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한방에 복구 가능, 딱 1억만 더"…잔혹한 '희망 고문' 시나리오[사기꾼들]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1억원 송금하면 수익 50% 보장?
심리적 약점 파고든 교묘한 수법
'마지막 동아줄'인 줄 알았는데
과거의 악연이 희망으로 둔갑
사기 범죄 전력에도 또다시 범행
法"수법 고려할 때 죄질 매우 불량"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한 AI 이미지. 구글 제미나이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한 AI 이미지. 구글 제미나이

[파이낸셜뉴스] "이번엔 달라요. 지난번 손실, 그날로 한 방에 복구 가능합니다! 40일이면 됩니다. 원금은 물론이고 수익금까지 50% 더해서 돌려드릴게요. "

지난 2021년 4월, 서울 강남구 청담역 부근의 한 사무실. A씨(65)는 지인 B씨(62)에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누구나 혹할 만한 제안을 던졌다. 그가 꺼내 든 카드는 이른바 '10억짜리 프로젝트'. B씨에게 이 말은 구사일생의 기회이자 잃어버린 시간과 돈을 되찾을 마지막 동아줄처럼 다가왔다.

그도 그럴 것이 B씨에게 A씨는 악연이자 희망이었다. B씨는 지난 2019년 코인 투자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던 A씨의 말만 믿고 코인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1만달러 상당(약 1500만원) 투자 원금을 모두 날린 뼈아픈 전적이 있던 터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잃어버린 돈을 복구해 주겠다고 나선 사람 역시 A씨였다. "프로젝트에 같이 들어가면 지난번 손실을 한 번에 복구할 수 있다"는 A씨의 설명은 B씨의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A씨는 B씨가 무엇에 가장 관심을 가질지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B씨가 과거의 아픔 때문에 얼마나 간절하게 수익을 원하고 있는지, 그 심리적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던 A씨는 그의 가장 약한 고리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결국 B씨는 1억원이라는 거금을 A씨의 배우자 계좌로 송금했다.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밑 빠진 독에 돈을 들이붓는 꼴이었다.

B씨가 믿어 의심치 않던 '10억 프로젝트'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실체가 없는 신기루였다. A씨는 지난 2016년 가석방으로 출소한 뒤 자신의 주머니가 아닌 타인의 돈으로 숨을 쉬는 이른바 '폰지 사기'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빚을 빚으로 돌려막지 않는 이상 하루도 버티지 못하는 경제적 파탄 상태였다.

정직한 투자란 애당초 불가능한 옵션이었다. 돈을 불리는 데 필요한 적정 재산도, 사업을 운영할 능력도 없던 그에게 타인의 절박함은 그저 손쉽게 이용할 '먹잇감'에 불과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장원정 판사)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지난 6월 11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80시간과 보호관찰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4월 16일 피해자 B씨를 속여 1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지난 2023년과 2024년에도 사기죄로 잇따라 서울북부지법에서 실형을 선고받는 등 범죄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기망 수법과 피해 액수를 고려할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동종 실형 전과도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과거 범죄와 동시에 처벌받았을 경우와의 형평성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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