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안전·의료·복지 묵은 숙제 꺼냈다… 새 도의회 첫 시험대
보건복지안전위, 첫 상임위 앞두고 워크숍
지역안전지수 최하위 탈출 방안 점검
제주 상급종합병원·건강주치의 추진 논의
사회복지예산·경로당 급식·처우 점검
자치경찰 역할 강화 등 해법 모색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안전은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고, 중증환자는 상급종합병원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향하며, 복지 현장에서는 예산과 인력 부족을 호소한다. 제13대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가 출범과 함께 제주가 풀지 못한 안전·의료·복지의 묵은 숙제를 한꺼번에 테이블에 올렸다.
6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 따르면 보건복지안전위원회는 이날 오전 도의회 소통마당에서 의정역량 강화 워크숍을 열고 하반기 핵심 현안과 상임위원회 활동 방향을 논의했다. 이경철 위원장을 비롯한 소속 의원 6명과 전문위원실 직원 등 15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의 의미는 새 상임위원회 의원들이 만났다는 데 있지 않다. 안전과 보건, 복지 분야에서 제주가 장기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임기 초반부터 의정 과제로 정리했다는 데 있다.
논의는 정책연구위원의 분야별 발표와 의원 질의·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안전 분야에서는 제주 지역안전지수와 자치경찰 역할이 핵심 의제로 올라왔다. 워크숍에서는 제주가 장기간 지역안전지수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원인과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지역안전지수는 교통사고와 화재, 범죄, 생활안전, 자살, 감염병 등 주민 생활과 직접 연결된 안전 수준을 비교하는 지표다.
등급이 낮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왜 사고와 위험이 반복되는지다.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도로와 차량만 볼 수 없고, 보행환경과 음주운전, 고령 운전자, 관광객 이동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자살과 감염병 역시 보건·복지 정책과 맞물린다.
보건복지안전위원회가 안전 문제를 다루려면 단일 부서의 사업 실적을 확인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김경남 정책연구위원은 지역안전지수 향상 방안과 함께 자치경찰제 안착을 위한 제주자치경찰단의 역할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제주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자치경찰제를 시행한 지역이다. 새 도의회가 자치경찰 조직의 존재 자체보다 교통안전과 생활안전, 지역 맞춤형 치안에서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따져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보건 분야에서는 제주권 상급종합병원 지정과 제주형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이 집중 논의됐다. 상급종합병원은 암과 뇌·심혈관질환 등 중증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료전달체계의 최상위 의료기관이다. 제주에는 현재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고난도 치료가 필요한 도민의 도외 원정진료 부담이 지역 의료의 구조적 과제로 꼽힌다.
제주대학교병원은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목표로 중증·필수의료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당일항암센터와 뇌혈관 하이브리드 수술실, 장기이식 진료체계 확대 등도 추진 중이다.
도의회가 살펴야 할 지점은 지정 추진 선언보다 실제 준비 수준이다. 중증환자 진료 비중과 전문인력 확보, 중환자실·수술실 역량, 환자 회송체계가 얼마나 갖춰지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제주형 건강주치의 시범사업도 의제로 올랐다. 건강주치의는 주민이 평소 자신의 건강 상태를 아는 의료진에게 지속적으로 건강관리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질병이 생긴 뒤 병원을 찾는 방식보다 만성질환 예방과 조기 관리에 무게를 둔다.
제주에서 제도가 자리 잡으려면 참여 의료기관과 도민 수, 의료진 부담, 보건소와 병·의원 간 역할 분담 등 실제 운영성과를 따져야 한다.
제주 복지 분야의 과제도 가볍지 않다. 양기훈 정책연구위원은 사회복지예산 비중 확대와 경로당 급식 제공 확대, 사회복지사 처우 개선 등을 주요 현안으로 제시했다.
복지예산은 규모만 키운다고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다. 고령화와 돌봄 수요 증가에 맞춰 어느 분야에 예산을 우선 투입할지, 현장 인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까지 함께 봐야 한다.
경로당 급식 확대 역시 식사 제공 횟수만 늘리는 문제가 아니다. 조리 인력과 식재료비, 위생관리, 지역별 수요 차이를 함께 설계해야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다.
사회복지사 처우 개선도 임금과 수당뿐 아니라 인력 부족과 과도한 업무, 안전 문제까지 연결돼 있다.
새 보건복지안전위원회의 시험대는 워크숍 이후다. 지역안전지수 개선과 상급종합병원 지정, 건강주치의, 복지예산, 사회복지사 처우는 모두 행정의 계획만 듣고 끝낼 사안이 아니다. 예산 심사와 조례, 행정사무감사, 정책 제안으로 구체적인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
이경철 위원장은 "새롭게 구성된 위원들이 현안을 공유하고 소통한 만큼 앞으로 상임위원회 활동과 의정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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