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각

[강남視角] 집값 안정의 열쇠는 '신뢰'받는 정책

파이낸셜뉴스
이종배 건설부동산부 부국장
이종배 건설부동산부 부국장

집값이 급등할 때마다 거론되는 단골 이슈가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값 통계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그중 하나다. 매수 심리를 자극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주간통계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집값을 과열로 이끈 정책 실패가 주범이다.

주간통계는 지난 2013년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이 KB국민은행에서 조사를 넘겨받으면서 시작됐다. 표본을 선정해 매주 시세를 조사하는 방식이다. 호가 반영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는 지적도 있다. 호가 반영은 다른 시세 조사도 마찬가지이다. 주간 아파트값 통계는 정부가 검증을 거쳐 인정한 공식 통계다.

폐지 논란은 문재인 정부 때 수면으로 부상했다. 당시 정부와 정치권의 공통된 지적은 주간통계가 정확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월간통계와도 다르고 실거래통계와도 차이가 적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민간 조사기관인 KB부동산과 방향성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겉으로 보면 양측 모두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인데 진짜 속셈은 다르다. 정부와 여당은 폭등하는 집값이 주간통계에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껑충껑충 뛰는 집값이 주간통계를 통해 지표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야당은 '집값은 폭등하는데 정부 공식통계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결국 이 같은 논란은 통계조작 사건으로 이어졌다. 논란 끝에 폐지 대신 표본수 확대 등 보완이 이뤄졌다. 이후 윤석열 정부 때에는 폐지론이 사라졌다. 집값이 하락하자 주간통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수그러든 것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집값이 다시 뛰자 이곳저곳에서 '폐지론'이 재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간통계 폐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 차원에서 개선방안을 찾는 관련 연구용역도 현재 진행 중이다.

집값이 하락할 때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주간통계가 유용하다. 수억원 떨어진 집값이 바로 통계 수치로 나오고, 시장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기 때는 반대이다. 그래서 폐지론이 이때마다 거론되는 것이다.

만약 정부 압박(?)에 의해 부동산원의 주간통계가 폐지되면 모든 것이 끝일까. KB부동산과 부동산R114 등 민간에서는 여전히 주간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달라지는 점은 정부 공식통계만 주간 단위로 발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동산원은 물론 민간에도 주간통계 발표를 금지하는 '초강수'를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의미가 없다. 민간 앱을 활용하면 실시간으로 정보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앱을 활용하지 않아도 된다. 부동산 카페와 블로그 등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신고가 등 거래 관련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국토부가 운영하는 실거래가 공개시스템만 분석해도 하루 단위, 주간 단위, 월간 단위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한마디로 부동산원 주간통계 폐지는 실효성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공신력 있는 정보의 부재'라는 오류를 범하는 실책이다. 비공식 정보 범람만 만들어 낼 수 있다. 개편 및 보완은 계속 이뤄져야겠지만 이 역시 주간 단위 통계의 '연속성'이 보장되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부동산 정책실패를 주간 통계에서 찾는 것은 책임 회피이다. 통계 숫자는 말 그대로 단순히 보조수단이다. 평균 상승률보다 시장은 개별 단지 가격에 더 민감하다.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은 시장에서 신뢰하는 '정책'이다.

주간통계 문제점 분석에 앞서 공공 만능주의에 빠진 공급정책, 부동산을 비생산적 투자로 보는 세제·대출규제가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번 기회에 '상부 또는 외부 입김에 휘둘리지 않을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통계 마사지' 등 외압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장치가 그것이다.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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