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계약 해지, 중대 하자만 가능" 뒤집힌 대법 판결
法, 계약자 청구소송 모두 기각
사소한 위반, 해지 요건 인정땐
기획소송 남발 등 부작용 우려
법개정 통해 해지 요건 강화를
오피스텔 등 비 아파트 분양계약 해지를 놓고 하급심에서 대법원 판례와 배치되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말 대법원은 단순 누락·오기로 시정명령을 받아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놓은 바 있다. 최근 1심 판결에서 '계약 목적 달성이 불가능한 중대한 하자'만 해지가 가능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업계는 경미한 실수를 해지 요건으로 인정하면 '묻지마 소송' 등으로 계약자는 물론 건설사들도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인천 부평구 E 오피스텔 분양 계약자가 제기한 '납입금 반환 청구 등 소송'에서 원고(계약자)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원고들은 시행사가 허위·과장 광고를 했고, 관할 지자체로부터 시정명령 등을 받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계약을 해제하고 분양대금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결을 보면 허위·과장 광고는 인정되지 않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시정명령에 의한 '약정해제권'도 인정되지 않은 것. 관할 지자체는 시행사가 분양 광고에 '교육환경보호구역'과 관련해 잘못 표기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말 "약정해제권 발생 요건은 계약에서 정한 내용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며 "시정명령을 받게 된 위반사항이 반드시 중대한 위반사항에 해당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했다. 즉, 경미한 이유로 시정명령을 받아도 그 자체로 계약자들이 분양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번 1심 판결은 달랐다. 판결문을 보면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시정명령의 구체적인 내용을 고려할 때 위반사항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거나, 원고가 위반사실을 알았더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정도의 중대한 사안이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사소한 위반행위로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이유 만으로 기한 제한 없이 모든 수분양자에게 분양계약 해소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다른 약정해제 조항과의 균형을 상실하며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경미한 사항의 분양계약 해지는 사업의 안전성도 해치고 기획소송 남발 등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과천에서 오피스텔을 선보인 B시행사는 분양광고에 지구단위계획구역 표기를 누락해 시정명령을 받았다. 정정공고를 냈으나 계약자들이 계약 해약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자체는 민원 부담으로 인해 시정명령 철회도 못하고 있다.
부산의 한 사업장은 분양 후 4년, 준공 이후에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유는 청약방법을 잘 못 표기했다는 이유다. 현재 계약 해지 소송이 진행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계약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과도한 소송과 사회적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법 개정을 통해 해지 요건을 중대한 하자 등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분양계약 해지 요건을 명확히 하는 것을 골자로 한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중이다. 핵심은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 해 해지가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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