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제주 미래산업에 3조8223억원 건다… AI·에너지에 76% 집중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민선 9기 15개 미래산업 공약 실행계획 마련
AI·데이터 1조3480억원·에너지 1조5524억원
그린 AI 데이터센터·제주 글로벌 AI 허브 추진
햇빛·바람 이익 나누는 에너지 기본사회 구상
JIST 전환·4대 과기원 연합캠퍼스도 추진
거액 청사진, 국비·투자·실행력 확보가 관건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마을과 농경지 너머로 해상풍력 발전기가 펼쳐져 있다. 제주도는 민선 9기 미래산업 투자액 3조8223억원 가운데 1조5524억원을 에너지 전환에 투입한다. 바람과 햇빛의 이익을 도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구상이 실제 지역소득과 산업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평가대다. /사진=파이낸셜뉴스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마을과 농경지 너머로 해상풍력 발전기가 펼쳐져 있다. 제주도는 민선 9기 미래산업 투자액 3조8223억원 가운데 1조5524억원을 에너지 전환에 투입한다. 바람과 햇빛의 이익을 도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구상이 실제 지역소득과 산업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평가대다. /사진=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도가 앞으로 5년간 미래산업에 3조8223억원을 건다. 전체 투자액의 약 76%를 인공지능(AI)과 에너지에 집중하고, 그린 AI 데이터센터와 제주 글로벌 AI 허브, 제주형 에너지 기본사회, 제주과학기술원(JIST) 전환까지 추진한다.

민선 9기의 미래 성장전략이 AI와 재생에너지라는 두 축으로 선명해졌지만, 3조8000억원이 넘는 청사진을 실제 국비와 기업 투자, 일자리로 바꾸는 작업은 이제 시작이다.

6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 혁신산업국은 민선 9기 7대 전략과제 가운데 AX 대전환과 기후에너지, AI 행정혁신, 인재양성 등 4개 과제의 실행계획을 마련한다.

민선 9기 100대 공약 가운데 혁신산업국 소관은 15개다. 미래성장과와 에너지산업과가 각각 5개, 우주모빌리티과 2개, 디지털혁신과 3개를 맡는다.

제주도가 공식 발표한 5년간 투자 규모는 국비를 포함해 3조8223억원이다.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는 분야는 에너지다. 제주도는 에너지 전환에 1조5524억원을 투입한다. AI·데이터 분야 1조3480억원을 더하면 2조9004억원으로, 전체 발표액의 약 75.9%에 해당한다.

■ AI·에너지에 2조9004억원… 제주 미래산업 승부수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지역 태양광과 풍력시설. 제주도는 7월부터 ESS 연계 햇빛소득마을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오는 10월 '탐라는 전기예보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사진=뉴시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지역 태양광과 풍력시설. 제주도는 7월부터 ESS 연계 햇빛소득마을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오는 10월 '탐라는 전기예보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사진=뉴시스

에너지 분야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해상풍력 산업 육성, 분산에너지 활성화, 산업·수송·건물 전반의 전기화를 추진한다.

핵심 구상은 '제주형 에너지 기본사회'다. 제주에서 생산하는 바람과 햇빛의 경제적 이익을 발전사업자에게만 맡기지 않고 지역 주민과 공동체의 소득으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7월부터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연계한 '햇빛소득마을'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ESS는 전기가 남을 때 저장했다가 수요가 커질 때 다시 사용하는 장치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태양광과 풍력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제주에서는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전력망의 수용 능력을 웃돌면서 발전을 강제로 멈추는 출력제어가 반복돼 왔다.

따라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기를 더 설치하는 것만으로 에너지 전환에 성공하기 어렵다. 저장장치와 전력망, 전력거래 제도, 전력 소비 방식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

오는 10월에는 '탐라는 전기예보제'를 도입한다. 제주도는 재생에너지 발전량과 전력 수급 상황을 예측해 효율적인 전력 사용을 유도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향후 실행계획에서 확정될 전망이다.

AI·데이터 분야에는 1조3480억원이 투입된다. 제주도는 국내 AI 기술 인프라를 연결하는 '제주 글로벌 AI 허브'를 추진한다.

재생에너지로 운영하는 그린 AI 데이터센터도 구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생성형 AI와 첨단 AI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대규모 컴퓨팅 시설이다. 수많은 서버를 가동해야 해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제주 전략은 전력 소비가 큰 AI 산업과 풍력·태양광 자원을 한 공간에서 연결하는 데 있다.

