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쪼개기 상장' 제동…정부, 모회사 주주동의 없는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금융위·거래소, 중복상장 세부 가이드라인 제정안 예고…7일부터 의견수렴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은 주주동의 필수…의결권 제한하는 '3% 룰'도 준용

모회사 이사회에 '5대 주주보호 의무' 부과, 위반시 10억 제재금‧매매정지

정부서울청사 내부의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서울청사 내부의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소액주주 권익 침해 우려와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요인으로 지적돼 온 상장사 자회사의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는 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한다. 특히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에는 모회사 주주동의를 필수로 요구하고, 이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3% 룰'을 준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상장사가 자회사 중복상장을 추진하려면 모회사 이사회가 주주영향평가, 주주보호 방안 마련, 주주소통·주주동의 확인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영향평가 등 5대 의무를 부과하고,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시 모회사 주주의 동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상장·공시규정 개정안을 예고했다고 6일 밝혔다. 공식 의견수렴은 7일부터 시작된다.

이번 제도에서 핵심은 주주동의 방식이다. 물적분할 자회사의 중복상장은 모회사 주주동의를 받지 못하면 투자자 보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본다. 주주동의 기준은 상법상 감사위원 선임에 준하는 3%룰을 적용한다. 3%를 초과하는 의결권을 보유한 주주는 초과분이 제한되고, 최대주주의 경우 특수관계인 보유분까지 합산해 계산한다. 주주동의가 인정되려면 출석 주주의 의결권 과반과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이번 제·개정안은 공식 의견수렴 기간을 거친 뒤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결을 통해 최종 시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자본시장에서는 모회사가 핵심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자회사로 만든 뒤 별도로 상장하는 과정에서 모회사 일반주주 권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 주식시장의 중복상장 비율은 전체 시가총액 대비 상장사 간 지분보유 시가총액 기준 11.2%다. 이는 미국(0.05%), 일본(4.0%), 중국(2.4%), 대만(2.7%) 등 주요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상법상 이사의 주주충실의무를 기반으로 해외 중복상장 규율과 미국 델라웨어 판례 등을 참고해 '중복상장 원칙금지·예외허용'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새 제도가 시행되면 자회사 중복상장을 추진하는 상장 모회사의 이사회는 △주주 영향평가서 작성 △자사주 소각·현물배당 등 주주보호 방안 마련 △일반주주와의 소통 또는 주주동의 확인 △최종 찬반 결의 및 자회사 통지 △단계별 결과 공시 등 5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독립적 특별위원회의 심의·의결도 필요하다. 특별위원회는 3인 이상의 이사 또는 외부전문가로 구성해야 한다. 또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거나 사외이사와 외부전문가가 위원의 3분의 2 이상이어야 한다. 자회사를 나스닥 등 해외 거래소에 상장하는 경우에도 모회사 이사회 5대 의무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도 마련된다. 모회사 이사회가 상장규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10억원의 제재금과 1일간의 매매거래정지 조치가 가능하다. 공시의무를 위반하면 제재금이 부과될 수 있고, 벌점 누적 시 상장폐지 실질심사 사유가 될 수 있다.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 기준도 강화된다. 자회사는 일반 상장요건 외에 중복상장 특례심사 기준을 추가로 충족해야 한다. 거래소는 자회사가 모회사로부터 영업·경영 독립성을 갖췄는지와 모회사 투자자 보호가 충분히 이뤄졌는지를 심사한다.

영업 독립성 심사에서는 자회사의 주요 제품·서비스, 관련 시장, 매출처, 사업모델이 모회사와 유사한지 등을 본다. 자회사의 연구개발, 원재료 조달, 제조, 매출, 판매관리 등 주요 영업활동이 모회사에 의존하는지도 따진다. 가이드라인은 자회사의 매출 또는 매입의 50% 이상이 모회사로부터 발생하는 경우 영업 독립성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산업구조상 수직계열화가 불가피하거나 그룹 내 거래를 통한 공급 안정성 등 효율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독립성이 인정될 수 있다.

경영 독립성도 심사 대상이다. 모회사 최대주주나 임직원이 자회사 이사회, 감사위원회, 경영진, 고문 등을 겸직하는 경우 겸직 비중과 직위의 중요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자회사의 생산, 판매, 투자, 자금조달, 예산, 인력운영 등 주요 경영사항이 실질적으로 모회사 사전승인을 거쳐야 한다면 경영 독립성이 낮다고 볼 수 있다.

물적분할이 아닌 일반 자회사는 주주동의를 받으면 주주보호 노력을 이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주주동의를 받지 못하면 거래소가 자금조달 필요성, 산업적 특성, 모·자회사 관계 형성 경위, 자회사 비중, 주주보호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엄격하게 개별심사한다.

다만 저비중 자회사는 주주동의가 면제될 수 있다. 매출, 영업이익, 자산이 모두 모회사 대비 10% 미만인 경우가 대상이다. 그러나 세 항목이 모두 10% 미만이더라도 예상 기업가치 등을 고려할 때 중요 자회사로 인정되면 주주동의 면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저비중 자회사라도 물적분할로 설립된 회사라면 주주동의 필수 기준이 적용된다.

금융위와 거래소는 중복상장의 적합성을 먼저 모회사 이사회와 주주가 판단하고, 거래소가 이를 토대로 최종 심사하는 구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규정 개정안과 가이드라인 제정안은 오는 14일까지 예고기간을 거친 뒤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결을 통해 최종 시행될 예정이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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