큰 배경은 AI 반도체 호황이다. TSMC를 중심으로 한 대만 반도체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주가와 가계 자산이 함께 뛰었다. 대만 대표 주가지수인 TAIEX는 올해 62% 상승했고 대만 경제는 16년 만에 가장 빠른 약 10%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에서 대만인 대상으로 부동산을 중개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린자칭 대표는 "돈을 너무 많이 벌어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대만부동산협회 부이사장도 맡고 있다.
엔저도 일본 부동산 매입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지난 10년간 대만달러는 엔화 대비 강세를 보였다. 대만달러 1달러당 3엔대였던 환율은 최근 5엔대까지 올랐다. 린 대표는 "1억엔짜리 부동산도 대만인에게는 체감상 60% 가격으로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대만 현지 집값 급등도 일본 부동산 매력을 키우고 있다. 일본부동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타이베이의 고급 아파트 가격은 도쿄보다 64% 높았다. 도쿄 고급 아파트 가격은 런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도쿄 부동산업계에서는 과거 중국 투자자들이 좋은 매물을 빠르게 쓸어가던 흐름이 약해지고 대만 투자자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 경기 둔화와 자본 유출 규제 여파로 중국인 수요가 주춤한 사이 대만 부유층이 도쿄·오사카 고급 아파트 시장의 주요 고객으로 떠오른 것이다.
대만 부유층이 일본을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접근성이다. 하네다공항에서 모노레일로 20분 거리에 있는 도쿄 덴노즈 지역은 대만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대표 지역으로 꼽힌다. 타이베이 도심 쑹산공항에서 하네다공항까지 비행시간은 4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덴노즈에서는 2030년대 리니어 중앙신칸센 개통이 예정된 시나가와역도 가깝다.
양안 긴장도 자산 분산 수요를 키우고 있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보고 통일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린 대표는 "중국과의 유사 상황 가능성은 모든 대만인이 염두에 두고 있다"며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긴장이 고조될 경우 갈 수 있는 곳을 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만 부유층의 해외 투자처가 일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위산은행과 KPMG가 지난해 9~10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만 고액자산가 가운데 54%는 미국 투자를 고려한다고 답했다. 싱가포르가 45%로 뒤를 이었고, 일본·한국은 29%였다.
싱가포르는 낮은 세율과 영어·중국어 사용 환경이 장점으로 꼽히며 일본은 지리적 근접성과 가격 상승 가능성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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