그러나 그린 AI 데이터센터가 실제 산업으로 자리 잡으려면 조건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전력망과 부지, 용수, 통신망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운영할 기업도 확보해야 한다.

결국 평가 기준은 '글로벌 허브'라는 이름이 아니다. 실제 투자기업이 들어오고 전문인력이 제주에서 일하며 지역기업이 AI 생태계에 참여하느냐에 달렸다.

도민을 위한 AI 서비스도 확대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AI 도민 권리 보장을 위한 조례 개정과 참여형 거버넌스를 추진하고 AI 행정비서 시범서비스를 시작한다.

AI 행정비서는 복잡한 행정정보와 민원 절차를 AI가 안내하는 서비스다. 성과를 내려면 기존 챗봇을 바꾸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도민에게 필요한 지원사업을 제대로 찾아주고 민원 처리시간을 줄이며, 잘못된 답변을 걸러낼 검증체계와 책임 기준까지 마련해야 한다.

■ JIST·바이오·우주까지… 사업명보다 국비와 기업이 관건

한화시스템이 지난해 12월 2일 제주 서귀포시 하원동에 준공한 제주우주센터. 제주도는 우주·드론·자율주행의 AI·데이터 융합과 스마트도시 조성에 1773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사진=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이 지난해 12월 2일 제주 서귀포시 하원동에 준공한 제주우주센터. 제주도는 우주·드론·자율주행의 AI·데이터 융합과 스마트도시 조성에 1773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사진=한화시스템 제공

과학기술 기반에는 6465억원을 투입한다. 제주도는 국내 4대 과학기술원과 제주가 함께하는 연합캠퍼스를 설립하고 장기적으로 제주과학기술원(JIST) 전환을 추진한다.

현재 국내 4대 과학기술원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다.

제주도는 올해 하반기 4대 과기원-제주 연합캠퍼스 기본구상안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논의한다.

JIST 구상은 이름만 정한다고 실현되지 않는다. 중앙정부 협의와 법적 근거, 국가 재정 지원이 필요하고 제주대학교 등 기존 대학·연구기관과 어떤 역할을 나눌지도 정해야 한다.

바이오산업에는 990억원을 투입한다. 제주의 생물자원과 휴양 인프라를 활용해 AI 바이오헬스 산업을 육성하고 연구개발부터 실증과 제품화, 시장 진출까지 연결하는 상용화 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2027년에는 유전체 기반 제주형 AI 바이오헬스 실증사업에 착수한다. 유전체는 사람이나 생물이 가진 유전정보 전체를 뜻한다. AI로 유전체와 건강 데이터를 분석하면 질병 위험 예측과 맞춤형 건강관리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개인 유전정보와 의료데이터를 다루는 만큼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 동의, 의료적 책임 기준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우주·드론·자율주행과 스마트도시 분야에는 1773억원을 배정했다. 우주와 드론, 자율주행 분야를 AI·데이터와 연결하고 디지털 기술로 도시 문제를 미리 예측하는 스마트도시를 추진한다.

우주산업도 기업 유치 숫자만으로 성과를 평가하기 어렵다. 제주 기업이 공급망에 얼마나 참여하는지, 전문인력이 제주에서 고용되는지, 연구개발 성과가 지역산업에 축적되는지를 따져야 한다.

15개 공약은 단기와 중기, 임기 내 사업으로 나눠 추진한다. 연내에는 ESS 연계 햇빛소득마을 확대와 10월 탐라는 전기예보제 도입, AI 행정비서 시범서비스 등을 추진한다.

제주도는 공약사업과 단위과제별로 전문가 중심의 워킹그룹과 정책자문단도 구성한다. 초기 단계에서 정책 방향과 실행계획, 이행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기관·단체·도민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내년 이후에는 정부 정책과 연계한 제도 개선과 국비 추가 확보에 집중한다.

바로 이 지점이 민선 9기 미래산업 전략의 가장 큰 시험대다. 전체 투자액 가운데 국비와 지방비가 각각 얼마인지, 민간투자가 필요한 사업과 투자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사업별 재원구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3조8223억원이라는 총액보다 중요한 숫자는 매년 실제 확보하는 예산이다.

국비 사업이 정부 계획에 반영되지 않거나 민간투자가 늦어지면 전체 로드맵의 속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남진 제주도 혁신산업국장은 "도민과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실행계획을 조속히 구체화하겠다"며 "민선 9기 첫해부터 도민이 체감하는 성과로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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