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봉쇄 뚫고 반도체 패권 흔든다… 中 '兆 단위 IPO' 승부수
CXMT· YMTC 대대적 상장 계획
민간 자본 유치해 기술 자립 속도
D램 공급 과잉·가격 하락 가능성
K반도체 과점체제 붕괴 위협도
중국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기업 공개(IPO)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투자 붐과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정부 지원을 넘어 민간 자본까지 끌어들이고자 올 하반기 대대적인 IPO를 준비하고 있다. 연구개발(R&D)과 생산 능력 확대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해 자국 반도체 생태계 기반을 다지고 반도체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시도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D램 제조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는 상하이 증시 IPO를 통해 295억위안(약 6조6523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CXMT는 현재 IPO 등록 승인이 완료된 상태인데, 조달한 자금은 △D램 저장 기술 향상 △제조 라인 개조 △차세대 D램 기술 연구 개발 등에 쓰일 예정이다. 지난해까지 손실에 허덕였던 CXMT는 올해 들어 AI 데이터 센터 확산과 메모리 가격 급등에 힘입어 실적 구조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하반기 대대적인 IPO 시동
중국의 주요 3D 낸드플래시 제조 기업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YMTC)도 IPO를 준비하고 있다. IPO 상장 지도가 착수된 YMTC는 현재 공장 2곳에서 월 20만장 규모 웨이퍼 생산 능력을 갖췄는데, 연말께 우한에 세 번째 공장을 가동할 전망이다.
글로벌타임스 등 최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상하이증권거래소는 "실리콘 포토닉스(광반도체) 업체 시허커지(XPHOR)의 상하이 과창판(중국 과학기술주 전용 거래 시장) IPO 신청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XPHOR은 24억3000만위안(약 5480억원)을 조달해 △AI 연산 및 데이터 센터에 들어가는 실리콘포토닉 칩 생산능력 확충 △차세대 제품 R&D 및 산업화 △자체 R&D 허브 구축 등에 쓸 계획이라고 전해졌다.
상하이증권거래소는 "저장장치 제어 칩 개발사인 잉런커지(InnoGrit)의 과창판 IPO 신청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15일 클라우드 AI 칩 개발사 쑤이위안커지(EnFlame)와 12인치 웨이퍼 제조사 웨신반도체(CanSemi)는 IPO 심사를 통과했으며, 양사는 합계 135억위안(약 3조428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려 하고 있다고도 알려졌다.
■대규모 장기 자금으로 생태계 구축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IPO 러시는 막대한 설비 투자와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가격 사이클과 기술 전환이 동시에 이뤄지는 만큼, 현재의 호황을 차세대 기술 투자로 연결하기 위한 장기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조성한 국가 펀드와 지방 정부 지원만으로는 급증하는 AI 칩 투자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IPO를 통해 시장 자금을 유치하면 대규모 장기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의 기술 봉쇄에 대응해 공급망 내재화를 가속하려는 의도 역시 깔려 있다. 장비·소재·부품 기업까지 아우르는 자국 생태계를 구축하고, 민간 자본을 집중시켜 기술 자립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반도체 업계의 IPO 붐과 관련해, "미래 산업의 성장세 및 기술 자립 움직임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우칭 주석은 지난달 17일 루자쭈이 포럼 연설에서 과창판 개혁과 관련해 "양자기술·체화지능·바이오제조 등 더 많은 영역의 '하드테크' 기업이 상장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드테크는 장기적인 R&D가 필요하고 기술적 난관이 있는 핵심기술을 가리킨다.
한편,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IPO 러시는 한국 기업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상장 자금이 범용 D램 등에 흘러 들어가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가격 방어와 기술 초격차를 동시에 요구 받게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중국에서 D램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현재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 과점 체제일 때보다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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