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권고에도 올 세제개편안서 ‘담뱃세 인상’ 제외
정부, 물가·민생 부담에 보류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하는 세제개편안에서 담뱃세 인상을 제외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인상 권고에도 불구하고 물가와 민생 부담을 감안할 때 지금은 추진할 시점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 발표할 세제개편안에 담뱃세 인상 방안을 담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뱃세 인상은 최근 국제기구와 보건당국을 중심으로 필요성이 제기됐던 사안이다.
OECD는 최근 한국경제보고서에서 담뱃세 수준이 회원국 평균보다 낮다며 가격 인상을 권고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금연정책 재설계 과정에서 담뱃값 인상을 포함한 가격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담뱃세 인상에 선을 그은 가장 큰 이유는 '물가'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올라선 상황에서 담뱃세 인상은 곧바로 담뱃값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5년 담뱃값이 한 갑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됐을 당시 통계청은 담뱃값 인상이 그해 1월 소비자물가를 0.58%p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유류세 인하 등 물가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정부로서는 담뱃세 인상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담뱃세의 역진성도 부담이다. 담뱃세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과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개별소비세 등으로 구성되는 대표적인 간접세다.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부과되는 만큼 저소득층일수록 소득 대비 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민생안정과 취약계층 지원을 국정 기조로 내세운 정부가 서민의 부담을 키울 수 있는 증세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정책적 명분도 예전만큼 크지 않다는 평가다. 담뱃값은 2015년 인상 이후 11년째 동결돼 있지만 지난해 담배 판매량은 34억4000만갑으로 2022년 이후 4년 연속 감소했다. 흡연 감소 추세가 이어지는 만큼 가격 인상을 통한 교정세 기능을 추가로 강화해야 할 시급성이 크지 않은 것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담뱃세는 물가와 역진성, 세수 여건, 국민건강 증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현재 분위기는 해당 사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 세제개편안에서는 담뱃세 인상에 선을 그었지만 논의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물가 부담이 완화될 경우 국민건강 증진과 금연정책 강화를 위한 담뱃세 현실화 논의가 다시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최용준 기자










