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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배재고 사태 이후의 과제

파이낸셜뉴스
이보미 전국부 차장
이보미 전국부 차장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과 교직원, 학부모들이 6일 광주제일고를 찾았다. 청룡기 야구대회 경기 중 5·18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 응원 구호를 외친 데 대해 사과하기 위해서다. 논란이 불거진 지 7일 만의 방문 사과다.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등 80여명은 광주일고에서 사과의 시간을 가진 뒤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사과문에는 반성의 문장이 담겼다. 학생선수 대표는 "인생에서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배우게 됐다"고 했고, 배재고 감독은 "저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책임을 인정했다. 잘못을 돌아보고 고치려는 시간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어디서부터 선을 넘었느냐다. "학생들 응원 구호를 두고 이렇게까지 할 일이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별뜻 없이 했다는 말이 책임을 지워주지는 않는다. 말의 무게는 말한 사람의 의도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그 말이 누구의 상처를 건드렸고, 경기장 안에서 어떤 조롱으로 들렸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스포츠는 이미 '말의 책임'을 경기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축구에서 상대를 향한 모욕적 언행은 퇴장 사유가 된다. 말도 경기의 일부이고, 그 말에 대한 책임까지 경기규칙 안에 있다는 뜻이다. 학생선수들이 배워야 할 것도 여기까지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사안이 정치권 공방으로 넘어가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돌아볼 기회 대신 논쟁의 소재가 됐다. 아이들을 위한다는 말은 있었지만, 정작 아이들은 사라지고 정쟁의 목소리만 커졌다. 표현의 자유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가 타인의 고통을 조롱할 자유까지 뜻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그 기준은 진영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내 편의 말이면 농담이고, 상대편의 말이면 혐오가 되는 식이라면 자유도 책임도 모두 정치의 도구가 된다. 표현의 자유를 말하려면 어느 편의 말인지와 상관없이 같은 기준을 세워야 한다.

책임을 묻지 말자는 뜻도 아니다. 잘못에는 그에 맞는 징계와 조치가 따라야 한다. 다만 정치와 사회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을 정쟁의 소재로 삼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묻고 다시 배우게 하는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이제 논의의 중심은 정쟁이 아니라 아이들이어야 한다. 이번 사과 이후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의 반성의 시간을 지켜주는 것이지, 그 사과마저 진영 논리로 끌고 가는 일이 아니다. 학생선수들은 언젠가 프로 무대에 서거나 지도자가 되어 또 다른 아이들 앞에 설 수 있다. 지금 경기장에서 어떤 말과 태도를 배우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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