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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사관학교 통합안' 발표 순연, 군 원로 집단 반발…속도조절 나서나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국방부 "청와대 민관합동 점검회의 긴급 참석" 해명했지만 
8일 예비역 총동창회 '국 앞 궐기대회' 안보 리스크 고조
"균형 발전 저해·카르텔 양산" 육·해·공 예비역 집단 반발

안규백 국방부장관이 지난 5월 27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를 찾아 교수 및 훈육관과 간담회를 가지고 있다. 국방부 제공
안규백 국방부장관이 지난 5월 27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를 찾아 교수 및 훈육관과 간담회를 가지고 있다. 국방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추진 중인 국방개혁의 핵심 이정표이자 육·해·공군 장교 양성체계의 대격변을 몰고 올 '국군사관학교(통합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 발표가 브리핑 시작 불과 한 시간을 앞두고 전격 연기됐다. 군 당국은 장관의 청와대 회의 참석을 공식 사유로 내세웠으나, 안보 진영과 예비역 단체들의 전례 없는 집단 반발에 직면한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방부가 6일 오전 진행하려던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기본계획 브리핑을 행사 개시 직전 취소하고 일정을 순연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직접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안 장관이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반도체 클러스터 민관합동 점검회의에 긴급 배석하라는 요청을 받으면서 일정이 불가피하게 순연된 것"이라고 경위를 설명했다. 공식적인 연기 사유는 정무적인 청와대 일정 조정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순연이 '통합 사관학교 반대 여론'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7일부터 예정된 튀르키예 나토(NATO) 정상회의에 대통령을 수행하는 일정 등을 고려할 때, 관련 내용은 향후 다시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가 편성한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 산하 분과위가 제시한 통합안은 1·2학년 때 공통 교육을 이수하고 3·4학년 때 각 군을 선택해 특화 전공을 이수하는 '국군사관대학교' 형태를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군 장성 출신 등 원로들 일각에선 정부 구상이 현대전이 요구하는 고도의 군사 전문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반박하며 사관학교 통합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예비역 장성 출신 안보 전문가들은 현재 육·해·공군 사관학교가 각각 독립적인 체제로 생도를 육성하며 유지해 온 상호 견제와 균형의 감시 기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개별 사관학교 시스템이 하나로 획일화될 경우, 외부의 통제나 견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유일무이하고 공고한 군 내부의 거대 권력 카르텔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날카로운 지적이다. 군 관계자 및 군사 전문가들은 "각 군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무시한 물리적 결합은 진정한 의미의 통합이 아닌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전의 핵심인 '합동성'은 생도 시절의 일방적인 통합 교육으로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며 "군인으로서의 합동성이란 자군의 정체성을 명확히 확립하고, 자신이 다루는 무기 체계와 작전 개념을 완전히 숙지한 이후에 비로소 발휘되는 것"이라며 "건물로 비유하자면 각 군의 정체성이라는 견고한 기둥이 먼저 세워져야 그 위에 합동성이라는 지붕을 얹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 공군 예비역 장성들 사이에서는 4년 동안 공군만의 고유 작전과 병과 교육을 집약적으로 이수해도 실전에 투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나온다. 이를 단 2년으로 축소할 경우 깊이 있는 전문 지식 습득이 불가능해져 결국 '수박 겉핥기식' 교육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공군 원로들은 군의 미래 싸우는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선행되지 않은 채 교육기관 통합만 내세우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격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 같은 기류는 오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개최될 예정인 '사관학교 통합 반대 총궐기대회'에서 전면에 드러날 전망이다. 이번 대회는 육사뿐만 아니라 해사와 공사 총동창회까지 최초로 전격 합류해 공동으로 개최한다. 그간 육사 총동창회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나왔지만, 최근에는 해사·공사 총동창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고위 장성 출신의 해군 예비역 인사는 "그동안 육사 동문회가 학교 부지를 지키는 지엽적인 갈등에만 과도하게 치중했던 면이 있다"고 꼬집으며, "해군 지도부 내에서도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를 떠나 각 군 사관학교가 가진 고유한 전술적 정체성과 전문성을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라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해군과 공군 예비역들 사이에서 "사관학교 통합 시 우수한 국방 인재가 특정 군으로 쏠리거나 균형 있는 군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는 본질적인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3군 사관학교 동문 전체가 정체성 수호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는 대규모 연대 전선으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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